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는 7회초 1사 만루에서 최지민(KIA 타이거즈)이 잘 막아준 것이다. 이후 흐름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천신만고 끝에 호주를 꺾은 류중일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소감을 전했다.
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첫 승을 신고하며 대회를 시작하게 됐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선발투수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흔들린 한국은 1회초 선취점을 뺏겼다. 클레이튼 캠벨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은 것.
이후 한국은 2회말 김형준(NC 다이노스)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초반 난조를 딛고 호투하던 문동주가 6회초 선두타자 알렉스 홀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했다.
그러나 한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8회말 김주원(NC)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주자를 두 명 놓고 시작하는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 10회말 공격에서는 노시환(한화)이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키며 한국에 극적인 승리를 안겼다.
타선의 빈약한 공격력은 아쉬웠지만, 투수들의 역투는 박수를 받을 만했다. 문동주(5.2이닝 2실점)를 비롯해 김영규(NC·0.2이닝 무실점)와 신민혁(NC·0이닝 무실점)-최지민(0.2이닝 무실점)-최승용(두산 베어스·1.2이닝 무실점)-정해영(KIA·1.1이닝 무실점) 등 투수진들은 대부분 쾌투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중 류중일 감독이 가장 많은 박수를 보낸 이는 7회초 등판한 최지민이었다. 당시 한국은 1사 만루에 몰렸으나, 최지민이 두 타자를 유격수 플라이, 우익수 플라이로 이끌며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류중일 감독은 “참 힘든 경기를 했다. 선발 문동주가 홈런 하나 맞았지만 잘 던져줬다”며 “승부처는 7회초 1사 만루에서 최지민이 잘 막아준 것이다. 이후 흐름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7회초 최지민도 잘 막아줬고 8회초와 9회초 최승용도 잘 막았다. 마무리 정해영도 역시 잘 막았다. 수비도 좋았다”며 “그런 부분 덕분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류중일 감독은 “타자들은 처음보는 투수들이라 그런지 고전했다. 호주 투수들의 변화구가 낮게 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마지막에 노시환이 결승타를 쳐서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8안타 3득점에 그친 타선의 빈약한 공격력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 하지만 이번 APBC는 유망주들을 위한 대회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연령 제한도 있다.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리그 구단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들만 나설 수 있다. 3장의 와일드카드도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
류 감독은 “국제대회에 나오면 처음 보는 투수를 상대하게 된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타격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같다. 상대 투수들이 공은 빠르지 않은데, 낮게 형성되다 보니 고전했다”며 “내일(17일)은 타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첫 승을 따낸 한국은 이제 17일 일본과 격돌한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상대다.
류중일 감독은 일본전 선발투수로 이의리(KIA)를 낙점했다. 2021년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의리는 올해까지 76경기(380.1이닝)에서 25승 22패 평균자책점 3.83을 작성했다. 2022시즌(10승 10패)과 올해(11승 7패)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류 감독은 “선발투수는 이의리다. 일본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투수다. 일본도 좌타자들이 많다. 이의리가 제구만 잘 되면 잘 막아주리라 생각한다. 볼도 빠르다. 제구가 잘 될 때는 상대가 못 치는 스타일이다. 내일은 1회부터 (이의리의) 제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 그것만 관찰하도록 하겠다(웃음)”고 이의리의 선전을 기대했다.
일본의 선발투수로는 좌완 스미다 지히로(세이부 라이온즈)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2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세이부의 선택을 받은 스미다는 올 시즌 9승 10패 평균자책점 3.44를 마크했다. 류중일 감독은 “오늘과 내일 경기 전 (스미다의) 투구 영상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류 감독은 “요 근래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잘 이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번 APBC는) 세대교체를 하는 대회”라며 “어린 선수들이 내일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일본 야구를 상대해보면 많이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선수들이 많이 배울 것을 강조했다.
도쿄(일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