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사진=뉴스1
신체검사./사진=뉴스1

지난 2011년 4월 징병신체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았지만 같은 해 11월 성 주체성 장애를 이유로 7급 판정(재검)을 받은 A씨가 있습니다. A씨는 2012년 9월 다시 3급 판정을 받고 현역병으로 입대하지만 다시 인격장애 등을 이유로 7급 판정을 받고 귀가 조치됩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도 A씨의 현역 입대와 관련한 신체검사와 재검이 거듭되는데요. A씨는 2013년 1월과 7월 재차 진행된 신체검사에 7급을 받았으나 2014년 3월 실시된 재검에서는 다시 3급을 판정을 받습니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을 하는데요. 병무청은 중앙신체검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합니다. 
 
중앙신체검사소는 A씨에게 최소한의 성 주체성 장애가 있다고 판단했고 3급 판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2014년 6월 현역병 입영대상자 처분을 받는데요.  
 
A씨 병역의무를 둘러싼 이견은 결국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현역병 입영대상자 판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A씨는 “어릴 때부터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왔고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며 현역병으로 복무하지 않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합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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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주체성 장애, 군 복무에 큰 어려움”

재판부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지난 2016년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판사 조해현)는 A씨의 소송에 대해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병무청은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진술 이외에 성 주체성 장애의 정도가 크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A씨에 대한 병역면제 취소 처분도 적법하다는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A씨가 호르몬 및 약물 치료를 성실하게 받지 않은 점을 통해 반대 성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고 성 주체성 장애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어려움도 적다고 강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 모두 병무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호르몬 치료 기간 및 시기, 약물이 검출되지 않은 사실만으로 A씨의 성 주체성 장애로 인한 어려움이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A씨는 2010년 7월부터 여러 병원에서 성 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후 계속해서 상담 및 호르몬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1심 법원은 진료기록과 정신건강의학적 면담 및 관찰을 통해 A씨에게 성 주체성 장애 진단을 내리기에 충분하다며 A씨의 군 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성 주체성 장애에 대해 4년간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기에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 정신과 의사를 속이며 치료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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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성 주체성에 혼란을 겪어온 B씨의 사례도 법원은 인정했습니다. 
 
해당 소송 재판부는 피고인 B씨에 대해 중학생·고등학교·대학교 시절 등 입대 전까지의 주된 준거집단이 성적 소수자들로 보인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B씨가 가지고 있었던 성향·언행·성적 취향·성관계의 상대방·직업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진지한 고민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또한 B씨 역시 약 10개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여성 호르몬 주사를 투약 받은 점도 인정했습니다. 그 결과 육안으로 보더라도 신체의 외형상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이에 사건 재판부는 그러한 신체적 변화를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입대 전까지의 경험과 지내온 환경, 외모, 복장, 언행 등을 볼 때 성 주체성 장애가 없는데도 오직 병역의무를 감면받기 위해 그런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입대 전에 여성 호르몬 주사를 음성적인 방법으로 몇 차례 맞았을 뿐 지속적으로 투약하지 않아 신체의 외형적 변화가 많은 편은 아닌 B씨였는데요. 귀가 조치된 이후 의료기관을 통해 본격적으로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는 병무청의 주장에도 이러한 사정은 공소사실 기재 범행 당시 ‘성 주체성 장애’가 있었음을 판단함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13. 10. 11. 선고 2012고단3896).

◇법원 “성전환자 예비군 훈련 면제 인정해야”

해당 사건들 이후 성전환자의 군 면제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는데요. 최근에는 예비군 면제에 대한 논의도 주목받았습니다. 과거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사진에서 시작됐는데요.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예비군훈련에 참석해 논란이 된 겁니다. 실제 해당 사진 속 인물은 성전환자로 확인됐는데요. 
 
최근 광주지법은 성전환자 C씨의 예비군 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 12일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는 C씨가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병역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C씨는 지난 2016년 1월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는데요. 1년 5개월 뒤엔 군 복무 적응 곤란자로 분류돼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이후 그는 2021년 6월쯤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는데요. 2년 넘게 꾸준히 여성 호르몬 요법 등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제대 후 한차례 예비군 훈련을 받은 C씨는 예비군 훈련을 받기 힘들어했는데요. 이에 병무청에 ‘병역처분 변경신청’을 냈습니다. 그러나 광주전남지방병무청은 C씨의 정신건강의학적 상태를 신체등급 3급으로 보고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C씨 측은 이미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주장하는데요. 그럼에도 병무청이 남성 예비군들과 함께 예비군 훈련을 받도록 한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해당 소송 재판부는 “원고는 사춘기 때부터 여성에의 귀속감과 타고난 성별에 대한 불쾌감 등을 경험한 걸로 보인다”며 “신체등급 5급으로 보는 게 타당하며 병무청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예비군 훈련 일부를 부당하게 면제받을 목적으로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여성 호르몬 요법을 받는 등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성전환 수술을 거치지 않은 법적인 남성이라도 오랫동안 호르몬 요법을 받는 등과 함께 여성으로서 사회적 기능을 해왔다면 면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한 겁니다.

병역법

제86조(도망ㆍ신체손상 등)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경우 또는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 단순히 예비군 훈련 면제 목적으로 단기간 호르몬 요법을 이용한 것으로 보지 않았는데요. 오랜 기간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여성으로 살기 위해 호르몬요법 등을 받아온 점을 고려한 것이죠.

이번 판결에 대해 희망을 만드는 법 등 인권단체들은 “병무청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면제 사유로 징병검사 규칙에도 없는 생식기 수술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데 병무청의 자의적인 병역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후천적 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하자는 의견인데요.

반대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바로 이번 판결로 인해 병역 회피 수단 악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인데요. 군 면제를 위해 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기에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성 전환자와 관련한 공식 통계가 많지 않은 편인데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 중 65.3%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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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법률N미디어 인턴 김소은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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