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일본의 제5회 전국 리빙랩 네트워크회의에서 지난 11월 13일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과 리빙랩: 한국에서의 실험과 과제’ 기조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한국 측 기조강연으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발표가 있었고, 기무라 아쓰노부 일본 리빙랩 네트워크 대표이사의 사회로 한국의 민노아 (주)공생 대표, 하라구치 나오코 규슈경제조사협회, 시바타 요시타카 (주)히타치제작소 연구개발그룹 디자인센터 주관 디자이너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본 기사는 과학기술을 접목한 한일 간의 리빙랩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알아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겠다.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한다.
기사순서 :
기조발제_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과 리빙랩…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패널토론_평범한 리빙을 만드는 임팩트메이커…민노아 ㈜공생 대표
패널토론_일본의 사회문제 해결방법 접근법…규슈경제조사협회 하라구치 나오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과 리빙랩…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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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혁신정책의 진화과정은 1950년대를 거쳐오면서 과학기술은 어떻게 하면 경제 성장을 이뤄낼 것인가? 하는 것이 1세대 혁신정책의 관점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어떻게 산학연이 협력할 것인가? 이를 통해 시스템으로서의 혁신과정을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인 개혁을 이루는 것이 2세대 혁신정책이었다. 2010년대에는 지속가능한 국가목표(SDGs)로 과학기술이 사회적 공공적 가치에 기반을 둔 사회문제 해결형 R&D와 리빙랩으로 혁신정책 3.0을 탄생시켰다.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의 만남, 그후 10년
과학기술 혁신활동과 사회문제 해결활동의 만남은 포용적 혁신(Inclusive Innovation)을 위해 2013년 사용자 참여기반 실증사업으로 리빙랩을 도입하게했다. 문제를 발굴하는 단계부터 연구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가지고 있는 현장 주체들하고 함께 만들어 갔다. 그리고 R&D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부처가 참여하는 사업화가 추진됐다. 올해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이 만들어진 지 10년째이다.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의 하나의 방법론으로 리빙랩이 활용되면서 실제 사용자가 함께 문제를 발굴하고 성과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 사례
# 사례1. 야간작업자의 자동발광 작업복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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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로 재난과 관련된 R&D 수요가 많이 늘었다. 특히 소방, 경찰, 해경에서는 재난 관련 R&D 제품이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제품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래서 연구자와 기업인, 현장 경찰관이 참여한 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사업인 ‘폴리스 랩(Police Lab)’을 진행하게 됐다. 폴리스 랩은 해당 연구개발 성과물을 참여한 현장 경찰관이 직접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연구개발 전 주기에 걸쳐서 생생한 사용자 의견을 반영했다. 실제 현장에서 연구개발 성과물을 활용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구축될 수 있었다.
그 결과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접이식 휴대용 방패’였다. 이 방패는 간단하게 들 수 있고, 들고 가면서 펼 수 있는 접이식 방패이다. 가볍고 휴대가 용이한 접이식 방패 개발도 서울 송파서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진행했다. 개발된 시제품은 실증관서에 전시하고, 기초적인 성능을 테스트했다. 또한 시제품의 현장 적용성을 기초로 현장 경찰관의 투표를 통해 최종 제품이 선정됐다. 이후 연구진은 기능성 보강, 대량생산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연구성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부재하면서 더 새롭게 고도화하거나 일선 경찰서 보급에 한계가 있었다.
# 사례3. 과기부+행안부 주민공감 지역문제 해결…부패 감귤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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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와 행안부의 협업으로 주민공감 지역문제해결 사업이 시도됐다. 제주도에서는 귤이 부패하였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칫거리였다. 농가주민, 농협, 전문가, 연구자, 지자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리빙랩 활동을 통해 현장실정에 맞는 기술개발을 했다.
먼저 현지주민과 지자체가 참여하는 ‘스스로 해결단’을 구성해,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팀을 공모로 선발했다. 선발된 연구진은 ‘고온연료절감형 플라즈마 버너 건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핵융합 연구소팀이었다.
이 연구팀이 선정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제해결 의지를 갖추고 주민들하고, 소통하려고 했다. 주민의 관점은 아무리 좋은 기술이더라도, 내 일에 지장을 주지 않고, 바로 현장의 적용성을 중요시했다. 이 연구진은 이점에 가장 적합한 기술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보였다.
부패감귤 건조시설을 제주 서귀포시 남원 거점에 추가 설치하고, 경북 성주군으로 확산했다. 더나아가 폐감귤을 직접 건조, 탄화시켜 부산물을 토양 비료로 활용했다.
이 연구를 담당한 연구자는 “내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사용자분들의 관점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좋은 기술이 아니라 죽은 기술이다. 주민들은 성능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쉽게 작동하는지, 버튼을 눌렀을 때 다 해결되는 것을 원했다. 그 외로도 시설은 안전하냐, 다른 시설에 피해가 없냐, 관리자는 사용하기 편리하냐, 운영에 있어서 최소화할 수 있냐 등 각자의 관점이 달랐다.”고 개발과정의 소회를 말했다.
