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DV Edwards-Shutterstock.com

대낮에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온 아내는 다짜고짜 남편의 귀싸대기를 갈겼다. 오후 출근 준비는 않고 인터넷 게임에 빠진 남편이 야속해서가 아니었다. 무탈하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역설적인 응징이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사연이다.

글쓴이인 직장인 A씨는 “반차 써서 오후 출근이라 오전 10시쯤 일어나서 롤(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친구들 만나 점심 먹고 들어온다며 나갔던 아내가 갑자기 씩씩거리면서 집에 들어오더라”며 “내가 ‘벌써 왔어?’ 하니 무턱대고 내 귀싸대기를 2대 때리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고 당혹스러웠던 순간을 설명했다.

A씨가 “무슨 일이냐? 교통사고 냈냐? 사람 치었냐?”고 물어봐도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방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만 했다.

5명의 플레이어가 협동하는 롤의 특성상 A씨는 게임에서 바로 빠져나오지 못해 ‘귀환’ 찍고 마우스 패드로 시늉만 하던 찰나. 다소 진정됐는지 아내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아내 말에 따르면 친구들과 만나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상대방이 A씨 이름을 대면서 “OO 와이프 되시죠? 여기 병원인데 남편이 교통사고 나서 다리 수술해야 한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선 아내에게 A씨를 바꿔줬는데 A씨가 “나 다리 절단된 거 같다. 어떡하냐”고 울먹이더니 통화가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놀란 아내가 남편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가족의 신변과 관련된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당시 A씨는 핸드폰을 무음 상태로 충전 중이어서 전화를 못 받은 거였는데, 아내는 남편에게 큰 사고가 난 징후로 받아들였다.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 / 뉴스1

이 지점에서 아내에게 한 번 더 뺨을 맞은 A씨는 “롤 끝내고 얘기하자”며 7~8분을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다행히 팀원들이 잘해줘 게임은 이길 수 있었다.

임무를 완수한 A씨는 방바닥에 멍때리고 앉아 있는 아내와 잠시 중단됐던 대화를 속개했다.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아내는 정신이 반쯤 나갔다. 점심 약속이고 뭐고 A씨 회사에 “남편이 오늘 출근 못할 거 같다”고 통보하고선 허둥지둥 차를 끌고 집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남편이 휴대폰을 거실에 둔 채 방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걸 보고 안심이 되면서도 전화를 안 받은 데 대한 분노가 치밀어 귀싸대기를 날린 것이었다.

A씨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아내 달래주고 경찰서에 보이스피싱 신고하고 회사에도 사정을 설명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웃픈 해프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롤 마저 한 게 웃긴다”, “사랑의 싸대기”, “맞아도 싸네”, “아내도 롤을 해 보셨나 보네. 저걸 기다려주고”, “팀 게임 안 해본 아내면 보살 수준”, “전화는 최소 진동으로 해 놓자” 등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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