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1·2020년 이어 네 번째

‘주가 하락 주범’ 원성에 ‘극약처방’

선거철 1400만 개미 표심 ‘정조준’

공매도 이미지. ⓒ연합뉴스 공매도 이미지.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를 당분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분분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당시에 이은 역대 네 번째 강경 조치다.

주식 가격이 떨어져야 수익이 나는 공매도를 두고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덜미를 잡히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극약처방을 꺼내 든 모습이다.

하지만 공매도가 실질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지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뒤늦게 1400만 개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정무적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앞으로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여론에 '응답'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내 주식시장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내 주식시장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달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에서의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지금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대형주 350개 종목을 대상으로만 공매도가 허용돼 왔는데, 이제는 대형주까지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공매도가 전면 중단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선 사례는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1일 ▲2011년 8월 10일부터 같은 해 11월 9일 ▲2020년부터 3월 16일부터 이듬해 5월 2일 등 총 세 번이 있었다.

다만 2008년 10월에 처음으로 공매도 전면 중단을 계기로 금융주는 2013년 11월 13일까지 5년 넘게 공매도가 제한된 바 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공매도 전면 금지가 풀린 2021년 5월부터도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350개 종목 이외 나머지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계속 허용되지 않아 왔다.

금융당국이 다시 공매도 원천 차단에 나선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있지도 않은 주식을 먼저 팔고 나중에 빌리는 식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고의로 주가를 끌어내려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IB이 실제로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벌인 사실이 적발되면서 공매도 폐지 여론은 급격히 확산됐다.

◆실효성 '글쎄'
역대 공매도 전면 금지 사례. ⓒ연합뉴스 역대 공매도 전면 금지 사례. ⓒ연합뉴스

문제는 공매도의 실효성이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지 이론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어서다. 과거 세 차례의 금지 기간 동안에도 국내 증기 흐름은 때마다 엇갈렸다. 공매도 금지보다는 당시 글로벌 증시 시황의 영향이 더 컸다는 평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 코스피 지수는 해당일 종가 기준 1419.65에서 1414.52로 0.36% 떨어지는데 그치며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조치 동안에는 코스피 지수가 1806.24에서 1907.53로 5.61% 올랐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1714.86에서 3174.07로 85.1% 폭등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가입돼 있는 세계거래소연맹은 코로나19로 증시 급락 사태가 벌어진 2020년 3월 이후 공매도 금지는 효과가 없는 조치란 주장을 펼쳐왔다. 연맹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매도 금지가 공매도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옵션 시장 등 다른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도 했다.

공매도를 둘러싼 긍정론도 여전하다. 공매도가 없으면 주가 조작과 같은 인위적인 시세 부양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주가가 치솟으면 공매도가 몰리고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면 주가 조작 등으로 주가가 치솟을 때 개인 투자자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해당 종목을 매수해 손해 가능성을 낮춰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공매도 전면 중단을 두고 개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란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 김포시 등을 서울에 편입시키는 메가 서울 청사진 발표 등과 맞물려, 최근 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내놓고 있는 정책들의 연장선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언제나처럼 선거철을 앞두고 금융당국에서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는 것 같다”며 “다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설득에 좀 더 신경을 기울여야 포퓰리즘이란 시선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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