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 처음으로 등장해 쾌투를 선보인 정해영(KIA 타이거즈)이 일본을 상대로도 좋은 투구를 선보일 수 있을까.

정해영은 16일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호주와의 경기에서 첫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호주와 2-2로 팽팽히 맞서 있는 9회초 2사 2사 1, 2루에서 그는 최승용(두산 베어스)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충분히 떨릴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상황. 그러나 정해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6구 승부 끝에 앞서 6회초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쳤던 알렉스 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호주전에서 APBC 첫 승전고를 울린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도쿄 일본)=이한주 기자
호주전에서 APBC 첫 승전고를 울린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도쿄 일본)=이한주 기자
 KIA 정해영은 자신의 성인 대표팀 데뷔전에서 쾌투를 선보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KIA 정해영은 자신의 성인 대표팀 데뷔전에서 쾌투를 선보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그리고 대회 규정에 따라 주자 두 명을 놓고 시작하는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 10회초에서도 정해영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무사 1, 2루에서 삼진과 병살타를 뽑아내며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병살타 때는 같은 팀 소속인 3루수 김도영(KIA)의 도움(?)도 받았다. 당시 정해영은 타자를 3루수 직선타로 이끌었는데, 김도영은 이를 완벽히 포구하지 못한 뒤 얼굴에 맞고 떨어뜨렸다. 하지만 김도영은 침착하게 3루 베이스를 밟고 2루로 송구하며 병살타를 완성했다.

이후 연장 10회말 노시환(한화 이글스)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한국은 APBC 첫 승을 신고하게 됐다. 최종성적 1.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남긴 정해영은 그렇게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승리투수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경기 후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마무리 정해영이 역시 잘 막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 정도의 대단한 투구였다.

정해영은 “(소집 훈련 당시) 대구에서 승부치기 연습을 할 때 던졌었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포수) (김)형준(NC 다이노스)이 형이 승부치기 때는 낮게 가달라고 해서 낮게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연장 10회초 무사 1, 2루에서 호주는 번트 대신 강공을 택했다. 이를 두고 데이비드 닐슨 호주 감독은 ”우리가 선공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더 유리했다. 그런 상황에서 1점으로는 부족했다”며 “라인업을 살펴봤을 때 번트보다 강공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아쉽게 결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단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이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고.

정해영은 “들어가기 전부터 코치님, 형준이 형이 (호주가) 번트 안 댈수도 있으니 초구를 조심하자고 했다. 호주가 번트 시도를 안 해서 더 집중했다. 이 타자만 막으면 좋게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첫 타자에 집중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번 APBC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유망주들을 위한 대회다.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리그 구단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들만 나설 수 있으며, 3장의 와일드카드도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

처음이자 가장 최근 대회였던 APBC 2017에서 일본, 대만 등과 경쟁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와 APBC 첫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분명한 약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해영을 제외하고는 전문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점. 지난 2020년 1차 지명으로 KIA의 부름을 받아 올해까지 통산 218경기(208.1이닝)에서 16승 18패 90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2.89를 올린 정해영도 마무리 경력이 깊지 않다. 그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로저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해영은 “(부담감이나 류중일 감독의 주문 등)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언제 나가든 주어진 임무만 열심히 수행하려 한다. 우리 투수들이 좋아서 제가 9회 안 나가고 앞에 나가도 최대한 막을려고 생각하고 있다. (호주전도) 우리 투수들이 다같이 잘해서 이겼다”고 투수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국은 이제 오늘(17일)과 내일(18일) 차례로 일본, 대만과 맞붙는다. 호주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 4개 팀 중 상위 2등 안에 들 경우 19일 오후 6시에 진행되는 결승행 티켓과 마주할 수 있다.

정해영은 “몸 상태가 지금 좋다. (앞으로도) 나가면 열심히 던지겠다”며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마지막에도 웃으면서 한국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한편 한국은 17일 진행되는 일본전 선발투수로 좌완 이의리(KIA)를 출격시킨다. 2021년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의리는 올해까지 76경기(380.1이닝)에서 25승 22패 평균자책점 3.83을 작성했다. 2022시즌(10승 10패)과 올해(11승 7패)에는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일본은 이에 맞서 좌완 스미다 지히로(세이부 라이온즈)가 나선다. 지난 2022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세이부의 선택을 받은 스미다는 올 시즌 9승 10패 평균자책점 3.44를 마크했다.

 정해영은 남은 APBC 경기들에서도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정해영은 남은 APBC 경기들에서도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도쿄(일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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