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상생 압박이 은행권의 실질적인 고객 접근성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시중은행 영업점수가 증가세로 전환됐을 뿐 아니라 그간 오프라인 영업점 감소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무인점포 등의 증가폭이 더욱 확대된 것.

그간 금융당국은 급격한 오프라인 영업점 감소가 고객 접근성을 제한하고, 특히 금융취약계층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우려해 왔다. 이에 영업점 폐점 시 심사 및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개입하기도 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영업점 증가추세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디지털 전환 등 금융혁신과 오프라인 접점 확대가 양립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분명한 데다, 이미 조직슬림화 등 효율성 제고는 은행권 혁신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일 은행권을 향한 상생 압박에 나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
연일 은행권을 향한 상생 압박에 나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

상생압박 때문? 늘어난 은행 영업점

2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가 운영 중인 영업점(지점 및 출장소 포함) 개수는 2825개다. 이는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개수(2819개) 대비 6개 늘어난 수치다.

주요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9월 말 기준 796개의 영업점을 운영, 전분기대비 영업점을 두 곳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우리은행이 3곳(708→711), 하나은행이 2곳(594→596) 각각 늘렸다. 반면,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영업점(738)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유일하게 2곳 감소했다.

이처럼 은행영업점 개수가 전 분기 대비 늘어난 건 최근 몇 년 사이 찾아볼 수 없었던 흐름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소위 디지털 혁신의 명목으로 기존 핵심 접점이던 오프라인 영업점을 꾸준히 줄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객과 은행업계의 전통적 접점인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금융업무의 상당수는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플랫폼으로 넘어왔다. 은행들 역시 비대면 플랫폼에서의 금융서비스 편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흐름은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더욱 확대됐다. 대다수 은행들은 영업점뿐 아니라 영업점 인력을 대폭 줄이고, 대신 그 자리를 디지털 인력으로 채우는 등의 방식으로 소위 ‘업무 효율성 제고’를 꾀해왔다.

이처럼 단편적 흐름을 넘어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은 은행권 영업점 감소세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불과 1년 전인 지난 2022년 9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개수는 2891개 수준이었다. KB국민은행이 854개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725), 우리은행(714), 하나은행(598) 순으로 영업점을 운영했다.

당시 집계됐던 영업점 개수는 바로 직전 분기인 2022년 6월 말과 비교했을 때 약 69곳 감소한 수치였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개수는 2960개였는데, 당시 KB국민은행은 약 3개월 사이 무려 24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문을 닫기도 했다.

특히, 올해 9월 말 기준 영업점 개수(2825)와 비교하면 1년 사이 66개의 영업점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9월 기준, 직전 3개월간 사라진 영업점수(69)가 최근 1년간 문 닫은 영업점수(66)보다 많은 셈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영업점 통폐합 과정에서 진행되는 사전영향평가가 더욱 깐깐해지면서 아무래도 감소 속도가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상생금융 압박을 지속하는 금융당국의 눈치 또한 일정 부분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9To6영업점에 포함된 상암DMC점. / 사진=KB국민은행
이번에 새롭게 9To6영업점에 포함된 상암DMC점. / 사진=KB국민은행

추가 개설 여지 남긴 은행권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은행권을 향한 상생압박은 영업점과 같은 고객 편의성 측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이자장사’ 논란으로 촉발된 상생 압박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기점으로 또 한 번 확대되면서 은행들도 실질적인 금융지원 못지않게 금융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도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지표에서는 은행권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향후 영업점 신규 개설 계획이다. 대다수 은행들은 매년 초, 연간 영업점 신규 개설 그리고 통폐합 계획을 발표하고 해당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시한다. 다만, 그간의 흐름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계획은 신규 개설 보다는 통폐합에 방점에 찍혀있었다.

신규 개점 계획에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며,실제 달성 여부에 불확실성이 있음을 언급해 왔다. 특히, 지난해 기준 상당수 은행은 신규 영업점 개설 목표치를 많으면 1곳, 적으면 아예 ‘0곳’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은행권의 흐름은 기존과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이 최근 공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또는 향후 1년간 예정된 추가 신규 영업점 개수는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상반기 목표치(6개)보다 1개 상향된 7곳을 제시했다. 또 신한은행의 경우 기존 7~11개에서 8~12개로 역시 1곳을 늘렸다. 이밖에 우리은행도 올해 연간 신규 개점 목표치를 4곳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전년(3곳) 대비 1곳 증가한 수치다.

기존 오프라인 영업점 폐점에 따른 대안으로 제시했던 무인‧복합점포 등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지난 상반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무인점포 개수는 전년 동기(3040개) 대비 101개 늘어난 3141개로 집계됐다. 이밖에 은행 간 협업을 통한 ‘복합점포’, 편의점 등 이종산업군과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등장한 ‘특화점포’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 사진. 우리금융.
서울 영등포구 소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 사진. 우리금융.

영업점 감소 기조 꺾이진 않을 듯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4대 시중은행은 아직 하반기 중 기존 영업점을 통폐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실제 통폐합 3개월 전까지 이를 사전 공시해야 한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영업점 증가 흐름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세화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비대면 금융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오프라인 영업점 확대를 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상당수 은행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 시스템, 무인데스크, 모바일 플랫폼 고도화 등 디지털 금융 강화를 위한 세팅을 지속하고 있다. 이 역시 기존 오프라인 접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방침이라는 점에서 영업점 감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부각되는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고객 접근성 강화 측면에서 영업점을 급격히 줄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한다”면서도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 등 핵심 과제 달성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만큼 오프라인 영업점 감소 자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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