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이달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기가팩토리를 방문해 2만5000유로(약 3490만원)의 저가형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직원들에게 밝혔다. 현재 테슬라의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한 모델 3는 독일에서 4만2990유로(약 599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머스크의 계획대로라면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차는 모델 3보다 무려 30% 이상 저렴한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정부의 각종 보조금 혜택까지 받기 때문에 소비자가 지불할 금액은 이보다 더 낮아진다. 이대로라면 웬만한 내연기관 차보다 저렴해지는 셈이다. 그래서 전기차 시장은 물론 자동차 업계 전반의 시선이 테슬라로 향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안 그래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기차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테슬라다. 이들이 3000만원대 전기차를 시중에 내놓는다면 가격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꺼렸던 소비자도 접근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시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차 생산 계획을 가장 먼저 전한 로이터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회사의 ‘반값 전기차’가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정 덕분이라고 전했다. 다만, 내부자는 테슬라 저가형 전기차 생산을 언제 시작할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테슬라만의 저가형 전기차 생산을 위한 ‘획기적인 공정’은 정확히 무엇일까. 사실 테슬라는 이미 몇 달 전 우리에게 힌트를 줬었다.

기존 자동차 생산 공정을 부정해 버린 ‘언박스드 프로세스’

기존 생산 방식(좌측)은 ‘프레스(Stamp) – 차체(Body) – 도장(Paint) – 조립(Final Assembly)’로 구성된다. 반면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우측)는 차량을 6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도장과 조립까지 완료한 뒤 한 번에 조립한다. (출처: 테슬라 유튜브 캡쳐)

지난 3월, 테슬라는 투자자의 날(Investor day)에서 기존 자동차 생산 방식을 완전히 부정하는 획기적인 생산 방식을 공개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언박스드 프로세스(Unboxed Process)’다. 우선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와 기존 자동차 생산 방식의 차별점을 알려면, 기존의 생산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기존 자동차 공장의 생산 방식은 크게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등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프레스 공정은 ‘프레스(Press)’라는 단어 뜻에서 알 수 있듯이 평평한 철판을 차체에 필요한 모양으로 찍어 눌러서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보통 자동차 연구소에서 제품을 설계하면, 설계 정보를 금형(金型)이란 큰 틀에 넣는다. 이를 상하로 운동하는 기구에 장착해 고압으로 철판을 찍어 눌러서 변형시키는데, 이러한 과정을 프레스라고 한다.

2단계인 차체 공정은 앞서 프레스 공정으로 찍어낸 각 패널을 모아서 용접으로 결합하는 과정이다. 이때 비로소 자동차의 뼈대가 완성되는 셈이다. 3단계인 도장 공정에서는 자동차에 색을 입혀주고, 마지막 단계인 조립에서 비로소 스티어링 휠이나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을 결합한다. 이것이 기존 자동차의 생산 방식이다.

차량을 크게 6개 부분으로 나누어 제작하고 한 번에 조립하는 언박스드 프로세스 (출처: 테슬라 유튜브 / 일렉트렉)

그런데,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와 다르게 차체를 먼저 만들고 부품을 조립해야 한다는 발상을 뒤집었다.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는 차량을 크게 6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각 부분의 도장과 조립을 완료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6개의 모듈을 합쳐서 한 대의 차를 만든다. 6개 부분은 크게 차량의 앞, 뒷부분과 중간, 왼쪽과 오른쪽 사이드, 기타 부품 등으로 구성된다.

테슬라 ‘반값 전기차’ 가능한 이유…언박스드 프로세스의 장점

(출처: 테슬라 유튜브 캡쳐)

그렇다면, 도대체 언박스드 프로세스가 왜 반값 전기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언박스드 프로세스가 차량을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생산 방식은 각 공정을 맡는 4개의 공장이 직렬로 배치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언박스드 프로세스는 6개의 모듈이 동시에 도장부터 조립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한 대의 차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이처럼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리드 타임을 줄어들면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 애초에 제조 현장에서의 생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건비와 각종 설비를 가동하는 비용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공개한 언박스드 프로세스의 공정 레이아웃은 마치 생선 뼈 모양을 연상케 한다. 가운데 메인 라인과 6개의 서브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즉, 6개의 서브라인에서 각 모듈을 완성한 뒤 메인 라인에서 이들을 모아서 완성차를 만드는 것이다.

(출처: 테슬라 유튜브 캡쳐)

테슬라에 따르면 언박스드 프로세스는 각 생산 라인의 면적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존 생산 방식보다 공장을 건설할 때 투자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동시에,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공사 기간도 줄어들어 기존 방식보다 더 저렴하고 빠르게 전기차 공장을 세울 수 있다. 결국 테슬라의 언박스드 프로세스라는 혁신적인 생산 공정을 통해, 전기차 생산 효율성을 높여 저가 전기차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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