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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서울잠실구장에서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힘껏 들어 올렸다. 29년의 한을 푼다는 여론의 평가가 많았지만, 사실 긴 시간 인고한 LG의 배터리·전장사업의 성과와도 오버랩 된다. 배터리 세계 1위(중국 제외), 글로벌 가전 1위, 전장사업 수주잔고 100조원…. 취임 5년, 구 회장이 들어올린 또 다른 이름의 트로피다.

LG가 독해졌다고들 한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그때부터다. 협력해서 화합하자는 ‘인화’의 LG가 뛰어들었다 하면 반드시 성과를 내는 일명 ‘홈런’ 경영 방식으로 공격적으로 바뀌면서다.

이전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독해진 LG그룹은 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었고, 경쟁력 있는 사업엔 득달같이 달려들어 어떻게든 실적을 냈다.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외친 ‘고객 경영’의 핵심은 돈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라는 특명과도 같다.

재계에선 조용하지만 강한, 구 회장의 ‘혁신 리더십’이 지난 5년간 LG를 ‘1등 DNA’로 독하고 강하게 무장시켰다고 평가한다.

◆독해진 LG, 몸집 40% 불려… 돈 되는 비즈니스 한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LG그룹의 공정자산규모는 2018년 123조1000억원에서, 2023년 171조2440억원(2023년 4월 기준)으로 커졌다. 구 회장 취임 5년새 39.1% 불어난 셈이다.

기초 튼튼하고 기술력 좋은 LG가 왜 장사는 잘 못하느냐는 지적이 많았던 2018년, 구 회장이 취임했다. 곧바로 변화와 혁신이 시작됐다. 2018년 대규모 적자를 내던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2021년엔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한 결단도 내렸다. 그렇게 정리 후 집중한 영역이 전장사업과 로봇사업이다.

당시 4조2876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던 전장사업은 이제 10조를 넘어섰고 영업실적은 매년 수천억원 적자에서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서 올해는 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점쳐진다.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사업에도 일찌감치 올라타 상업·산업용 로봇을 내놓으며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서브봇 ‘클로이’는 식당과 호텔 등 광범위하게 서비스시장에 침투 중이고 산업용 로봇 역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에 공급하며 빠르게 실적을 올리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점유율 1위다. 현재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2위 자리를 놓고 SK하이닉스와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로 성장했다. 가전사업 역시 글로벌 기업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다. 이제 TV로는 새 수익을 내기 위해 ‘LG 채널 3.0’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구상 중이다.

2019년 경쟁사와 배터리 분쟁을 벌여 2021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독하게 달려들어 무려 2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받아냈다. 고객사의 전기차 화재와 리콜이 발생했을 때에도 분담금 비중 조정에서 치열하게 다퉈 나름 선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전의 ‘인화의 LG’와는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쏟아진 배경이다.

구 회장은 2022년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영업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자 글로벌 배터리 공장을 잇따라 찾았다. 폴란드와 미국을 오가는 강행군이었다. IRA는 배터리 원료를 미국이나 동맹국 내에서 구해야 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정부에서도 당장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라 진단할 정도의 난제였다. 당시 LG는 모든 로비력을 쏟아 이에 대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로 뛴 결과는 IRA에 가장 잘 대응한 배터리 회사라는 평가로 돌아왔다. 전기차 진출이 늦은 세계 1위 자동차회사 토요타가 최근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파트너로 LG를 택한 게 그 방증이다. 최대 30조원어치 배터리를 향후 10년간 LG로부터 공급받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고객’ 또 ‘고객’… 비즈니스 모델 발굴 ‘특명’
구 회장의 신년사는 매년 ‘고객’을 강조하는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취임 후 2019년 첫 신년사는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봤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였다.

이듬해인 2020년 신년사 역시 “고객 가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고객 불만이 아닌,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에 대한 얘기”라고 했다.

재계에선 기초 탄탄하고 기술력 좋은 LG가 판매에선 늘 경쟁사에 밀린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고객 감동’을 외치는 구 회장의 요구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요컨대 LG전자가 지난 5월 내놓은 휴대할 수 있는 신개념 포터블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가 대표적인 고객 니즈를 읽은 제품이다. 같은 패널을 갖고 27인치 모니터를 만들면 20만원대 제품이지만, 스탠바이미를 만들면 100만원에 팔 수 있다. 고객의 니즈를 읽으니 수익성까지 좋아진 셈이다.

일본 재계 1위 토요타자동차의 핵심 가치가 바로 ‘고객’이다. 차를 파는 것이,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창업주의 마인드가 그룹의 핵심이념으로 만들어졌다. 이 이념은 일본 기업들의 교본처럼 받아들여졌다. 기술력 좋은 LG에 가장 필요한 키워드가 ‘고객’이었던 이유다.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 신사업 도전문화 불러왔다
구 회장의 경영철학을 논할 때 ‘고객’ 말고 떠오르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도전이다. 2020년 구 회장은 그룹의 핵심 전략기지라 할 수 있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임직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다. LG사이언스파크만의 도전의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이 지목한 3대 성장동력과 새로운 도전은 일명 ‘A-B-C’로 불린다. AI·바이오·클린테크다. AI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R&D 추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5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엑사원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이미지 생성 AI인 아뜰리에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케이스 디자인과 LG전자의 가전제품 디자인에 활용 중이다.

LG화학은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지난해부터 5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고 그 일환으로 올 1월 미국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구 회장은 또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등 클린테크 분야에 5년간 1조80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업체와 협력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신사업 영역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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