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회 열고 퇴진 강력 촉구

실적 악화 속 내부 분열 이중고

서울 청진동 동양생명 본사 전경. ⓒ동양생명 서울 청진동 동양생명 본사 전경. ⓒ동양생명

동양생명 노동조합이 저우궈단 대표이사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면서 내부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직접 운영할 수 없는 테니스장을 불법으로 우회 관리하고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집행해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저우궈단 대표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와중 내홍까지 격화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동양생명 노조는 이날 오전 본사 앞에서 저우궈단 대표 사퇴 요구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최근 금감원이 내놓은 현장 검사 결과가 도화선이 됐다. 동양생명이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한 테니스장을 운영하기 위해 제3업체에 웃돈을 주고 우회 낙찰 받은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또 일부 임원의 해외 출장비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등 증빙이 구비돼 있지 않음에도 비용을 지급하는 등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노조는 “경비 내역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업무상 배임횡령죄로 처벌될 수도 있는데 회사의 답변은 누군가가 ‘책임지겠다’가 아니라 ‘보완하겠다’가 전부”라며 “고객의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사가 정작 내부의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적발로 순식간에 동양생명보험은 ‘비리의 온상’ 이 됐다”며 “이는 저우궈단 사장이 그동안 보여온 ‘무능과 불통’의 경영방식이 만든 결과”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최선미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지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지난달 27일 대표이사와의 독대에서 저우궈단 대표는 한국, 동양생명에 더 이상 있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을 만큼 지쳤다며 오래 있을 생각도 없고, 내년 2월 말 임기 2년차에 그만둘 생각임을 직접 밝혔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이때 저우궈단 대표는 스스로 사퇴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동양생명에 올 때 회사를 잘 경영하겠다고 그룹과 약속하고 왔고 명예를 매우 중요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최 지부장은 “지금 대표이사 본인으로 인해 동양생명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이미 동양생명에 있을 마음이 없는데 내년 2월까지 시간을 달라는 것은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동양생명 직원이 13일 오전 서울 청진동 동양생명 본사앞에서 저우궈단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데일리안 김재은 기자 동양생명 직원이 13일 오전 서울 청진동 동양생명 본사앞에서 저우궈단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데일리안 김재은 기자

이처럼 동양생명 대표이사와 노조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실적 개선을 위한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양생명이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2% 급감했다.

보험손익은 672억원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최근 기준금리의 오름세가 이어지자 보유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손익이 456억원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상품을 지속 개발 및 판매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싸늘한 회사 내부 분위기 속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직면한 저우궈단 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최 지부장은 “저우궈단 대표의 의사결정으로 회사에 문제를 발생했는데 인정이나 적극적인 해명 소통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스스로 회사에 큰 혼란을 야기시킨 경영리스크에 대해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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