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재용·정의선·구광모 발로 직접 뛰어

지구 495바퀴…기업인들 175개국 인맥 총동원 호소

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참석한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함께 목발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연합 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참석한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함께 목발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연합

부산의 2030년 엑스포 유치가 아쉽게 무산되면서 지난 1년간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던 기업들도 크게 아쉬워 하고 있다

부산은 29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경쟁도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접전을 펼쳤으나 막강한 오일머니의 벽을 넘지 못했다.

165개 회원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부산은 부산은 29표를 받아 119표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 이어 2030년 엑스포까지 개최해 5년 주기의 글로벌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 달성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부산은 이번 유치 경쟁을 통해 세계의 이름을 알렸고 정부와 기업, 국민이 ‘코리아 원팀’이 돼 자신감이라는 큰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8개 그룹 회장단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8개 그룹 회장단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애초 부산은 리야드, 로마보다 뒤늦게 엑스포 유치에 뛰어들면서 경쟁국에 한참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우리나라가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7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정부 유치위원회가 구성된 이후였다.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를 공략한 시기보다 1년여 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선데다 재계 주요 총수까지 전면에 나서면서 최종 3개 도시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리야드와 박빙 상황까지 끌어올린 것은 재계 총수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최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지난 1년간 정부 득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182개 BIE 회원국 가운데 삼성은 가장 많은 31개국을 전담했으며 SK가 24개국, 현대차가 20개국, LG가 10개국을 나눠 맡았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10월부터 파리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직접 상주하면서 유치 활동을 벌였다. 그가 파리에 장기간 머무는 탓에 SK그룹이 매년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CEO 세미나’가 파리에서 열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파리에 있는 기간에도 중남미, 유럽 등 7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비행 거리만 2만2000㎞로, 급하게 잡은 출장으로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목발 투혼도 한때 화제였다. 최 회장은 아킬레스건 부상에도 목발을 짚고 지난 6월 BIE 총회에 참석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주위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재용 회장은 연초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동행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베트남 등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올해 들어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개최지 투표에서 캐스팅 보트(가부 동수일 때 승패를 결정하는 투표)로 불리는 카리브해 연안국, 아프리카 국가 등 태평양 도서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결심공판 직후에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영국 런던을 찾아 힘을 쏟았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리는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리는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

정의선 회장은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엑스포 유치지원전담조직(TF)을 꾸리고 전방위 지원 활동에 나섰다. 정 회장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찾은 나라만 체코, 슬로바키아, 미국, 인도네시아, UAE, 프랑스, 베트남, 인도 등 20여 개국이다. 특히 미국 출장에선 주미 한국대사와 함께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 12개국 주미대사를 만나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10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고, 지난달에는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만났다. LG가 전담해온 케냐는 지난 16일 한국 지지를 선언하는 성과도 얻었다.

신동빈 회장도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일정을 함께하며 BIE 회원국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부산엑스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신 회장은 6월에도 30개국 대사들을 부산에 초청해 직접 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부산 북항 일대와 엑스포 홍보관을 소개하는 등 힘을 보탰다.

재계 관계자는 “아쉬움이 남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하나된 열정을 보여 줬고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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