이정식 고용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란 봉투법’의 국회 본 회의 통과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반대와 환영의 의견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와 경영계는 “극심한 혼란·갈등과 법률분쟁 폭등으로 산업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내비친 반면,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묻고 노조 활동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배 소송 막을 것”이라며 개정안의 즉각적인 공포를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고용노동부의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관련 문답’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실질적 지배력’이란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근로 관계가 없는 사업주에게 단체교섭 의무 등을 부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청 사업주가 어떠한 노동조합과 어떠한 내용으로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 몰라 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도 가능해 헌법상 죄형법정정의 위반의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 개정안대로라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는 기준의 범위가 이익분쟁(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에서 권리분쟁(이미 확정된 내용에 대한 분쟁)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결정으로 이미 확정된 내용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파업과 실력행사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관행이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게 고용부의 분석이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대법원이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도 헌법상 노동 3권의 보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면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경제 6단체는 오는 13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노란봉투법’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 중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는 성명을 통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부추긴다”며 입을 모아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속노조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9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 회의 통과 및 공포를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 회의 통과를 일제히 반겼다. 한국노총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다단계 원·하청 관계에서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비상식적인 숨바꼭질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민주노총 역시 논평으로 “노동자 권리 보장과 거리가 멀었던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이날 개정으로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환영했다. 양대노총은 오는 11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개정안 공포를 다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노란봉투법’ 공포 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사관계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노사 모두의 입장을 대변해 본 적이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지만, 공포시 일정 기간 동안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같다”며 “결국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텐데, 이 경우 반드시 뒤따라야 할 정치적 해법을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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