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에서 역전승을 했을 때 우승 확신이 왔다.”

염경엽 감독이 지휘하는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5차전서 6-2 승리를 거두며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LG 팬 모두가 기다린 우승. 1994년이 마지막 우승이며, 한국시리즈 마지막 진출은 2002년이었다. 21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고, 29년 동안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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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그 한을 이날 다 풀었다.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1차전서 2-3으로 역전패 당하며 시작했으나 2, 3, 4차전 그리고 마지막 5차전까지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왕좌의 자리에 앉았다.

5차전 선발은 LG가 믿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였다. 켈리는 5이닝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1994년 LG의 우승 승리 투수였던 이상훈 이후, 29년 만에 LG 우승 승리 투수가 되었다.

이어 올라온 유영찬이 1.2이닝 1실점, 함덕주가 1.1이닝 무실점, 고우석이 1이닝 무실점으로 버텼다.

4차전까지는 오지환이 빛났으나 이날 주인공은 박혜민이었다. 박혜민은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등 타석에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김민혁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홍창기도 리드오프로서 멀티히트, 김현수는 1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문성주도 하위 타순에서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함께 좋은 경기를 한 이강철 KT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팬분들의 기다림, 한결같이 응원해 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라고 총평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이하 염경엽 감독와 일문일답. Q. 경기 총평을 한다면.

함께 좋은 경기를 한 이강철 KT 감독님과 KT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 팬분들 정말 오래 기다렸다. 한결같이 응원해 준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절실함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했다. 페넌트레이스를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었다. 나에게는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였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성장하는 자신감이 만들어졌다. 그 자신감을 가지고 한국시리즈에 들어왔다. 중요한 1차전을 패했지만 2차전에서 박동원의 역전 홈런으로 경기를 잡은 게 컸다. 덕분에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찾으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다.

Q. 29년 전 LG가 우승을 할 때는, 상대팀의 일원이었는데.

당시에는 우리의 전력이 딸렸다. 우리는 지키는 야구를 했고, LG는 공수에서 완벽한 팀이었다. 그래서 LG에 우승을 뺏겼던 기억이 있다(웃음).

힘든 한국시리즈가 될 수 있었는데 페넌트레이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간에서 함덕주와 김진성, 유영찬, 백승현, 이정용 등이 신구 조화를 이루며 선발의 부족함을 메웠다.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켈리가 선발 역할을 해줬다. 지키는 야구와 공격적인 야구를 같이 하면서 4승 1패로 끝낼 수 있었다.

Q. 2013년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고 첫 우승인데.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시련을 겪고 한동안 휴식 시간을 가졌던 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어떤 감독 생활뿐만 아니라 이전 시즌들을 돌아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던 게 도움이 됐다. 미국 연수를 갔을 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에 혼자서 정리했던 노트들을 다시 보고, 재정리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에게는 자양분이 되었다. 올 시즌을 치르는 데 준비 과정부터 끝날 때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Q. 1차전을 내주고 4연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는데, 언제 우승을 예감했는지.

2차전 때 예감이 왔다. 확신은 3차전을 이겼을 때. 단기전은 승운이 따라야 한다. 승운이 우리에게 있고 그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 얻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힘이 되는 건 선수들의 모습이다. 절실함과 승리를 향한 열망을 봤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1차전, 4차전, 7차전이 됐든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6, 7차전까지 생각을 했는데 길게 가더라도 우리 선수들에게 확신이 있었다.

Q. 한국시리즈 MVP 말고, 감독 선정 MVP에게 1000만원을 준다고 했는데 누구에게 줄 예정인지.

오백만원 씩 나눠주려고 한다. 박동원과 유영찬이다. 좋은 가방이라도 하나씩 샀으면 좋겠다. 동원이는 FA 때 돈을 많이 받았다(웃음). 유영찬은 우리 팀이 이닝을 끌고 가는 데 있어 숨통을 틔어주는 역할을 했다.

Q. 절실함과 조급함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

한국시리즈를 하면서 우승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은 그 어느 팀에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절실함과 열정이 자칫 조급함으로 될 수 있다.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건 기본기와 차분함이다. 언제나 침착하게 하나하나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이 계속 이야기를 하며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흥분될 수도 있었기에 다운 시키려고 노력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Q. 2014시즌에는 준우승을 하고 울었는데. 당시에는 팀 전력이 떨어졌다. 승운이 왔지만 실책 두 개로 경기를 넘겨줬다. 겁 없이 덤빌 때였고, 너무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승운이 왔는데 잡지 못한 아쉬움에 울었던 것 같다. 우승했을 때보다 준우승했을 때 더 운다.

Q. 개인적으로도 우승이 절실했지만, 29년 동안 우승 못한 LG 감독으로 왔기에 부담감이 컸을 거 같은데.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시즌이다. 4, 5월에 선발이 무너지고 승리조가 붕괴됐을 때 잠도 못 잤다. 그래도 사람은 죽지 말라고,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주더라. 타선이 터져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우리 젊은 승리조, 박명근-유영찬-백승현-함덕주가 버텨주면서 4, 5월을 넘겼다. 지금의 우승이 만들어졌다.

Q.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최원태가 1회를 못 버텼을 때. 나머지 이닝에서 한 점이라도 더 주고, 2차전도 넘겨준다면 올해 한국시리즈도 힘들 거라 봤다. 절실함과 열정을 갖고 있어도 우리 선수들은 뒤져있는 상황에서 이겨내는 힘이 약하다. 불안감이 있었다.

Q. LG 스카우트-운영팀장-코치를 하다가 다시 돌고 돌아 감독으로 우승을 했는데.

예전에 LG에 있을 때 많은 욕을 먹었다.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LG는 나가지 말라 했지만, 내가 나가야 조용해지는 상황이었다. 당시 구단에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했다. 우연치 않게 LG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선수들도 많고, 내가 맡아본 팀 중에 가장 우승에 가까운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이었다. 나에게는 큰 행운이 왔다고 봤다. 부담감이 컸지만 우리 선수들이 힘을 줬다. 프런트도 나에게 믿음을 줬다. 현장에서 신뢰를 줬기에 지금의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Q.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비판도 많았는데. 밖에서 나오는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뛰는 야구에 대해 말이 많을 때도 물론 고민이 많았다. 사실 뛰는 게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라 망설임과 초조함을 없애고 자신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초구부터 공격적인 야구를 통해 망설이지 않고 당당한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내 목표였다. 선수들과 함께 끝까지 노력했던 부분이 지금의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Q. 부담감이 큰 LG 감독으로 간다 했을 때, 가족 반대는 없었는지.

처음에 LG 간다 했을 때 우리 가족들은 반대했다. 와이프가 불교를 믿는데, 이번 한국시리즈뿐만 아니라 페넌트레이스 내내 매일 절에 가서 기도했다. 우리 딸은 야구장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 때마다 이겨서, 이번 한국시리즈에는 예비 사위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매번 와서 응원을 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데 우리 가족이 많은 힘이 되었다.

Q. 올해 우승을 했으니 내년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올해 우승을 하면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이 생기고, 멘탈적으로 힘이 만들어질 거라 봤다. 이제 1년에 한두 명씩만 더 키워내면 명문 구단으로 갈 수 있고 계속해서 우승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는 더 강해진 LG 트윈스가 되어있지 않을까.

아까 팬들에게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이 우승이 마지막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강팀과 명문 구단으로 갈 수 있는 첫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좋은 과정을 만들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조금 쉬었다가 내년 준비 잘해서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잠실(서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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