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류 업계는 소주·맥주 출고가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뉴시스

결국 올랐습니다. 서민의 술, 소주·맥주 이야기입니다. 한쪽이 올리기 시작하니 너도 나도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인상에 나선 건 오비맥주였습니다. 지난달 4일 오비맥주는 자사 주요 제품인 카스·한맥 등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습니다. 그나마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카스 500㎖ 캔 제품 값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대표 제품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과 ‘진로’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뉴시스

한쪽이 올리니 다른 쪽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죠. 다음 주자는 하이트진로였습니다. 지난 9일 하이트진로는 일부 자사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주 시장의 선두를 지키는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이 6.95% 올랐습니다. 360㎖ 병 제품과 1.8L 미만 페트류 제품이 대상이죠.

하이트진로의 다른 소주 제품 ‘진로’도 360㎖ 병 제품 출고가가 9.3% 올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1.8L를 넘는 제품들은 인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죠. 과일주에 많이 쓰이는 3.6L 용량의 ‘참이슬 담금주’가 여기 속합니다.

가장 최근에 합류한 주자는 부산 지역을 책임지는 주류 업체 ‘대선주조’입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대선소주’ 그리고 ‘대선 샤인머스켓’, ‘시원’ 3가지 제품이 이번 인상의 주인공인데요. 대선소주·시원의 출고가는 1166.6원에서 1247.7원으로 오르며 6.95%의 인상률을 기록했습니다.

소주 출고가 인상은 주정 가격 인상,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이 겹친 결과다. ⓒ뉴시스

소주 제품들의 인상률은 대부분 6.9%~6.95%로 다들 엇비슷합니다. 인상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죠. ‘주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다 올랐으니 출고가 인상은 불가피했다’라는 겁니다.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건 소주의 주재료인 ‘주정’. 이 주정과 물을 적정 비율로 혼합하고, 감미료를 입히면 우리가 아는 소주가 탄생하는데요. 이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곳이 바로 ‘대한주정판매’입니다. 1972년 국내 10개 주정 제조회사가 힘을 합쳐 만든 판매 전담 회사죠. 각 업체가 주정을 만들면 대한주정판매에서 주류 회사에 주정을 납품하는 식입니다. 대한주정판매에서 조정하는 가격이 모든 소주 상품값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입니다.

이미 주정 가격은 2년 연속 상승해온 바 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2년 주정값은 10년 만에 7.8% 올랐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에 9.8%로 한 번 더 올랐죠. 대한주정판매의 ‘빅 스텝’이라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료로 쓰이는 타피오카 전분 가격, 그리고 주정 제조 설비에 쓰이는 에너지 가격이 상당히 올랐기 때문이죠. 심지어 병뚜껑 가격도 올랐습니다.

정부는 그간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주류 업체에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이어왔는데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에 “소주 등은 우리 국민들이 정말 즐기는 그런 물품”이라며 소주를 콕 집어 얘기하기도 했죠. 하지만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주정이 오르고, 주정이 오르자 소주 가격이 오르고……. 가격 상승의 연쇄작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오비맥주는 일부 제품에서 용량을 줄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뉴시스

동시에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에게 따로 알리지 않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지난 4월 오비맥주가 카스맥주 묶음 제품에서 1캔당 용량을 375㎖에서 370㎖로 줄인 것이 대표적이죠.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은 줄어드니 사실상 가격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내죠. 이런 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기만’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양한 대외 요인이 엄습해오는 요즘. 소주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한 것도 물론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업체들의 인상 릴레이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가격이 한번 오르면 내려가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인상이 계속되면 밥상 물가 부담은 계속 커지겠죠.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존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사히’는 최근 국내 소매점 매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뉴시스

편의점 매출에 힘입어 활짝 웃은 업체도 있는데요. 바로 일본의 맥주 브랜드 ‘아사히’입니다. 지난 11월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소매점 맥주 매출 순위에서 아사히는 3위를 차지했습니다. 카스(오비맥주)·테라(하이트진로)가 각각 1위와 2위를,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가 4위를 기록했는데요.

카스의 소매점 매출은 4281억 2400만 원으로 다른 경쟁사들을 한참 따돌렸습니다. 2위 테라는 작년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1205억 6500만 원이었고요. 3위 아사히는 841억 1800만 원으로, 752억 700만 원을 기록한 4위 켈리를 약간 앞섰습니다.

