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때는 2015-16시즌을 앞둔 프리시즌. 장소는 첼시의 훈련장이었다.

첼시는 2014-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 2015-16시즌도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신감과 자긍심, 기세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는 컸지만, 훈련장 분위기는 차가웠다.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의 눈에는 싸늘한 눈빛이 발사됐다. 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2명의 선수가 있었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자 팀의 ‘주장’과 ‘부주장’인 존 테리와 게리 케이힐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그들의 훈련 자세와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센터백들이 중원까지 올라와 미드필더들과 호흡을 맞추는 훈련이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무리뉴 감독이 훈련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첼시 선수들 모두가 듣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외쳤다.

“너희 둘은 나가라. 내가 레알 마드리드로 가서 세계 최고의 수비수 라파엘 바란을 영입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세계 최고 수비수를 영입할 것이다. 이 둘을 영입하는데 1억 파운드(1612억원)를 쓸 계획이다. 너희 둘은 벤치에 앉아서 그들을 지켜봐라.”

협박성 메시지였다. 협박을 받은 이가 다름 아닌 첼시의 전설이자, EPL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는 테리였다. 게다가 첼시의 주장이었다. 이런 테리를 바란과 비교하며 자존심을 뭉갰다. 주장을 모든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줬다. 무리뉴 감독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독설이다. 역시나 스페셜 원.

테리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무리뉴가 훈련 도중 바란을 데려오겠다고 나와 케이힐을 협박했다. 나와 케이힐은 놀랐고, 서로 ‘우리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우승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훈련이 아니라 진짜 경기를 하자고 다짐을 했다. 남은 훈련 시간 동안 정말 혹독한 훈련에 열심히 임했다. 그러자 훈련 수준이 높아졌고, 새롭게 첼시에 온 선수들은 주장과 부주장을 향해 ‘오 마이 갓’이라고 외쳤다. 우리는 팀을 책임질 위치에 있는 주장과 부주장이었다.”

달라진 훈련 태도와 성과에 만족했던 무리뉴 감독. 마음이 풀렸다. 그럼에도 독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대신 훈련이 끝난 후 테리와 케이힐의 팔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너희들이 나의 주장과 부주장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존 테리와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 라파엘 바란.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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