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관계 희미했던 지난해와 대조

고금리發 리스크 비용 확대 ‘촉각’

4대 은행 본점 전경. ⓒ각 사 4대 은행 본점 전경. ⓒ각 사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실적 그래프가 은행과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올해 들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호성적을 거둔 가운데 그룹 실적이 이와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고금리에 따른 리스크 관리 비용이 은행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그룹에 미치는 충격파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13조60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금융그룹별로 희비는 엇갈렸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370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2% 늘며 선두를 굳건히 했다.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 역시 2조9779억원으로 4.2% 증가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3조8183억원으로, 우리금융은 2조4383억원으로 각각 11.3%와 8.4%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4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4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런 흐름은 각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밀접히 맞물린 모습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은행이 눈에 띄는 성과로 그룹 실적 개선을 이끌었지만,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었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8554억원으로 12.0% 늘었다. 특히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7664억원으로 23.3%나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2898억원으로 3.5% 줄었다. 신한은행은 당기순이익이 2조5991억원으로 0.3% 증가하긴 했지만 큰 변화는 없는 수준이었다.

올해로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4대 시중은행들이 모두 확연히 나아진 실적을 거뒀지만, 그룹의 성적은 이와 별개로 움직이는 형국이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9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늘었지만, 지주사인 KB금융은 4조3948억원으로 도리어 0.3% 줄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3조95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0.4% 증가했지만, 하나금융은 3조5524억원으로 0.7% 늘어나는데 그치며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반대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은행과 함께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이 3조450억원으로 22.1% 급증하면서,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6423억원으로 15.5%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당기순이익이 2조8922억원으로 21.7% 늘면서, 우리금융 역시 3조1417억원으로 21.4% 증가했다.

앞으로 은행이 그룹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이 더 몸집을 불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높아진 금리의 여파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많아지고, 이런 흐름이 여신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게 되면 은행으로서는 더 많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

이미 시중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쌓은 신용손실충당금은 총 2조5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 늘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영업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부정적인 경기 흐름 등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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