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청년동행센터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청년동행센터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청년층 지원을 위한 저금리 주택금융 상품 공급 계획을 밝히면서 은행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주도의 정책금융 상품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고, 이 경우 또 한번 은행권이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함께 급격히 불어나는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은행권을 저격해 온 금융당국과 정부가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주거사다리 지원’ 나선 정부, 대출 관리는…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의 만 19~34세 무주택자 청년이 가입할 수 있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내년 2월 신설한다. 기존(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50만원이었던 월 납부 한도는 100만원으로 두 배 확대됐다. 이자율은 최대 연 4.5%가 적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일반 청약종합저축 가입자도 소득 기준과 무주택 요건 등 주택드림 청약통장 가입 요건을 충족하면 전환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전환 가입시 청약통장 가입 기간, 납입 횟수, 납입 금액은 인정되지만 우대금리는 전환 후 납입액부터 적용된다.

청약통장을 통해 입주 요건을 갖춘 가입자들은 이후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되는 무주택 청년층의 주거환경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상품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청년 주택드림 대출 상품에는 무주택 청년(19~34세)이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분양가의 80%를 최저 연 2.2% 금리로 대출해 주는 방식의 지원안이 담겨 있다.

대출 지원 대상은 만 39세 이하 무주택자다. 미혼일 경우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 기혼이면 1억원 이하(부부 합산)여야 한다. 금리는 최저 연 2.2%로 소득 및 만기별로 차등 적용되며 소득 최고 구간(연 8500만~1억원)에는 연 3.6% 금리가 적용된다.

특히, 출산율 하락과 같은 사회적문제 해결에도 활용하기 위해 △결혼(0.1%p) △첫 출산(0.5%p) △추가 출산(0.2%p)을 하면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상품 또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내 주거를 희망하는 취약층에는 다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이번 상품은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 현실적으로 청년층이 주거사다리 확보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 내 주택에는 사실상 이번 상품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번 금융상품 발표 브리핑에 참석한 국토부 관계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뉴홈 공급 물량 34만호와 2030 청약 당첨자 수를 고려하면 청년 주택드림 대출은 연간 10만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안팎에선 사실상 일부 수도권 그리고 지방에서의 청약에만 해당 상품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정책금융에 은행권 ‘유탄 맞을라’

이번 정부와 여당 주도의 정책금융상품 발표 예고를 접한 은행권 내부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혹여나 가계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주담대는 은행권 전반의 대출 문턱 높이기 기조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 내 주담대 공급 잔액은 1049조1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3분기 가계대출 잔액 1875조 6000억원의 60%에 달하는 비중인데, 전반적인 기타 대출(신용대출 등)의 감소세 속에서도 ‘나 홀로 증가세’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담대 증가의 원인은 준거금리인 은행채의 하락세에 따른 대출금리의 내림세다. 지난 24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6~6.03%로 집계됐다. 금리 하단이 지난 9월 말 이후 두 달여 만에 연 3%대로 하락했으며 특히 한때 연 8%대에 육박했던 금리 상단은 5%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 자연스레 그간 고금리로 인해 신규 주담대에 부담을 느껴온 많은 차주들이 은행 대출 창구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번 정책금융상품 공급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경우, 예상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은행권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미 50년 만기 주담대로 인해 한 차례 홍역을 치룬 상황에서 또 한 번 비판의 화살이 애꿎은 은행권을 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가 일련의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은행권의 50년 주담대를 지목한 것과 달리, 사실상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당국발(發) 정책금융상품 확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중론이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은행권 입장에 무게를 실어준 바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상생금융을 언급하며 이자 감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정책의 엇박자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취약계층 주거 지원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연체율마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 사진=금융위원회

정책상품 추가 공급 예고한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년층의 자산형성과 주거사다리 지원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정책금융상품 공급 의지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신생아 특례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R은 차주의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사실상 신생아특례대출에는 소득 관계없이 대출을 공급하겠다는 의미인데, 당장 대출 수요 급증에 대한 우려 또한 벌써부터 제기된다.

특히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특례보금자리론보다 금리가 최고 3%p 가량 낮다. 무려 30조원 넘게 공급된 바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조건이 좋아 차주들이 몰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전히 금융당국은 정책금융의 선(善)기능에만 주목할 뿐, 대출급증의 원인이라는 일각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연이어 내놓고 있는 정책금융상품으로 인한 가계대출 리스크가 터질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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