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사업회 학술회의서 전문가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정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합의의 효용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쟁기념사업회가 10일 ‘전쟁 도미노,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나?’라는 제목으로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학술회의에서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권주혁 육군사관학교 역사포럼 고문은 9·19 남북 군사합의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비판했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한미의 항공기를 활용한 감시·정찰 능력이 북한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한국에 훨씬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권 고문은 “문재인 정부가 군사합의를 하며 ‘국군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선언했다”며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군대는 한국군이 세계 역사상 유일할 것이다. 듣기 좋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내전, 6·25전쟁, 베트남 전쟁 등에서 이미 봤듯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공산주의 국가가 주장하는 평화는 이어서 나올 군사행동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그럴듯한 단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는 대화로 얻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지킨다”며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이었으면 러시아는 침공 결정을 못 했을 것”이라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9·19 군사합의를 이용한 평화 분위기 조성보다는 한미동맹 유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회의에선 9·19 군사합의에 따라 적대행위가 금지되는 지상·해상 완충구역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반론도 나왔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토론자로 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군사적 완충 구역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고 주장했다.

완충 구역이 있으면 새로운 기술이 은밀하게 준비되거나 갑작스럽게 전장을 변화시키기 어려운데, 그렇지 않다보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추가 장벽을 설치해 일종의 비무장지대,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경우 정전협정과 9·19 군사합의가 완충구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라며 “섣불리 군사합의를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을 더 강화해야 이스라엘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도 전쟁을 일으킨다면 하마스처럼 기습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당하지 않으려면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9·19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쟁기념사업회 특별 학술회의 '전쟁 도미노,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나?' 포스터
전쟁기념사업회 특별 학술회의 ‘전쟁 도미노,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나?’ 포스터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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