사회문제해결 사업의 문제점
R&D를 통한 사회문제해결 사업의 문제점은 실제 우수한 제품을 생산했지만, 현장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로, 현장적용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상용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필요했다.
주요 문제점을 5가지로 나뉘어 살펴보면, ▲문제의 시급성 부족 및 사회문제해결 목표설정이 미흡하다. 시급성이 높지 않은 문제를 사업으로 선정하거나, 경제·산업적 목적(신기술·신제품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한 결과, R&D 성과가 현장의 문제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현장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이해관계자가 중심으로 참여한다. 부처 담당자·연구자 중심의 공급자가 주도한 사업추진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최종 수혜자 참여 등 현장 수요 반영에 한계가 있다. ▲법·제도 문제로 인한 성과 확산이 제약된다. 시제품 등을 완성했고 시장 수요도 존재하나 인증·허가·규제 등 법·제도 문제로 인해 성과 확산이 제약된다. ▲비즈니스모델 전략수립이 부재하면서 시장진출을 못 하고 있다. 시장진출을 위한 기술의 제품서비스화와 마케팅과 홍보전략의 부족으로 성과 확산이 제약되고 있다. ▲시장수요 부족으로 인한 성과 확산이 제약된다. 상용화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였으나, 공공 제품과 서비스 부분은 진출 시장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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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해결 사업의 대안
부처 간 협업 및 기업활동 촉진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은 과기부가 기획하면서 다른 부처로 확대되고 있다. 사업의 확장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공공데이터 개방, 지자체(시군구), 관할(행안부), 산업구조전환(산업부), 공공구매 및 혁신조달(조달청) 등 관련 부처협업 및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 및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소셜벤처, 사회적 경제조직, 일반기업의 참여 및 역할의 확대도 필요하다.
지역 간 연계와 경험 공유…통합 리빙랩 필요
물, 공기, 폐기물 등 많은 사회적 도전과제는 로컬의 특성과 함께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자원순환(Transition Lab) 활동은 과학기술계, 사회적경제조직, 지역사회, 시민 등 각 분야에서 파편적, 각개약진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현장’, ‘전문성+시민성’, ‘민+산+학+연+관’의 협력과 결합이 미흡하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로컬랩을 진행하되, 공통과제의 경우 공동으로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간 교류를 확대하고, 경험 공유, 우수 성과의 확산을 위한 커뮤니티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시민 주체의 조직화 필요
시민, 당사자, 소비자, 생활자, 최종사용자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체화와 조직화가 필요하다. 리빙랩은 연구자에게는 현장기반 연구활동의 경험과 지식, 시민에게는 공동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창조의 지식과 경험, 지자체에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지역문제 해결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새로운 산업·시장 진입이 어려우며, 지자체, 시민 등과의 리빙랩 활동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조직화가 필요하다.
사회문제 해결 중심의 평가시스템 구축
사회문제해결 기여도 및 사회적 파급효과 중심의 평가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제4차 성과평가 기본계획(‘21∼’25) 및 ‘21년도 실시계획에 따라 국민 삶의 질 관련 R&D에 대한 새로운 평가 유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평가 기본 방향은 ▲사회문제해결 가능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중심으로 선정 ▲평가과정 전반에 과제 수요자 등 참여 ▲사회적 효과를 반영한 과제의 목표 및 성과지표 설정 ▲사회문제해결 기여도, 연구성과 활용·확산 가능성, 문제해결과정 중심의 최종 평가를 한다.
관련 인력 육성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
새로운 관점을 이해하고 실제 활동을 진행해 줄 수 있는 지자체 공무원, 연구자, 시민사회, 현장활동가 등의 인력 양성 및 교육이 필요하다.
공무원 연수프로그램에 문제해결형 리빙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연구자 및 관련 주체 대상의 사회문제 연구개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리빙랩네트워크에서는 과학기술+사회혁신을 이뤄낼 리빙랩 코디네이터와 퍼실리테이터 등 인력 육성을 위한 매뉴얼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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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메이커 리빙랩’
‘임팩트 메이커 리빙랩’은 모두(Everybody)가 행복(Good life)을 만드는 랩(Impact Maker Living Lab)을 목표로, 신체적 소수자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임팩트메이커 리빙랩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주)공생에서는 정부 부처별 관련된 활동을 통합하는 기술 기반 리빙랩을 주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의 특화랩, 교육부 DSC지역혁신플랫폼의 지역리빙랩, 외교부 코이카의 CTS,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빙랩 기반 친환경 R&D (STEPI 국책과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돌봄 로봇 플랫폼. 그래픽=나오코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3/11/CP-2022-0029/image-703ea4cf-332c-4ac4-ac51-15531b3c116e.jpeg)
일본의 사회문제해결 과제
일본의 행정혁신을 위한 접근법을 보면, 개발자는 수요자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리빙랩이 마을 만들기 기반으로 인식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수요자와 함께 과제, 가설을 탐구하고 과학기술이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도를 해야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혁신을 할 수 있다.
사회혁신이 필요하면, 마을만들기 기반 리빙랩이 아닌 ‘사회문제 해결형 R&D’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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