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혁신안을 관철하기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다만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인 위원장의 요구를 즉각 물리쳤다. 인요한 혁신위는 정치권에 중진 불출마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의의를 남기고 조기해산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11월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위원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진행한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총선에서 서대문구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말이 허언이 아니라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가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 온전히 관철돼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불출마 또는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안건을 공식 의결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희생’을 주제로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던 안건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했다”며 “당이 변하고 있단 상징적 조치를 국민께 보여드려야만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조기해산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인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마무리할지 크리스마스 전까지 할지 그건 당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는 당 지도부가 혁신안 수용 여부의 최종 권한이 공관위에 있다는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당 지도부가 공천 관련 혁신안의 최종 수용 여부가 공관위에 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인 위원장 자신이 공관위원장을 직접 맡아 혁신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공천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공천 관련은 공관위에서 결정하고 의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최고위나 지도부도 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거라 혁신안의 정신과 원칙이 반영되도록 공관위가 구성되면 잘 전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에서 혁신위의 혁신 요구에 지도부가 응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의 실패는 우리 당 지도부의 실패가 될 것이고 혁신위의 성공은 우리 당 지도부의 새로운 희망과 미래가 될 수 있다”며 “지도부를 향해 더 가열찬 혁신과 쇄신에 나서달라는 혁신위원회의 주문에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인 위원장의 승부수를 단칼에 일축했다. 인 위원장이 다음달 4일까지 답을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2시간 만에 거절을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인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혁신위에서 수고를 많이 했다”며 “당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다”고 사실상 인 위원장의 역할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인 위원장이 배수진을 쳤는데도 김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혁신위원회는 동력을 잃고 조기해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요한 혁신위는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 카드로 정치권에 돌풍을 몰고 왔으나 결국 과거 대부분의 혁신위처럼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됐다.

인요한 위원장은 10월23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혼란에 싸인 국민의힘을 쇄신하고 총선 승리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제를 안고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인 위원장은 1959년 전라남도 전주 출생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미국 국적 보유자였으나 한국형 구급차 앰뷸런스를 개발해 2012년 대한민국 특별귀화 1호로 대한민국 국적이 부여됐다. 정치적 성향은 보수로 분류되나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는 등 호남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 바깥 인사인 데다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혁신위원장 임명 초기엔 그저 ‘바지사장’이나 ‘얼굴마담’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친윤계 눈치를 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영남 중진 의원을 대상으로 불출마’험지 출마 카드를 꺼내들며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다만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잇따른 발언 논란을 일으킨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선임 직후부터 ‘낙동강 하류 세력 뒷전’ 발언으로 당내 영남권 중진들의 분노를 샀다. 혁신안이 당 지도부의 무시 속에 고사당할 위기에 처하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를 받았다고 말해 당무개입 논란도 일으켰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끝에 이 전 대표를 ‘준석이’라 지칭하고 부모 잘못으로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말해 사과하기도 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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