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주택이 스마트홈 기능과 만나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충북 진천군 이월면 진광로 928-27번지. 평범한 시골풍경이 펼쳐지는 이 곳에는 조금 특별한 집들이 있다.

이로운 집, 작은 집, 교감하는 집.

농업 벤처기업 만나씨이에이가 운영하는 ‘뤁스퀘어(root sqare)’ 안에 자리 잡은 이 세 채의 집은 모듈러주택이다. 1년 전 미래 농촌의 집을 주제로 한 하우스비전 전시회를 위해 설치된 뒤 현재는 누구든지 예약해 머물 수 있게 운영되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부터 LG전자, 삼성전자에 이어 이마트24까지 다양한 산업군의 대기업들이 모듈러주택사업에 진출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 진천군 ‘뤁스퀘어’에 있는 무인양품의 조립식주택 ‘양의 집’ 모습. <뤁스퀘어 홈페이지>

모듈러주택들이 최신식 스마트홈 기능을 갖추고 ‘힙’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면서 세컨드하우스를 고심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뤁스퀘어의 모듈러주택들도 벌써 12월 주말까지 예약이 찬 곳이 많다.

뤁스퀘어의 ‘이로운 집’은 LG전자와 GS건설이 협업해 개발한 소형 모듈러주택 ‘스마트코티지’다.

스마트코티지는 31.4㎡ 크기의 복층 원룸 구조로 거실과 주방, 화장실, 파우더룸, 복층 침실, 야외 테라스 공간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LG전자의 스마트홈 솔루션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LG전자와 GS건설이 협업한 소형 모듈러주택 ‘스마트코티지’. <뤁스퀘어 홈페이지>

스마트코티지에는 LG전자의 에너지 및 냉난방 공조시스템과 4킬로와트급 태양광패널,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이 적용됐다.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 남은 전력은 저장해둘 수 있는 홈에너지 솔루션이다.

집 내부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고급 가전제품들이 빌트인으로 채워졌다. LG전자가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코티지에는 생활필수가전은 물론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전기차충전기까지 갖췄다.

충북 진천군 뤁스퀘어에 위치한 LG전자 스마트코티지 내부 모습. <뤁스퀘어 홈페이지>

그야말로 ‘스마트홈’이다.

LG전자와 GS건설은 스마트코티지로 5도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촌락에서 사는 것), 워케이션 문화에 따른 국내 세컨드하우스 수요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4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건축가 최욱 원오원아키텍츠 대표가 설계한 모듈러주택 ‘작은 집’은 한국 전통주택의 정취가 담겨있다. 집 공간과 시스템에 기술을 집약해놓은 스마트코티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최욱 대표는 2020년 인천리빙디자인페어에서 작은 집을 선보였고 지난해 하우스비전 전시회에 참가해 주거용 모듈러주택 ‘작은 집: 작은 생활을 위한 집’을 제안했다.

건축가 최욱 원오원아키텍츠 대표가 설계한 모듈러주택 ‘작은 집’. <뤁스퀘어 홈페이지>

작은 집은 작은 생활을 위한 집이라는 부제 그대로 간소한 공간들로 구성됐다. 가로세로 2.5m 입방체 작은 모듈들이 한옥의 ‘칸’과 같이 집을 구성한다.

작은 집은 침실과 서재, 사색의 방으로 구성된 2층짜리 모듈 서재동과 주방, 화장실, 야외마당이 있는 주방동으로 나눠져 있다. 휴식과 식사, 사색할 수 있는 공간들이 각각 여백을 두고 자리하고 있다고 뤁스퀘어는 설명했다.

최욱 원오원아키텍츠 대표가 설계한 모듈러주택 ‘작은 집’ 야외마당 모습. <원오원아키텍츠 홈페이지>

최욱 대표는 홍익대 건축학과, 이탈리아 베네치아건축대학에서 건축설계 및 이론을 공부했다. 최욱 대표는 한국적 건축미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유명한 건축가로 2000년 독립해 처음으로 차린 사무실부터 한옥이었다고 한다.

최욱 대표는 두가헌, 학고재 갤러리 등 북촌 한옥들을 개조했고 백남준 기념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등을 설계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본사3관 등 기업들과도 작업을 했다.

뤁스퀘어 모듈러주택 3총사 가운데 ‘교감하는 집’은 일본 라이프스타일기업 무인양품의 조립식주택이다.

교감하는 집의 기존 이름은 ‘양의 집’으로 무인양품 아트디렉터이자 일본디자인센터 대표 하라 켄야가 디자인했다.

양의 집은 단층의 단독주택으로 거실과 침실, 주방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실내와 실외의 경계도 최대한 허문 점이 특징이다. 야외데크에 조성된 텃밭까지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을 중점에 두고 공간을 구성했다.

일본 라이프스타일기업 무인양품의 조립식주택 상품 ‘양의 집’. <비즈니스포스트>

양의 집은 2004년 조립식주택사업에 뛰어든 무인양품이 2019년 내놓은 4번째 주택상품이다.

무인양품은 첫 조립식주택 ‘나무의 집’을 선보인 뒤 2007년 ‘창의 집’, 2014년에는 도시환경에 맞춘 ‘세로형 집’ 등을 출시했다. 무인양품은 첫 주택상품인 나무의 집부터 단순하게 제작해 고객이 자유롭게 배치를 바꾸고 나눌 수 있는 집으로 만들었다.

무인양품의 조립식주택은 10~20평대 1~2인 가구를 겨냥한 집으로 일본 판매가격은 2천만 엔(약 1억7천만 원) 안팎으로 책정돼 있다.

무인양품이 2017년 선보인 조립식주택 ‘무지 헛’. <무인양품 홈페이지>

무인양품은 2017년에는 욕실, 주방 등이 없이 내부 9㎡ 단칸으로 구성된 ‘무지 헛(오두막)’ 제품도 내놓았다. 무지 헛 가격은 300만 엔(약 2600만 원) 수준이다.

모듈러주택은 창호와 벽체, 전기배선, 욕실 등 자재와 부품을 공장에서 박스형태 모듈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는 조립, 설치만 하는 방식으로 짓는 주택을 말한다. 공장에서 70~80%를 사전제작하기 때문에 일반 주택 건축과 비교해 공사기간이 짧고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규격화된 모듈 생산으로 자재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공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모듈러주택시장은 2020년 268억 원 규모에서 2023년 2500억 원, 2030년에는 2조 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혜린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