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 사이 상속 재판이 재개돼 양측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이번 재판에서는 구연경 대표가 기존 상속합의를 번복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상속 재판이 16일 재개돼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410호 법정에서는 피고 구 회장 측과 원고인 김여사, 구연경’구연수 씨 사이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번 변론기일은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을 증인신문하는 것이 주된 내용을 이뤘다.

피고측 변호인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구 대표를 포함한 원고 측이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을 공개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녹취록을 토대로 하 사장에게 “구연경 대표가 ‘아빠(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 없이 분할 합의를 리셋해야 한다’고 말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하 사장은 이런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피고측은 녹취록을 근거로 원고측이 상속 과정에서 기망이 있어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기존 3차에 걸쳐 이뤄진 상속 합의를 번복했다는 논지를 펼쳤다. 이를 놓고 재판부에서는 준비서면으로 대체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피고측 신문을 제지했다.

원고측 변호인은 김영식 여사와 구광모 회장의 여동생들이 상속과정에 기망을 당했으며 LG 지분을 법정비율에 따라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을 기초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하 사장은 증언석에서 “상속합의와 관련된 문서를 상속 대상자들에게 보고하면서 사인을 받았고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영식 여사 등 원고 측이 합의사항에 기망이 있었다고 느꼈다면 그동안 충분히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상속 문제에 관해 세 차례에 걸친 합의를 통해 직접 동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원고측은 구광모 회장의 친부이자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하범종 사장 등 관계자들이 구본무 선대회장 사망 직후 금고를 열어본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유언장을 없앤 게 아니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하 사장은 “구본능 회장이 형제로서 이해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사생활)적 물품이 있어 가져간 것으로 안다”며 유언장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 사장은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명예를 존중하기 위해 해당 물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재판장에게 소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리고 하 사장은 이번 소송과 관련한 증언에서 일관되게 LG그룹의 상속 전통에 따라 구본무 선대회장으로부터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상속재산관련 소송이 진행된 2023년 11월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410호 법정 앞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지분 11.28% 가운데 지분 8.76%를 상속받아 LG 지분 15.95%를 현재 쥐고 있어 LG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은 LG주식(구연경 2.01%, 구연수 0.51%)과 구본무 선대회장이 금융투자상품 및 부동산, 미술품 등 5천억 원 규모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이번 소송에서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승소한다면 이들 세 사람의 LG지분은 14%까지 확대되고 구광모 회장의 지분은 9.7%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영식 여사 측이 승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하도록 정해진 존속기간)이 지났고 구광모 회장측과 상속개시 당시 합의한 사항에 무효 증거를 찾기 어려워서다. 이번 2차 변론기일에서도 판세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영식 여사 측 변호인단에 속한 중량감 있는 변호사들이 최근 사임한 것도 그런 해석에 힘을 싣는 소재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앞서 김영식 여사 측의 사건을 수임했던 강일원 케이원챔버 변호사와 강규상 변호사는 2023년 10월6일 법원에 소송대리인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일원 변호사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을 역임했으며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으로 참여한 거물급 변호사다.

이날 원고측 변호인단에는 법무법인 율우가 새롭게 합류했다. 율우에서는 이정민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1999년 수원지방법원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등을 거친 판사 출신으로 2022년 3월에 율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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