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동원이 염경엽 감독을 세리머니 대열로 '모시고 가는' 장면 ⓒ곽혜미 기자
▲ LG 박동원이 염경엽 감독을 세리머니 대열로 ‘모시고 가는’ 장면 ⓒ곽혜미 기자

▲ LG 홈런 세리머니 ⓒ곽혜미 기자
▲ LG 홈런 세리머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정규시즌에는 감독 의자에 철퍽 앉아버리더니, 이제는 홈런을 치고 감독의 옆구리를 잡고 세리머니하는 선수단 사이에 던져놓는다. LG 포수 박동원이 염경엽 감독을 대하는 방법이다. 

박동원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3차전에서 6회초 경기를 다시 뒤집는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5회말 3실점으로 3-1 리드가 3-4 열세로 바뀐 직후였다. 플레이오프부터 kt의 필승조로 떠오른 손동현의 공을 잡아당겨 시원하게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는 염경엽 감독까지 끌고와 ‘원 팀’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박동원 ⓒ곽혜미 기자
▲ 박동원 ⓒ곽혜미 기자

11일 4차전을 앞두고 박동원에게 염경엽 감독과 함께 세리머니를 한 이유를 물었다. 박동원은 “(3회)오스틴이 홈런치고 나서 감독님한테 다음에 또 홈런 나오면 합류하시라고 했다. 그냥 웃으시더라. (홈런을 치고 왔는데)감독님이 안 할 것처럼 계시길래 내가 모시고 갔다”고 얘기했다.  

사실은 ‘모시고’보다는 ‘끌고갔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모양새였다. 취재진이 박동원에게 ‘모시고?’라고 되묻자 그는 “아 내가 흥분을 좀 많이 해서”라며 크게 웃었다. 박동원은 정규시즌 인천 원정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나서 비어있는 감독용 의자에 앉아 염경엽 감독을 웃게 한 적이 있다. 염경엽 감독은 다음 날 “그냥 자기가 가서 앉았다, 그만큼 나를 쉽게 본다는 거”라며 황당해했지만,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이 홈런 세리머니 뒤에는 주장 오지환을 살렸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5회 3실점이 오지환의 치명적 실책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사 1루에서 병살 플레이가 가능한 정면 타구가 나왔는데 이 공을 뒤로 흘렸다. 당황한 좌익수 문성주까지 공을 더듬는 바람에 1사 2, 3루로 상황이 나빠졌다. LG는 정우영 함덕주 백승현을 끌어다 쓰고도 역전을 허용했다.  

박동원은 “오지환이 실책하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 다시 역전이 됐으니까 장난으로 ‘내가 너 살렸다, 이제 알아서 해라’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 자기가 또 그 실수를 만회하는 홈런을 쳐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5-7로 끌려가던 9회초 2사 1, 2루에서 kt 마무리 김재윤의 직구를 공략해 ‘재재재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경기는 8-7 LG의 승리로 끝났다. 

2차전과 3차전 연속 홈런이 모두 3-4에서 5-4로 리드를 빼앗는 홈런이었다. 박동원에게 어떤 홈런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은지 물었더니 “오히려 2차전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3차전은 경기 중반에 쳐서 남은 수비를 더 걱정했다. 2차전은 아웃 3개만 잡으면 끝이라 그때가 더 잊지 못할 기억일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 박동원 유영찬 ⓒ곽혜미 기자
▲ 박동원 유영찬 ⓒ곽혜미 기자

그러면서도 박동원은 주전 포수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2차전도 3차전도 불펜진의 투구 이닝이 훨씬 많은 경기였다. 모두 1점 차 승부라 긴장감을 안고 수비했다. 박동원은 두 경기를 돌아보면서 “경기는 어렵게 진행이 됐지만 우리는 힘이 있었고 잘 막아서 이길 수 있었다. 2차전은 완벽하게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계속 무실점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것은 아니다. 이번에(3차전) 점수 줬으니까 다음 경기는 안 줄 거로 믿고, 또 믿음이 간다. 우리 투수들은 잘해낼 거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가까워지면서 LG 그룹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한국시리즈 MVP’를 위해 남겨둔 롤렉스 시계의 주인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동원은 “결국은 우승을 해야 롤렉스가 오는 거다. 일단 이겨야 부상이 따라오는 거고, 어제(3차전) 졌으면 내가 아무리 강력한 후보였다고 해도 받지 못했을 거다.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타율 0.385에 2홈런으로 감은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감이 괜찮다”는 박동원은 “감은 시즌 초반이 더 좋았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은 그런 것들을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다. 너무 중요한 경기다 보니까 치는 것보다 수비에 더 집중해야 한다. 시즌 초와 비교해서 어떻다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3차전 역전 홈런은 볼카운트 2-1 유리한 상황에서 때렸다. 2차전 초구 공략과는 다른 방향성이 엿보였다. 박동원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초구 2구에 칠 수 없는 빠진 공이 와서 안 쳤는데 또 잘 기다렸다고도 봐주시더라”라며 “그런데 그건 좋다. 요즘 내가 볼을 안 친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LG는 11일 4차전을 15-4 대승으로 마치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었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남은 승수는 1승이다. 

#2023 한국시리즈
7일 잠실 1차전 kt 3-2 LG (kt 1승 무패)
8일 잠실 2차전 kt 4-5 LG (kt LG 1승 1패)
10일 수원 3차전 LG 8-7 kt (LG 2승 1패)
11일 수원 4차전 LG 15-4 kt (LG 3승 1패)
13일 잠실 5차전 kt 고영표 LG 케이시 켈리

▲ 염경엽 감독, 오스틴, 박동원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오스틴, 박동원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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