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대한축구협회클린스만 감독/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수비형 미드필더 구성에 고민이 깊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 말을 꺼내자마자 박진섭(28·전북 현대)이 대표팀에 대체 발탁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싱가포르는 플레이오프에서 괌을 꺾고 2차 예선에 진출했다. FIFA 랭킹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24위, 싱가포르는 155위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는 취재진의 말에 “저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 내부적으로 자주 논의한다. 변화를 언제 줘야 하는지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싱가포르전 당일 축구대표팀 명단에 변화가 생겼다. 공격형 미드필더 홍현석(24·KAA 헨트)을 소집 제외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을 대체 발탁했다. 홍현석은 15일 진행한 훈련에서 왼쪽 정강이 고통을 호소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팀과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좌측 경골에 미세한 피로골절이 발생한 걸 파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홍현석 부상은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피로골절 초진의 경우 초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무팀의 판단으로 더 큰 부상을 예방하고자 휴식 부여 차원에서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박진섭은 15일 밤 대표팀 숙소에 합류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진섭/대한축구협회항저우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3인방(백승호, 박진섭, 설영우)/대한축구협회

박진섭은 생애 첫 A대표팀에 발탁됐다. 앞서 지난 9~10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박진섭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와 동시에 병역특례까지 받아 겹경사를 맞았다. A대표팀 발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진섭은 ‘인생 역전’의 아이콘이다. 전주조촌초, 고창중, 전주해성중, 전주공고에서 성장한 그는 2017년 당시 내셔널리그(당시 3부리그 격) 대전코레일에 입단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8년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2020년 대전 하나로 팀을 옮겼다. 2021년에 K리그2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고 이듬해 K리그1 전북으로 이적했다.

돌고 돌아 자신의 드림 클럽인 전북에 몸을 담았다. 전주 로컬보이 박진섭은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전북 홈경기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언젠가 전주성에서 뛰고 싶다는 꿈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그 꿈을 이뤄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말한 바 있다. 박진섭은 2022년에 K리그1 베스트 일레븐으로 선정됐다.

지난 2시즌 동안 전북에서 K리그 최정상급 수비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본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중앙 수비까지 소화했다. 당시 전북을 이끌던 김상식 감독은 “진섭이는 가진 능력이 많은 선수다. 어느 자리에서도 제 몫을 해준다. 리더십도 뛰어난 선수”라며 박진섭의 멀티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박진섭/한국프로축구연맹박진섭/한국프로축구연맹전북 주장 완장을 찬 박진섭/한국프로축구연맹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갈고 닦은 ‘멀티 능력’이 이제야 빛을 발한다. 마침 축구대표팀은 중앙 수비 자원이 부족해 고민하던 상황.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싱가포르전을 앞두고 센터백 3명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 현대)을 뽑았다.

싱가포르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온 클린스만 감독은 “친선경기와 달리 월드컵 예선 엔트리는 23명이다. 각 포지션별 2배수로 뽑으려고 했지만 스트라이커 3명이 모두 잘해서 스트라이커 한 자리에 3명을 뽑았다. 그래서 센터백을 4명 뽑지 않고 3명만 발탁했다. 내 결정이다”라고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은 박진섭 대체 발탁으로 일부 해소됐다. 박진섭은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 수비수로 출전해 맡은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A대표팀 경험은 없지만 소속팀 동료인 김진수, 문선민이 대표팀에 함께 뽑혀 적응 문제는 없다. 또한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도 이번 엔트리에 발탁돼 박진섭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하부리그에서 경쟁하던 박진섭은 묵묵히 한 계단씩 올라섰다. 3부리그를 거쳐 2부리그, 1부리그에 올라섰으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젠 A매치 데뷔를 앞뒀다.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출전까지 도전할 수 있다.

K리그2 대전 시절 박진섭/한국프로축구연맹2022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 일레븐에 뽑힌 박진섭/한국프로축구연맹

# 축구대표팀 11월 A매치 소집명단(23명)

골키퍼: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 벨마레)

수비수: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진수(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미드필더: 박진섭, 문선민(이상 전북현대), 이순민(광주FC),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아인), 이재성(마인츠),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공격수: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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