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 부산이 탈락한 뒤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한 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30년 부산에서 엑스포를 치르겠다는 정부 구상이 틀어졌다.

우리나라는 과거 여수엑스포와 평창동계올림픽도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절치부심해 끝내 유치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번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로 마무리된 만큼 재도전 동력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투표 후 박형준 부산시장은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면서 “2035년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우리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약해지지 않을 것이며 지치지 않을 것”이라며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투표에서 부산은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이어 29표로 2위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득표하지 못하도록 해 결선투표로 끌고가 역전한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예상밖의 큰 격차가 났다.

2030년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으나 박 시장이 언급한 대로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이번 결과를 우리가 경험삼아 앞으로 좋은 전략을 세워 2035년도에 꼭 도전을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으로 뒤늦게 엑스포 준비를 시작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며 이번 유치전 과정을 백서로 만들어 다음 도전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제대회 유치에 실패했다가 재도전 끝에 성공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2012년 여수엑스포가 대표적이다.

여수엑스포는 1993 대전 엑스포 이후 19년 만에 열린 BIE 공인박람회(인정박람회)였다. 애초 등록박람회로 2010년 엑스포 유치를 시도했지만 상하이시에 밀려 실패하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인정박람회로서 2012년 엑스포를 유치했다.

여수엑스포는 1999년 6월14일 국무회의에서 ‘2010년 세계해양엑스포’ 개최 및 유치추진 계획안을 의결해 추진됐다. 2001년 5월2일 국무총리 명의로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신청서’를 BIE에 제출하면서 역대 최다인 5개국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02년 12월3일 모나코에서 개최된 제132차 BIE 총회에서 한국 여수는 중국 상하이와 4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중국에 34 대 54로 최종 석패했다.

여수는 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한 지역의 패배의식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빠른 재도전 의지를 내비췄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인정박람회로 ‘2012년 세계박람회 여수 유치’를 국가 계획으로 확정하면서 재도전을 공식화했다.

결국 2007년 11월26일 프랑스 파리 총회에서 열린 제142차 BIE총회에서 여수는 2차 결선투표 결과 77표를 받아 63표를 받은 모로코 탕헤르를 제치고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가 됐다.

2018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3수 만에 유치에 성공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1월17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평돔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범국민 다짐대회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2010년도 동계 올림픽부터 유치지 경쟁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11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개최지 투표가 이뤄졌는데 평창은 1차 투표에서 1위인 51표를 득표했으나 과반(54표)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2차 투표에서 평창이 53표, 캐나다 밴쿠버가 56표를 얻으며 밴쿠버에 개최지를 넘겨줬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제119차 IOC 총회에서도 평창은 1차투표 36표로 소치(34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차투표에서 평창은 47표로 과반을 얻지 못하고 소치가 51표로 개최권을 따냈다.

두 차례나 역전을 허용한 평창은 포기하지 않고 세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피겨퀸’ 김연아 선수를 앞세운 유치활동을 벌이면서 2011년 제123차 IOC 총회에서 63표를 획득해 독일 뮌헨(25표)과 프랑스 안시(7표)를 누르고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여수엑스포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사례에 비춰보면 부산엑스포가 첫 도전에서 얻은 성적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재도전 동력이 과거보다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파리 현지서 유치전을 지켜본 박중석 CBS 기자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에 부산이 2차 결선투표까지만 진출했어도 재도전 이야기가 곧장 나왔을 것”이라며 “지금 너무 차이가 크게 나버려 재도전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고 바라봤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슬프지만 이게 무능’무책임’무대책 윤석열 정권의 실력이고 수준”이라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이제는 혈세 낭비하는 해외관광 그만하고 민생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엑스포 재도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으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면서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국토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글로벌 중추 외교라는 기조 하에 책임 있는 외교는 철저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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