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대비 비용 크게 늘리고도

순이익 선두 사수 ‘두 토끼’ 잡아

고금리 충격파 속 남다른 발걸음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전경.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전경.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벌써 9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경쟁 은행들이 5000억원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민은행이 이처럼 위기 대응에 많은 비용을 쏟고도 시중은행들 중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더욱 주목을 받는 가운데, 보다 적극적인 충당금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와도 맞물리면서 리스크 관리 속 리딩뱅크 사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적립한 신용손실충당금은 총 2조5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 늘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이 918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8.3%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다른 은행들의 신용손실충당금도 일제히 몸집을 불렸지만 격차는 상당했다. 신한은행은 5955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441억원으로 각각 50.7%와 57.0%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도 5177억원으로 48.7% 늘었다.

4대 은행 신용손실충당금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신용손실충당금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민은행의 행보에 한층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이렇게 많은 충당금을 쌓고도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둬서다. 금융사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영업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실전 선두까지 사수했다는 얘기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올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10조51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했다. 그 중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조8554억원으로 12.0%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그 다음으로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조7664억원으로 23.3%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 역시 2조5991억원으로 0.3% 늘었다.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만 2조2898억원으로 3.5% 줄었다.

4대 은행 당기순이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당기순이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과 그에 따른 실적 영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대출의 질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확대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 비용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적립토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 확충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을 적립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대손충당금과 대손적립금은 은행이 손실에 대비하는 핵심 수단이다. 우선 은행들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자체 평가를 통해 이익의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 둔다. 그런데 만약 해당 충당금이 은행업 감독 규정에 명시된 대손충당금보다 적으면 모자란 만큼을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하게 된다.

또 금융위는 각 은행이 충당금 산정에 활용하는 자체 시나리오의 적정성도 검증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들은 각자의 예상손실 전망 모형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손실을 추정,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예상손실 전망 모형에 따른 충당금 적립의 적정성을 점검해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예상되는 손실을 은행이 적절히 측정했는지 등을 확인해 개선 요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금융권의 충당금 확대는 상수가 되고, 보다 관건은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리스크 관리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면서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금융사는 재무 건전성의 장점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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