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실감나는 1979년 12·12 어떻게 구현했나? 세트의 비밀

1979년 12월12일, 9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1979년 12월의 그 을씨년스러운 공기를 찍어야 한다“라는 김성수 감독의 지독한 고집과 집념의 결과이기도 하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첫번째 영화인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은 “관객들이 1979년 12월12일에 와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재미있게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실제 그 당시 제작된 영화와 영상, 사진, 뉴스 화면 등을 참고해 작품을 완성했다.

시각특수효과(VFX)도 활용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광화문과 세종로, 한남동 일대 등 주요 공간은 제작진이 세트장을 지어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 영화 속  광화문 … 서울 아닌 전남 광양

‘서울의 봄’ 제작진에 따르면 영화 세트장은 전남 광양의 한 화물선적장에 지었다. 세트 면적만 전체 7000평, 세트장 제작에 2개월이 넘는 총 75일이 걸렸다.

광양 세트는 화물선적장을 활용한 만큼 바다 바로 앞에 위치했다. 앞서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도 이 곳에 세트장을 지어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 완성된 공간에서 ‘서울의 봄’이라는 또 다른 흥행작이 탄생한 셈이다.

‘서울의 봄’이 광양 세트에서 촬영한 분량은 관객에 긴박감을 안기는 주요 장면들이다. 12·12 군사반란의 핵심 거점으로 등장하는 공간들이 이곳 광양 세트에서 완성됐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반란군과 진압군이 세종로에서 대치하는 장면을 비롯해 전두광과 이태신이 자동차를 타고 오갈때 보이는 광화문 전경, 이순신 동상 부근 등이다. 또한 국제극장 앞, 명동 신세계, 한남동 도로, 30경비단 부대 입구, 수도기계화사단 정문, 제2한강교 교각 위, 육군본부 정문 앞 등 영화에서 12·12 군사반란의 주요 거점으로 나오는 공간의 내용이 대부분 광양 세트에서의 촬영으로 탄생했다.

1979년을 배경으로 방대한 분량을 촬영해야하는 만큼 세트 건립 자체에 어려움도 있었다.

‘서울의 봄’ 제작 관계자는 맥스무비에 “화물선적장은 원래 세트장이 아니라 컨테이너 선적이나 도착한 컨테이너들을 보관하는 곳”이라며 “화물차가 들어와 컨테이너를 선적해야 하니까 바닥이 아스팔트로 돼 있었지만, 촬영에서 쓰고자 하는 면적만큼 충분하게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필요한 대로 세트를 만드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제작 관계자는 “세트장에서는 광화문에서 사직동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재현해야 하니까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했다“며 “바닥면은 CG(컴퓨터그래픽)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업체와 협의해서 아스팔트를 새롭게 깔고, 그 위에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팔트를 깔고 나니까 세트장 도로 부분의 높낮이가 생기면서 도로가 꺾어지는 부분과 올라가는 부분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도로 옆에 인도를 만들고, 가로수를 세우고 벽면도 만들었다. 그 뒤에는 (CG를 위한)5~7미터 높이의 녹색 벽을 세워 촬영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세트장에서의 영화 촬영은 2.5주동안 이뤄졌다. 세트장을 정리하는 데도 2주가 걸렸다. ‘서울의 봄’의 전체 촬영 기간인 2022년 2월부터 7월까지 총 6개월 가운데 세트장 작업 및 촬영에만 3개월가량을 쏟아부었다.

● 이태신 장군이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는 이유?

영화에는 상징적인 몇몇 장면이 등장한다. 이태신(정우성) 수도경비사령관이 전두광(황정민) 보안사령관과의 마지막 대치를 위해 광화문을 지날 때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이를 포함해 영화에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두차례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성수 감독은 최근 김한민 감독과 함께 참여한 GV에서 이렇게 답했다.

“광화문이라고 하면 이순신 장군 동상이 상징적이죠. 맨 처음에 그 장면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다시 그 자리로 왔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태신 장군의 입장에서는 결사항전의 마음입니다. 이기러 가는 게 아니라 죽으러 간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김성수 감독은 반란군을 향해 가는 이태신의 마음이 흡사 ‘명량’의 이순신과 닮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감독은 “‘명량’에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이 이순신 장군이 본인 진영에 불을 지르고 연설하면서 ‘우리는 다 죽을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라며 “가슴이 뜨거워졌는데, 이태신 장군도 그런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나갔기 때문에… ‘명량’을 생각하면서 그걸 쳐다보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 5일 만에 180만 관객…극장의 봄 이끈다

감독의 집요한 연출에 관객들은 활화산 같은 열기로 응답하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은 개봉 4일째인 25일 100만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 5일째 26일 18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만큼 이야기의 결말을 모두가 알지만 영화는 정권을 탈취하려는 전두광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이태신의 강인한 신념 그리고 40년이 흐른 지금 돌이키는 그 당시 역사가 주는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화가 났다’는 반응이 쏟아지면서 관객들 사이에서는 스마트워치로 심박 수와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심박수 인증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에 의한 반란을 긴박하게 다룬 작품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에 의한 반란을 긴박하게 다룬 작품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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