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은 첫째,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업이라야 된다.”

1938년. 당시 28살의 청년 이병철은 자본금 3만원으로 무역회사 삼성상회를 세웠다. 이병철은 제일제당, 제일모직까지 세워 제조업에 뛰어든 후 유통, 금융, 언론에까지 진출하며 삼성그룹을 만들었고, 기업이 나라를 먹여살려야 한다며 ‘사업보국’을 내세웠다.

불모지였던 전자산업에 뛰어든 그의 과감한 선택은 삼성전자로 이어졌다. 덕분에 삼성은 지난 2012년에 312조원을 넘기며 처음으로 그룹 매출 외형이 300조원대에 진입해 지난해 4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삼성 그룹이 기록한 매출 규모는 82개 그룹 전체 매출 2247조2497억원의 18.6%를 기록했다. 82개 그룹에서 올린 작년 전체 매출의 5분의1 정도는 삼성이 책임진 셈이다.

1972년 장충동 자택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처럼 글로벌 초일류 기업인 삼성을 만든 호암 이병철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지 올해로 36년을 맞았다. 여러 부침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도전정신을 내세웠던 호암의 발자취를 따라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계열 그룹들이 생겨났고,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호암의 기일을 맞아 추도식에 참석해 ‘사업보국’ 창업이념을 되새기며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이병철 창업주의 기일은 11월 19일이지만, 올해는 일요일이어서 17일로 앞당겨져 추도식이 진행된다. 범삼성 계열 그룹들은 예년처럼 올해도 시간을 달리해 용인 선영을 찾는다.

그러나 호암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과 일정이 겹쳐 추도식에 불참한다. 결심공판은 형사 사건 재판선고 전 마지막 절차로, 검찰의 구형에 이어 이 회장의 최후진술이 진행된다. 이날 결심공판은 저녁 6시까지 예정돼 있다.

이 회장은 추도식 날 다른 일정이 있었던 2017년(재판), 2021년(미국 출장)을 제외하면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 왔다. 2020년에는 참배 후 선영 인근에서 삼성 계열사 사장단 50여명과 점심을 먹었다. 그는 당시 이 자리에서 “기업은 늘 국민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며 사회에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이건희) 회장님의 뜻과 (이병철)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창업이념을 계승·발전시키자”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재판 영향 등으로 호암 기일과 관련한 별도의 메시지는 없을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삼성에서는 오전 중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등 다른 가족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종희 DX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 부문장(사장) 등 사장단은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날 오후에는 호암의 외손자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사장단 등이 선영을 찾아 참배한다. 호암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등과 함께 18일이나 19일에 선영을 찾을 예정이다.

이재현 회장은 예년처럼 추도식과 별도로 호암이 생전에 살았던 서울 장충동 고택에서 고인의 제사를 지낸다. 제사는 19일 저녁 열린다. 재계 관계자는 “범삼성 계열 그룹 일가는 과거 호암 추도식을 공동으로 열었다”며 “형제인 CJ 이맹희 전 회장과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이 상속 분쟁을 벌인 2012년부터는 같은 날 시간을 달리해 별도로 행사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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