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맨’ 함정우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예전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3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1994년생 동갑내기 강예린과 결혼해 지난 3월 공주님(함소율)을 얻었다. 올해 전반기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장가를 가더니 성적이 안 나온다’는 농담도 들었다. 하지만 함정우는 하반기에 힘을 냈고, 1승에 상금랭킹 3위(6억3252만원), 생애 첫 대상(6062점)까지 받았다. 그는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장가를 잘 갔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국가대표 출신인 함정우는 2018년 코리안투어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2019년 SK텔레콤 오픈과 2021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2회를 포함해 6차례 ‘톱 10’에 오르며 상금 11위(4억362만원), 제네시스 포인트 4위(4632점)로 선전했다. 함정우는 올해 아내와 딸에게 우승을 선물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일이 꼬였다. 상반기 11개 대회에서 4차례 ‘톱 10’에 진입한 것이 전부였다. 함정우는 “아내가 마음고생이 심했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면서 “결혼을 한 뒤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함정우는 상반기를 마친 뒤 하반기를 앞두고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아내가 먼저 지구력 훈련을 제안했다. 함께 5km를 뛰었다. 신의 한 수였다. 함정우는 “무더운 7~8월 날씨, 38도가 육박하는 기온에서 운동했다”며 “일부러 가장 더울 때인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달리기를 했다”고 공개했다. 또 훈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천안 본가에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으로 훈련하러 다녔다. “용인 집에서 우정힐스를 다니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아내의 충고를 따랐다. 그는 “와이프 덕분에 하반기에는 성적이 좋게 나왔다”며 “우승도 하고 대상도 받으니까 와이프의 얼굴이 환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함정우는 하반기에 펄펄 날았다. 지난 8월 KPGA 군산CC 오픈 공동 4위와 LX 챔피언십 3위, 9월 iMBank 오픈 공동 5위로 우승에 근접한 실력을 자랑했다. 함정우는 지난달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드디어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그는 “휴식기에 훈련한 덕분에 끈기가 더해졌다”면서 “3, 4라운드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생겼다”고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함정우는 시즌 전 목표를 다승왕과 대상으로 삼았다. 그중 하나는 이뤘다. 지난 12일 끝난 코리안투어 시즌 최종전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입상하며 제네시스 대상을 받았다. 그는 “대상을 너무 받고 싶었다. 최종전에서 대상 포인트 2위였던 이정환 선수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며 “2라운드를 마친 뒤 대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에 오른 함정우는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보너스 상금 1억원에 제네시스 차량, 코리안투어 5년 시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 스쿨 최종전 직행,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1년 시드를 얻었다. 함정우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이번엔 큰 기회인 것 같다. 보너스 1억원까지 받았다. 해외 무대에 도전하기 위한 경비로 써야겠다”고 웃었다.

함정우는 내년 DP월드투어와 PGA투어의 문을 두드린다. 그는 “상반기엔 DP월드투어도 도전할 생각이다. 근데 남아공, 체코 등 먼 나라를 다니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면서 “아시아 쪽에서 열리는 대회가 5개 정도 있다. 이 대회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함정우는 12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PGA투어 Q스쿨 최종전에 나선다. 국내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한 뒤 대회가 열리기 1주일 전에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가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그는 “5위 안에 들면 PGA투어 정규 대회를 몇 개 뛸 수 있다”며 “콘페리(2부)투어 시드를 받는다면 2~3개월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함정우는 홀로서기에 나선다. 그는 “해외를 다닐 때 현실적으로 가족과 동행하는 것은 어렵다. 1년 정도는 저 혼자 고생할 생각”이라면서 “와이프도 ‘1년은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 미국 무대에서 성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에서 잘해서 빨리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너무 오랜 시간을 투자하진 않겠다. 힘들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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