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에서 ‘파격’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기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조직개편도 추진했다. ‘미래사업기획단’을 실설하고, ‘반도체 통’으로 불리는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사장 승진 7명, 위촉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의 인사가 났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변화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춘 인사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이런 의지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한 것에서 드러난다. 재계에선 노태문 DX부문 모바일(MX) 사업부장(사장)이 대표이사로 올라 ‘3인 대표’ 체제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 사장이 올해 갤럭시 S23, Z플립5·폴드5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연속적인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 경 사장 ‘투톱’ 제체를 유지하는 대신,역할을 분배하며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한 부회장은 DX부문에서 생활가전사업부장 역할만 맡게 된다. 기존에 함께 맡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이번에 승진한 용석우 신임 사장이 맡게 된다. 용 신임 사장은 1970년 생으로 삼성전자 사장단 중 가장 젊다. TV 개발 전문가로 기술, 영업, 전략 등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영상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경 사장은 올해 반도체 실적이 나빴지만, 역할이 커졌다. 기존 DS사업부장을 유지하면서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직한다. 경 사장이 SAIT 원장까지 맡으면서 진교영 현 SAIT 원장은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선 진 원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용퇴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 SAIT 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현업에서 물러난 김기남 회장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미래사업기획단 신설이다. 미래사업기획단은 과거 고(姑) 이건희 선대회장이 추진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떠올리게 한다. 미전실은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 프로젝트 추진과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하지마 2017년 이재용 회장의 구속과 함께 해체됐다. 삼성전차 관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조직으로 미전실과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미래사업기획단의 첫 번째 단장은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맡는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 시킨 주역으로, 권오현 전 회장의 신뢰를 받았던 인물이다. LG반도체 출신으로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장, 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 부회장은 2017년 권오현 전 회장의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김기남 회장이 선임되면서 삼성SDI로 이동했다.

재계에선 전 부회장이 삼성전자로 돌아오면서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은 만큼, 반도체 관련 신사업 추진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HBM 등 최근 반도체 주요 이슈를 삼성전자가 주도하지 못하는 만큼,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수종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이란 해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반도체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미래 청사진 그림을 그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구체적은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무원 출신 사장도 눈길을 끈다. ‘이재용 출장 파트너’로 알려진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공공업무(GPA) 팀장(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1990년 외무고시(24기)에 합격, 외교통상부 통상전략과장, 통상법무과장 등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 시절 경제수석실 행정관까지 맡았다. 이후 2012년 미주법인 상무로 삼성전자에 입사, 2017년부터 국제 대관 업무 팀장을 맡았다. 김 사장은 미국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MA) 등 국제 통상 환경 솔루션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부이사관 출신인 김이태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벤처투자 사장으로 승진했다. 1966년생인 김 사장은 행정고시(36기) 합격후 기재부 국제금융국에서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등을 거쳤다. 2016년 삼성전자 기업설명(IR) 그룹 상무로 입사, 대외협력·국제금융 전문가 역할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재부 부이사관이었던 이병원 IR 담당 부사장도 영입한 바 있다. 공직사회에선 삼성전자에서 공무원 출신 사장들이 배출된 것을 두고 “관료 출신 몸값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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