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에 이어서…

[TV리포트=권길여 기자] 정영준 대표는 레이블 대표로서 소속 코미디언이 제대로 날아다닐 수 있도록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역할에 주력한다. 그동안 소속 코미디언의 유튜브에 신스틸러로 등장해 이따금씩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긴 했으나, 주인공으로 나서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심경 변화가 있는지 넷플릭스 코미디 예능 ‘코미디 로얄’에 핵심 인물로 나와 이경규, 탁재훈, 문세윤, 이용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레이블 대표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정자’ 연기를 펼친 개그 장면은 압권이었다.

정영준 대표에게 앞으로도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할 거냐고 물어봤다. 그는 ‘코미디 로얄’ 출연 후 주위 사람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다며 쑥스러워했다.

“미디어 노출이란 아젠다를 따로 가져가고 있지는 않아요. 그냥 그때그때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젝트를 하는 거예요. 제가 방송국 스태프 출신이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걸로 훈련된 인간이 아니다 보니 찍을 때 사실 되게 힘들었어요. 하하. 긴장도 많이 해서 아마 이번에 이상한 말도 많이 했을 거예요”

장영준 대표는 어떻게 ‘코미디 로얄’에 합류하게 됐을까.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비화가 있었다.

“(‘코미디 로얄’을 연출한 카카오) 박진경 CP가 카투사 군대 동기라 되게 친해요. 이제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거 같아요. 저는 건축 유학하던 애였고 걔는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다니던 애였는데 친해졌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저는 CJ ENM에 들어갔고, 걔는 MBC PD 시험에 붙더라고요. 땡전 한 푼 없을 때 만나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업계 사람이 된 거죠.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했는데 ‘모르모트’ 권해봄 PD와 준비하는 게 있다면서 출연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무슨 출연을 하냐’고 했더니 ‘맨날 TV에서 보던 사람들 말고 조금 신선한 사람이 나와주면 좋을 거 같으니까 생각 좀 해봐’라고 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장영준 대표가 꼽은 ‘코미디 로얄’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한동안 고민을 하던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슈퍼스타K’ 같은 걸 보면 노래 잘하는 친구들도 삑사리가 날 때가 있고 그렇잖아요. 하지만 삑사리 난 애들을 우리가 욕하지는 않아요. 근데 코미디는 삑사리 나면 욕을 먹습니다. 전 그게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크리스 록이 농담을 했다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윌 스미스에게) 싸대기를 맞았어요. 그 농담이 좋은 농담이었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코미디가 좋은 코미디였냐고 물으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코미디는 평가가 굉장히 세요. 전 이 같은 모습이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미디 로얄’에서 정영준 대표는 곽범, 이선민, 이재율과 팀을 꾸려 ‘원숭이 교미’를 주제로 원초적인 개그를 선보였다. 딱 2시간 만에 여러 편의 코미디 무대를 짜야 하는 빠듯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경규를 포함한 동료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이경규는 “만약 (‘코미디 로얄’이) 성적인 걸 다루는 프로였으면 화가 안 났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그리고 전 세계가 보는데… 선을 넘은 겁니다”라며 ‘나라 망신’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반면 정영준 대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정영준 대표는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한 코미디는 아무도 안 보는 코미디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경규 선배님이 활동하던 시대는 정말 모든 사람에게 같은 코미디가 전달됐던 시기였고, 지금은 자기의 취향에 따라서 구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더 재밌는 코미디를 만들 수 있다면 조금씩 불편함을 넘으면서 선과 싸워야 하는 게 아닌가… 그분의 시야와 제가 보고 있는 세계관이 조금 달랐던 거 같긴 해요. ‘혹시 내가 전국노래자랑에 힙합을 들고나왔나’란 생각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공개된 후 대중의 반응도 이경규와 정영준 대표처럼 나뉘었다. 뻔하지 않아서 재미있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을 넘어 욕을 하는 ‘악플’도 많았다. 정영준 대표는 이를 짚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영준 대표는 “제작진이 이경규 선배와 대치하는 것처럼 편집을 너무 무섭게 했다”라며 ‘악마의 편집’이라고 토로하면서도, 방송에서 한 말이 자신의 코미디 철학은 맞다고 인정했다.

“모두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코미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코미디는 누군가를 놀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누구를 놀리는 행위가 부정적인 행위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런(논란) 일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근데 사실은 놀리는 행위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아요. 잘 놀렸을 때는 도리어 세상을 더 융화시키고 갈등을 없애는 그런 역할을 해요”

그는 가수 겸 배우 비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비 씨가 ‘깡’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막 놀려댔잖아요. 근데 비 씨가 그걸 받아내는 순간 비 씨의 커리어가 다시 올라갔어요. 놀리는 행위를 이렇게 잘 받아냈을 때 어마어마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와요. 저는 이런 일련의 행동이 다 코미디의 한 과정이라고 항상 생각해요. 결국 비 씨를 전 국민이 놀린 건데, 비 씨를 전 국민이 괴롭힌 건가요?”

사실 정영준 대표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코미디언이 웃음을 주려다 되려 각종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가까스로 재개된 ‘개그콘서트’도 시작하자마자 ‘외모 비하’, ‘외국인 비하’ 등의 구태를 반복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영준 대표는 웃음에 관대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정영준 대표에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코미디 로얄’. 시즌 2가 만들어진다면 또 참가할 거냐고 물어봤다.

정영준 대표는 거센 후폭풍 때문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을 아껴 웃음을 유발했다.

권길여 기자 gygwon@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인터뷰 ③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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