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중국명 동북 호랑이) 두 마리가 이틀 새 연달아 민가에 내려와 소를 물어 죽인 일이 발생해 당국이 입산 금지령을 내렸다.

10일 현지 매체인 상유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과 9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이란현 다롄허진의 농촌 마을에서 방목해 키우던 소 두 마리가 야생 동물에 물려 죽은 채 발견됐다. 마을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덩치 큰 소가 죽은 채 쓰러져 있고, 호랑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주변 눈밭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주민은 “산에서 호랑이를 목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려 죽은 소가 발견됐다”며 “당시 소의 양쪽 뒷다리는 사라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곳은 마을에서 불과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주민들은 입을 모아 “겁이 나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자국 등을 토대로 볼 때 소를 공격한 야생 동물은 이 일대에 서식하는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현지 당국은 최근 내린 폭설로 먹잇감이 부족해지자 야생 호랑이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민가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입산 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가축 보호를 위한 안전 조치를 하라는 당부를 내렸다.

과거에도 이 지역에서는 야생 호랑이가 민가까지 내려와 주민을 공격하고 가축을 잡아먹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호랑이는 숲이 우거진 산속에 살고, 야행성이라 주로 한밤중에 활동하기 때문에 낮에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 지역의 북한과 러시아 접경 지역은 호랑이 등 대형 야생 동물의 집단 서식지다. 이 지역은 험준한 산맥과 큰 강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1년 10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일대 1만4100㎢를 백두산 호랑이 및 표범 국가공원으로 지정했다. 이 규모는 서울 면적의 약 23배에 달한다. 현재 이 지역에는 백두산 호랑이와 표범 각각 6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체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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