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문동주./게티이미지코리아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문동주./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직구 만큼은 특급이라고 생각한다”

문동주는 16일(한국시각)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1차전 호주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투구수 102구, 5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4볼넷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154km.

APBC의 경우 다른 국제대회들과는 달리 ‘성적’보다는 어린 유망주들에게 ‘경험’을 심어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 대회다. 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아무리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승부욕이 불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곧 선수들의 성장과도 직결 될 수 있다. 따라서 류중일 감독은 APBC 대표팀의 첫 훈련 때부터 ‘결승’ 진출을 목표로 호주와 대만을 반드시 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결과 류중일 감독은 일본과 맞대결 또는 결승전이 아닌, 1차전 호주와 맞대결부터 선발로 문동주를 내세웠다. 사령탑은 지난 15일 “호주전을 승리해야만 결승전에 갈 수 있다. 문동주가 가장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1차전 선발로 선택했다”고 밝혔고, 문동주 또한 “한국에서부터 준비를 잘했다. 컨디션이 너무 좋다. 아시안게임 때 좋은 기억이 있고, 좋은 기운을 잘 갖고 등판하겠다”고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문동주./게티이미지코리아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문동주./게티이미지코리아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문동주./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문동주는 최소 실점을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 만큼은 조금 아쉬웠다. 스타트부터 좋지 않았다. 문동주는 1회부터 컨트롤 난조를 겪으며 선두타자 리암 스펜스를 내보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후 문동주 폭투와 볼넷으로 1사 1, 3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호주의 4번 알렉스 홀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클레이턴 캠벨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실점은 없었지만, 불안한 투구는 계속됐다. 문동주는 2회 우익수 뜬공과 1루수 땅볼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으며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짓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브릴리 나이트에게 안타를 허용, 후속타자 스펜스에게 다시 한번 안타를 내줬다. 이때 문동주는 우익수 윤동희의 강한 어깨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닝을 마쳤다. 이후 문동주는 3회에는 안타, 4회에는 볼넷을 허용하면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가장 깔끔했던 이닝은 5회였다. 문동주는 1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호주의 상위 타선을 상대로 첫 타자를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이어 나오는 애런 화이트필드와 릭슨 윈그로브를 모두 삼진 처리하면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당초 류중일 감독은 문동주를 80~90구 선에서 끊을 뜻을 밝혔는데, 5회가 끝난 시점에서 문동주의 투구수는 84구. 하지만 문동주는 6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벤치의 이 판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문동주가 6회 선두타자 알렉스 홀에게 3구째 150km 직구를 공략당했고, 우측 담장이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호주에게 리드를 허용했다. 그래도 문동주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늘린 뒤 제시 윌리엄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문동주./게티이미지코리아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문동주./게티이미지코리아

류중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문동주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8~90구에서 끊어줄 뜻을 밝힌 것과 달리 102구나 뿌렸기 때문. 사령탑은 “경기 전에는 오랫동안 경기를 안 했기 때문에 90개를 생각했는데, 5회 끝나고 밸런스가 좋아서 100개까지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5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5⅔이닝을 단 2실점(2자책)으로 묶어낸 문동주의 역투와 계투진들의 탄탄한 투구, 승부치기에서 노시환의 역전 끝내기 적시타에 힘입어 호주를 3-2로 제압하며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수모를 제대로 되갚아줬다.

문동주의 투구는 일본 현지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과연 어떻게 봤을까. 문동주의 투구를 도쿄돔 현장에서 지켜본 익명을 요구한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의 기자는 “문동주가 경기 초반에는 분명 컨트롤이 좋지 않았다. 특히 체인지업 등 변화구 컨트롤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매번 150km 이상의 빠른 볼은 뿌리고, 모든 공에 힘이 있더라. 분명 인상적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문동주가 컨트롤에 애를 먹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5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낸 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쏟아냈지만, 조금 냉정한 평가도 뒤따랐다. 그는 “사사키 로키(치바롯데 마린스)와 오타니 쇼헤이급이냐고 묻는다면,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직구 만큼은 그들에 버금가는 특급이라고 생각한다”며 경험을 쌓고 조금 더 성장했을 때 무서운 투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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