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를 두고 또 다시 ‘인사 참사’ 논란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뿐 아니라 본인의 근무시간대 주식 투자와 잦은 골프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잇달아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폭문제가 반복적으로 걸러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1차 인사검증을 맡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책임론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15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법무부-서울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설치’운영 업무협약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과 관련해 잘못이 자신에게 오롯이 지워진다며 ‘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장관이 정치권 일각의 관측대로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정치인생에도 인사검증 부실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김 후보자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문제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공직자 자녀 학교폭력 사건이 여러 차례 반복됐음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6개월 동안 자녀 학폭 문제가 제기된 인사는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승희 전 대통령실 비서관에 이어 김 후보자가 네 번째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 질의에 예비 후보자로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자기검증자료를 제출한 게 지난 6월인데 당시 질문서에는 학교폭력 여부를 묻는 항목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 뒤 9월 인사정보관리단과 전화통화에서 학교폭력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김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이 학교폭력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 설명에 따르면 인사정보관리단은 후보자의 진술만 믿고 학폭 문제는 건너뛴 셈이다. 당사자의 진술 없이는 자녀의 학폭 여부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의 부실 검증에 관한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 자녀 학폭문제를 처음 제기한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자녀들의) 서류상 초’중’고교 학폭 기록이 있느냐 없느냐만 확인하면 되는데 (인사정보관리단이) 그것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래서 인사참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의 인사검증과 관련해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학폭 문제뿐만이 아니다. 김 후보자가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하거나 골프를 쳤던 사실 등 민감한 여러 사안들에서도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

김 후보자는 최근 2년 동안 근무 도중 수십 차례에 걸쳐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더해 김 후보자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을 발사한 시기에 골프장을 방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실종 수색이 벌어지던 2020년 9월23일에도 진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를 향해 인사검증 과정에서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했던 점에 관한 질문이 없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근무시간에 했느냐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며 “거래 내역 현황만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최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국회 예결위 회의 시작 전 주식거래를 했던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던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반드시 점검됐어야 할 사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후보자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날 골프를 쳤던 사실에 대해서는 아예 검증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골프에 대한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마저 김 후보자의 행실과 관련해 “주식 거래와 북한 미사일 발사 당일 골프장에 간 것을 반성하고 계시냐”며 “공직자의 가족마저도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처신을 해야 된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지적했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가 11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이 검증할 가치가 없다며 집단 퇴장해 파행됐다.

특히 야권은 일제히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한 장관이 이끄는 인사정보관리단 책임론을 제기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인사는 자녀 학폭이 필수 스펙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16일 비상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파행의 최대 원인은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철저한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날 한 장관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의 대한적십자사 활동이 언론에 알려진 것을 두고 출마 선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장관은 그동안 총선 출마나 정치권 진출과 관련해 장관으로 직무에 충실하겠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전날 배우자의 활동이 드러난 것에 관해서도 “국무위원 가족의 일상적 활동’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한 장관이 거취를 정치 쪽으로 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한 장관이 총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인사정보관리단의 개선이 과제로 여겨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정평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인사 실패가 꾸준히 꼽히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인사정보관리단의 거듭된 부실 검증은 책임자인 한 장관의 정치 행보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미 인사정보관리단은 여러 논란 끝에 자진사퇴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의 사례에서 실패를 거듭한 만큼 김 합참의장 후보자 논란까지 확산한다면 한 장관의 책임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10월23일 cpbc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한 장관을 놓고 “만약 본인이 출마 의사가 있다면 남은 기간 법무부 장관으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적 소양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며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바라봤다.

한 장관은 김 후보자 인사검증과 관련해 인사정보관리단의 책임을 덜어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장관은 15일 ‘법무부-서울특별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설치’운영 업무협약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김 후보자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저희가 하는 인사 검증은 객관적인 프로토콜에 따른 자료 수집”이라고 말했다.

앞서 10월에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한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은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만 하고 대통령실에 넘길 뿐 가부 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을 대통령실에 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대철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