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정추계도 없이…'천원의 아침밥' 등 증액 폭탄
윤재옥(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4 예산안 심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여당이 당정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기껏 합의한 긴축 예산을 다시 대폭 늘리고 있다. 내년 예산은 ‘재정 건전성’에 방점을 찍기로 합의했음에도 총선을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무더기로 추가한 것이다. 예산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항목에 대해서는 증액 규모 등 핵심 내용이 빠져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13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향을 발표하며 ‘재정 규모보다 내실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가 초래한 세계경제 여건 악화와 함께 올해 한 가구당(4인 기준) 갚아야 할 나랏빚이 9000만 원에 이르는 국가 위기 상황임을 고려할 때 재정의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정부 예산안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심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이 내놓은 심사 방향은 이 같은 원칙과 상당 부분 배치된다. 발표문에는 5대 분야, 40대 주요 증액 사업이 포함됐지만 이들 지원책의 소요 예산은 빠져 있다. 주요 사업은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지원 예산 확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 저소득 전 연령 확대 △어르신 무릎관절 수술 지원 대상 1000명 확대 △어르신 임플란트(건보) 지원 개수 2개에서 4개로 확대 △타 지역 기업 인턴 프로그램 참여 청년에게 체류 지원비 지급 △소상공인 ‘전기요금 특별 감면’ 한시 신설 등인데 이를 실행하려면 적잖은 예산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부 신설 항목에 예산이 쓰여야 한다면 다른 기존 항목에서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데 이 같은 고민도 담겨 있지 않다. 윤 원내대표는 “(감액 부분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지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논의하지 않겠느냐”며 “감액의 경우 미리 정해놓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예산 심사 과정”이라고 답했다.

與, 재정추계도 없이…'천원의 아침밥' 등 증액 폭탄

과학기술 R&D 예산안도 구체적인 증액 규모가 담겨 있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 대학연구소·중소기업 혁신 R&D 투자 지원 등이 증액 사업에 포함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는 “액수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고 야당과 협의한 뒤 심사 과정에서 정부 측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예산 복원’이라는 표현에만 예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일부 언론에서 R&D 예산과 관련해 복원이라는 표현을 자꾸 쓰던데 이 표현은 정부안이 문제가 있다는 전제가 되는 것”이라며 “보완할 점이 없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복원’이라는 표현 자체는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재정 여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생존을 다툴 만큼의 긴급하지 않은 정책을 추가로 제시하는 것은 타이밍에 맞지 않다”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아픈 곳을 찾는 예산 반영은 좋지만 단순히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의 선거만을 의식한 정책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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