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_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허브'로 새 비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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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꿈꿨던 원대한 여정과 헤리티지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잇는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안갯속을 걷듯 경영 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을 때 정 회장은 선대가 걸어온 길을 다시 살폈다. 현대차 최초이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효시인 자체 개발 모델 ‘포니(PONY)’를 49년만에 복원하면서다. 또 한국 경제사의 산실이자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꿈이 서린 세계최대 단일공장 ‘울산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면서 100년 기업을 이루겠다고도 했다. 맨손으로 끊임 없었던 도전 DNA와 성공 신화가 정 회장을 통해 다시 재현되고 있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 핵심 3사인 현대차·기아와 현대모비스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조566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 대비 10조1311억원 더 번 셈이다. 상승률은 81.4%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241조936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18%, 36조7830억원 늘었다. 매출액이 18% 느는 동안 영업이익은 81.4% 늘었다.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6%에서 9.3%로 늘었다. 부품사인 모비스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6.6%에서 1년만에 10.6%까지 늘었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팔았다. 특히 대형차를 선호하는 미국시장에서 SU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값비싼 차량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 게 영업이익이 급증한 배경으로 지목 된다. 품질에 대한 호평과 실제 검증 결과가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다른 완성차업체들 보다 한발 먼저, 더 강하게 밀어붙인 전기차 드라이브 역시 먹혔다. 미국 판매량이 늘면서 현지 투자도 역대급으로 계획 됐다. 더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설비가 들어선다. 글로벌 3위 굳히기에 나설 게 아니라 톱까지 달려야 한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품질을 인정 받자 마침내 정 회장이 다음 스텝을 밟았다. 지난 5월 정 회장이 직접 해외 공식석상에 나타나 공 들여 어필한 건 제네시스 차기 모델이나 전기차 신차 공개도, 대규모 투자 발표도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 ‘현대차 리유니온’ 출범행사를 열어 49년만에 복원한 ‘포니(PONY) 쿠페’를 공개한 일은 업계에선 깜짝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포니는 현대차 최초의 독자 모델이자 부품 90%를 국산화 한 역사적 모델이다. 현장에서 포니 쿠페의 원조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정 회장 옆에 섰다. 이날 두 사람은 복원된 포니 쿠페에 함께 올라타 시동을 걸고 스티어링휠을 돌려 보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니 쿠페 복원이 왜 중요할까. 정 회장 발언에 답이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역사도 이제 50년을 바라본다”며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아가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주영 선대회장님과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가 있다”며 “우리 내부에서도 같이 노력했던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나아가고 싶었다”고도 했다.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가 포니의 디자인을 오마주한 데 이어 고성능 N 브랜드 스포츠카인 ‘N 비전 74’도 포니 쿠페 콘셉트의 정신을 이어 제작됐다. 추후 수소차로 개발할 계획이다. 계승과 발전의 좋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업계에선 헤리티지를 세우는 의미에 대해 두 가지 시선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마케팅 측면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브랜드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실력 있고 검증 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입히는 브랜딩 작업의 일환이다. 두번째 의미는 좀 더 무겁게 받아들여 진다. 총수인 정 회장 스스로 경영 의지를 다잡고, 전 임직원들이 가져야 할 도전정신과 로열티를 채우는 일이다. 혼돈과 실패의 반복 속에서 정 회장은 끊임 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길을 찾고 있다. 이미 성공신화를 쓴 선대 회장의 발자취에서 새 길을 찾고 계승, 발전시키는 게 정 회장과 또 전 임직원들의 미션이자, 목표인 셈이다.

지난 13일 울산공장에서 가진 ‘전기차(EV) 전용 공장’ 기공식은 정 회장이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강조한 두번째 액션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1968년 ‘세계시장에 대한민국 자동차를 선보이겠다’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원대한 꿈으로 출발한 울산공장에서 손자 정의선 회장이 ‘100년 기업’의 도전을 얘기한 일이다. 울산공장은 단일로는 세계 최대규모 자동차공장이다. 약 2조원을 투입해 연 20만대 규모의 국내 최대 전기차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울산공장은 향후 ‘전동화 허브’로 탈바꿈 할 예정이다.

이날 AI로 복원 된 조부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 회장은 감격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라며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생생한 육성을 들은 정 회장은 “선대회장님이 생각하셨던 그 정신, 그리고 ‘하면 된다’는 생각, 또 근면한 생각들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가 같이 노력할 각오”라고 전했다.

정 회장 의지에 맞춰 현대차는 계속적으로 헤리티지 사료를 발굴하고 정리, 고객과 공감이 가능한 헤리티지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긴 호흡으로 과거의 헤리티지를 아카이빙하고 오늘날의 활동 역시 기록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까지 개선, 전사적인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헤리티지 소통을 해외로도 확대해 전 세계에 ‘우리다움’을 알리고자 한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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