3위가 그리 대단한 거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3분기는 ‘맥주 성수기’로 불립니다. 여름을 맞아 맥주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말하자면 3분기 매출을 보면 업체들의 힘겨루기 결과를 알 수 있는 셈이죠.

지난 7월 아사히는 신제품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을 출시했다. ⓒ롯데아사히주류

지난 7월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이하 ‘아사히 생맥주캔’)’이 출시되면서 아사히는 큰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소매점 매출에서 아사히는 9위에 머물렀는데요. 출시하자마자 7월 소매점 매출 3위로 뛰어올랐습니다. 8월에 잠깐 4위로 내려갔지만 9월에 다시 3위로 복귀했죠.

캔 뚜껑이 통째로 열린다는 점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데요. 시원하게 뚜껑을 열어젖히면 안에서 맥주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데요. 캔의 보관 온도·캔을 쥔 사람 손 온도에 따라 거품이 이는 정도도 다릅니다. 기호에 따라 거품 양 조절도 가능하죠.

뚜껑을 따면 거품이 풍성하게 생기는 것이 제품의 특징이다. ⓒ롯데아사히주류

캐릭터 없이 담백하게 제품만 광고했다는 점도 아사히 생맥주캔의 특징입니다. ‘캐릭터’를 내세운 홍보 전략이 최근 업계의 트렌드이기 때문이죠.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의 두꺼비,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새로’의 마스코트 ‘새로구미’, 오비맥주 ‘OB라거’의 곰이 대표적입니다.

일단 캐릭터가 있으면 주류 제품뿐만 아니라 기타 굿즈로 개발하기도 쉽습니다. 젊은 세대와 밀착해 친밀감을 형성한다는 홍보 전략과도 일치하죠. 홍대·성수·강남 등 청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시음 행사를 하고 주류 마스코트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습니다.

아사히 생맥주캔의 팝업스토어 모습. ⓒ롯데아사히주류

물론 아사히 생맥주캔도 출시와 함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맥주 거품은 그 자체로 볼거리·자랑거리입니다. 편의점 품절 대란이 일어나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아사히 생맥주캔을 인증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됐죠. 에디터도 아사히 생맥주캔을 계속 못 구하다10월 말이 되어서야 처음 마셔봤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몇 년간 아사히가 ‘노 재팬’ 열풍으로 국내 맥주 시장에서 고전했음을 생각하면 화려한 부활이라고 할 만하죠?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칭따오·하이네켄 같은 해외 맥주들이 채워왔지만 최근 칭따오는 ‘방뇨 맥주’ 논란으로 기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죠. 이때문에 우리나라의 중국 맥주 수입이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에비해 일본 맥주 수입은 300% 넘게 증가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4분기 매출에서 웃는 회사는 과연 누가 될지 흥미진진한 주류 대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더농부가 후속 보도를 통해 업체들의 성적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더농부 인턴 유승재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경제, <“테슬라 값 오른다”…하이트진로, 참이슬·테라 출고가 인상>

한국경제, <이 정도면 ‘예스 재팬’…맥주 수입국 1위 자리 되찾은 일본>

한국경제, <소주 출고가 올랐지만…도매상들은 “당분간 동결”>

한국경제, <하이트진로 이어 대선소주도 출고가 6.95% 인상>

뉴스1, <[단독]대선주조 소줏값 6.95% ↑…‘도미노 인상’ 시작>

뉴시스, <병값에 주정까지 다 올라…“소주 가격 인상 시간 문제”>

조선일보, <소주 1병 7000원 시대 오나... 원료값 20년만에 최대폭 인상>

위클리서울, <정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식품·주류업계 ‘동결’>

이뉴스투데이, <소주가격 인상 막아선 주류도매업계, 언제까지?>

매일경제, <‘아사히’가 술판 엎었다며? …싹 바뀐 ‘홈술 맥주’ 인기 순위 보니>

스트레이트뉴스, <맥주업계, 아사히 질주에 ‘홈술’ 경쟁 가열>

이투데이, <칭다오 ‘소변 맥주’ 파장에…日 아사히, 수입맥주 왕좌 꿰찼다>

연합뉴스, <‘홈술’ 인기 맥주 1위는 ‘카스’…테라-아사히-켈리 순>

㈜대한주정판매 공식 홈페이지

롯데아사히주류 공식 홈페이지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더농부 구독하고 전국 먹거리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