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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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0대 남성 A씨가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오랜 기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수학학원 강사로 일해왔는데요.

A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진 무려 두달이 걸렸습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A씨를 찾은 가족들이 숨진 지 두달 만에 A씨의 주검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A씨의 죽음을 두달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웃은 물론 가족과도 거의 교류가 없던 A씨는 삶의 마지작 순간마저 이렇듯 쓸쓸했습니다.

A씨처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이나 지병 등으로 인해 홀로 죽음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고독사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 발생 건수는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더 이상 고독사가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집계된 전체 고독사 건수 중 20~3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6.3~8.4%에 달했습니다. 청년층도 고독사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건데요. 

/ 사진 = 2022년 보건복지부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갈무리
/ 사진 = 2022년 보건복지부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갈무리

◇정부·지차체, 고독사 예방 대책 마련…실효성은 ‘의문’

고독사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정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독사 위험 가구 보호를 위한 정책 및 서비스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A씨 사례에서도 지자체가 마련한 고독사 예방대책이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A씨가 거주하던 지자체는 고독사 위험 가구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A씨의 죽음은 사망 이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A씨가 모니터링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인데요. 해당 지자체는 기초생활수급자, 질병이나 거동 불편 등의 이유로 돌봄을 신청한 고령자 등만을 대상으로 고독사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40대인 A씨는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16일 제주도에서는 홀로 살던 고령의 B씨가 자택에서 숨진 지 한 달 만에 이웃 주민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B씨가 거주하던 지자체도 정기 방문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B씨는 돌봄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담당 인력이 한 명뿐이라 대상자를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 찾아내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신청하지 않는 이상 해당 돌봄 서비스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B씨는 이른바 독거노인에 지병까지 앓고 있었지만 별다른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홀로 숨을 거뒀고 그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한달이 걸렸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2020년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는데요. 매년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라는 조례의 내용과 달리 실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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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고독사 기준…고독사예방법 개정안 통과될까

정부·지자체 등 여러 단체들이 고독사를 각기 다른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행 고독사예방법은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일정한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별도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지자체 별로 고독사 인정 기준이 상이한데요. 

서울시와 부산시는 고독사 기준 기간을 3일(7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상태에서 홀로 사망한 후 3일 이상이 지나 발견이 됐을 때만 고독사로 보는 겁니다. 반면 군·면 단위 지역의 경우 대부분 고독사 인정 기준을 5일(120시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7일(168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지역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예방대책과 관련 정책 입안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기초돼야 합니다. 그러나 기준마저 제각각인 탓에 제대로 된 통계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약칭: 고독사예방법 )

제2조(정의) 이 법에서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ㆍ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개정 2023. 6. 13.>

이에 지난 7월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숨진 경우 시신이 언제 발견됐는지와 상관없이 모두 고독사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습니다.

현행 고독사예방법이 고독사를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임종하는 것’으로 바꾸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입니다. 

개정안은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곧 국회 본회의에 넘겨질 예정입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고독사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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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고려돼야 할 사항들이 더 있습니다. 

먼저 고독사 예방 대책의 사각지대가 해소돼야 합니다. 아무리 정책이나 지원책 등 예방 대책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A씨나 B씨처럼 지원책의 사각지대에서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해당 대책은 무용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사각지대 해소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확충해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심리 상담 등 청년층의 심리·정신적 불안정 완화를 위한 지원책도 확충돼야 합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20대 고독사의 절반 이상이 30대 고독사의 40% 이상이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경우였습니다. 

사회와 동떨어져 스스로를 가둔 고립 은둔형 청년이 5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청년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듬는 것만으로도 청년 고독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 중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
음”을 “임종하는 것”으로 한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서현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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