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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에서 울산 ARC 기공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SK지오센트릭

울산에서도 기름을 뽑는다. 물론 땅에서 직접 석유를 추출하는 것은 아니고, 땅에 묻히기 직전인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울산에 세우고, 화학업의 재부흥(르네상스)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 화학기업들은 중국의 범용 제품 생산 확대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감하게 납사분해설비(NCC)를 멈춰 세운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화학 사업을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착공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을 비롯해 글로벌 파트너사인 캐나다 Loop사 다니엘 솔로미타(Daniel Solomita) CEO,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CEO, 영국 플라스틱에너지 잉 스테이튼 (Ying Staton) 부사장 등 각 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울산 ARC 의미와 목표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화학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Renaissance)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재생, 부흥(부활)의 개념인 르네상스를 플라스틱에 적용,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다시 쓰임새를 찾도록 하고 화학산업에도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다.

SK지오센트릭 울산 ARC의 경쟁력은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모아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폐비닐 등을 열로 분해해 나프타, 경유 등을 뽑아내는 열분해 및 후처리, 자동차 내장재나 가전제품 등에 활용되는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페트(PET)병이나 폴리에스테르 원단 등 플라스틱을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 등이다. 열분해유는 영국 플라스틱 에너지, PP추출은 미국 PCT, 해중합 기술은 캐나다 루프(Loop)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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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사장들이 울산ARC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Daniel Solomita) 루프(Loop Industries) 사장, 잉 스테이튼(Ying Staton) 플라스틱에너지(Plastic energy) 부사장./SK지오센트릭

여기에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사업 경험에서 확보한 후처리 기술도 활용해 플라스틱을 자원으로 되돌린다. 플라스틱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플라스틱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찾고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울산 ARC가 가동되면 매년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톤)의 약 9%를 자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에 플라스틱 재활용 1호 공장을 설립해 국내 환경문제 해결에 먼저 기여하고, 추후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나 사장은 “프랑스에서는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는 등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협력사들도 울산 ARC가 세가지 기술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잉 스테이튼 (Ying Staton) 플라스틱에너지 부사장은 “울산ARC 구축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매립, 소각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을 위해 화학적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PCT사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CEO 또한 “한국은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이자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PCT의 기술 시설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라 판단한다”며 “SK는 제조업계 글로벌 리더이며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특히 PP)에 대해 당사와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이라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전망도 부각됐다. 나 사장은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글로벌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으며 생산될 물량의 30%가량이 선판매 협의 단계”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수요가 공급보다 앞서는 시장이며 빠르고 확실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사장은 공장이 세워지고 상업가동이 시작되면 울산 ARC에서 매출 7000억원 이상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익도 25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계 각국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겠다는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 사장은 “고품질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들수 있는 회사가 얼마 없는데, 이 세곳의 기술을 한 곳에 합친 것은 울산 ARC 뿐”이라며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는 생산 물량의 70%까지 선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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