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역대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그런데 마냥 웃을 수는 없는 내용이다. 

프로야구 통계 업체인 ‘스포츠투아이’는 10일 고우석이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1승1패, 1세이브를 기록한 역대 최초의 투수가 됐다고 알렸다. 그런데 마냥 웃을 수는 없는 기록이다. 3차전까지 LG 트윈스의 승패가 마무리투수 고우석의 손에 좌우됐다는 뜻이기 때문. 게다가 고우석의 이번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은 10.80에 이른다. 10점대 마무리투수가 뒷문을 지키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까지 도통 안심할 수가 없다. 고우석은 올해 한국시리즈의 지배자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우석은 지난 7일 잠실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 2-2로 맞선 9회초에 등판해 패전을 떠안았다. 2사 후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주고, 문상철에게 좌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2-3으로 패했다. 고우석은 1이닝 30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8일 열린 2차전에서는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3-4로 끌려가다 8회말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로 어렵게 5-4로 뒤집고 맞이한 9회초 고우석이 등판했다. 고우석은 1이닝 10구 무피안타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세이브를 챙겼다. 

고우석은 10일 수원에서 열린 3차전에서 조금은 머쓱한 승리투수가 됐다. 고우석은 5-4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세이브를 위한 조기 등판이었다. LG는 2차전에서 선발투수 최원태가 ⅓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바람에 이미 많은 불펜을 소모했는데, 3차전 선발투수 임찬규마저 3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고우석 앞에 이미 김진성(⅓이닝)-정우영(⅓이닝 2실점)-함덕주(0이닝 1실점)-백승현(⅔이닝)-유영찬(2이닝) 등 5명이 이어 던지며 꾸역꾸역 버티는 상황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고우석이 크게 무너졌다. 선두타자 배정대의 안타 뒤 김상수가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상황. 황재균에게 좌익수 왼쪽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5-5가 됐다. 계속된 1사 2루 위기에서는 박병호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5-7로 뒤집혔다. 시속 152㎞짜리 강속구가 거포의 방망이에 맥없이 담장 밖으로 뻗어나갔다. 

LG는 주장 오지환이 날린 기적의 역전 홈런 덕분에 다시 승리할 기회를 잡았다. 오지환은 9회초 kt 마무리투수 김재윤에게 2사 1, 2루 기회에서 우월 3점포를 뺏어 8-7 리드를 가져왔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염 감독은 9회에 다시 고우석을 내보냈다. 4차전 선발투수로 기용할 계산도 했던 이정용을 아끼면서 고우석이 만회할 기회도 주고자 했다. 그런데 고우석이 1사 후 김준태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대타 정준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면서 흔들렸다. 결국 고우석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이정용에게 공을 넘겼다. 이정용은 배정대에게 초구 폭투를 던져 1사 2, 3루 위기에 몰리자 배정대를 자동고의4구로 거르고 김상수와 승부를 선택했고, 김상수가 투수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고우석이 매우 머쓱한 승리투수가 된 순간이었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역대 단일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승과 패, 세이브를 모두 기록한 투수는 고우석을 포함해 모두 6명이다. 1986년 해태 차동철(3경기, 1승1패1세, ERA 2.51), 1989년 해태 선동열(3경기, 1승1패1세, ERA 1.69), 1996년 해태 이대진(3경기, 1승1패1세, ERA 2.16), 1999년 한화 구대성(5경기, 1승1패3세, ERA 0.93), 2009년 SK 채병용(3경기, 1승1패1세, ERA 2.45) 등이 달성했다. 달성자들의 평균자책점을 살펴보면 고우석이 얼마나 기이하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3차전 안에 승리와 패배 세이브를 모두 경험한 투수는 고우석이 유일하다. 

염경엽 LG 감독은 불안해도 고우석을 믿겠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 어려웠지만 이정용이 잘 마무리해 줘서 고우석의 부담을 덜었다. 마무리가 좋아서 다음 경기도 고우석이 부담을 덜 가질 것 같다”며 “(8회 등판은) 엄청 고민했다. 고우석을 먼저 올리고 투구 수가 많으면 이정용을 내려 했다. 8회가 더 어려운 타순이었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는데 제구가 좋지 않았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마무리투수 불안은 LG뿐만 아니라 kt도 같이 안고 있는 문제다. kt 마무리투수 김재윤은 한국시리즈 2경기에 등판해 1패, 1⅔이닝, 평균자책점 16.20으로 고전했다. 두 팀 모두 경기를 끝내야 할 상황에서 고우석과 김재윤이 모두 불안한 탓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까지 땀을 쥐는 경기를 한다.

어쨌든 고우석은 불안 속에서도 LG의 2승 선점에 기여했고,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 한풀이까지 2승을 남겨뒀다. 고우석은 앞으로 2경기를 더 버텨내며 끝까지 LG의 뒷문을 지켜줄 수 있을까.  

▲ 고우석 박동원 ⓒ곽혜미 기자
▲ 고우석 박동원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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