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울산, 눈물의 수원
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진행된 K리그1 시상식 뒤 울산 현대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축제의 울산, 눈물의 수원
2일 2부 강등이 확정된 수원 삼성 선수단이 홈 팬들에게 사과하는 가운데 관중석에서 홍염이 날아들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 대표 명가인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미 우승을 확정한 울산은 최종전 승리에 득점왕까지 배출하면서 홈에서 축제를 벌인 반면 수원은 창단 첫 2부 리그(K리그2) 강등이라는 충격에 휩싸였다.

35라운드 만에 일찌감치 리그 2연패를 확정한 울산은 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치른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전북 현대를 1대0으로 꺾고 2만 8000여 홈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전반 31분 국가대표 수비수 설영우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승점 76(23승 7무 8패)의 울산은 2위 포항 스틸러스를 승점 12 차이로 따돌렸다.

주민규(울산)는 17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티아고(대전)와 동률을 이뤘지만 출전 시간이 더 적은 선수에게 타이틀을 준다는 규정에 득점왕 영예는 주민규에게 돌아갔다. 2021년 제주 시절에 이어 개인 두 번째 득점왕이다. 국내 선수의 두 차례 득점왕 수상은 2003년 김도훈 이후 20년 만이다. 주민규는 지난해도 17골을 넣어 조규성(미트윌란)과 함께 최다 득점을 기록했지만 출전 시간 차이로 득점왕을 내줬었다.

수원의 2부 강등은 올 시즌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다. 수원은 2일 강원FC와 홈에서 치른 최종전에서 0대0으로 비기면서 최하위(12위·승점 33)에 머물렀다. 승강 플레이오프(PO)도 못 가는 ‘다이렉트 강등’이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래 첫 2부 강등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K리그 네 차례 우승, FA컵 다섯 차례 우승의 명문이자 최고 인기팀 중 하나지만 모기업의 인색한 투자와 올해만 3명의 감독이 사령탑에 앉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수원은 지난 시즌 10위로 마친 뒤 승강 PO 끝에 겨우 1부에 살아남았고 2021년에는 6위에 올랐다. 리그 마지막 우승은 2008년이다.

2014년 삼성그룹은 프로축구를 포함한 산하 스포츠단의 운영 주체를 제일기획으로 일원화하면서 투자를 줄여왔다. ‘왕조’를 자랑하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도 지난해 10개 팀 중 7위, 올해는 8위다.

지난해 기준 수원의 선수단 인건비는 약 88억 원으로 김천 상무를 제외한 K리그1 구단 중 여덟 번째였다. 176억 원인 울산의 절반 수준이다. 수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지도자 교체 카드만 남발하다 치욕의 시즌을 맞고 말았다.

경기 후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쏟아냈다. 구단 수뇌부와 염기훈 감독대행 등이 마이크를 잡고 관중석 쪽으로 고개 숙였지만 일부 팬은 그라운드로 홍염을 던지며 책임을 물었다. 성난 팬들은 구단 버스가 나가는 길을 2시간 동안 가로막기도 했다.

10위(승점 34) 강원은 K리그2 김포FC와 6일과 9일에 홈 앤드 어웨이로 승강 PO를 치른다. 승점 33으로 같지만 다득점에서 수원을 앞선 수원FC는 11위로 승강 PO에 나가 부산 아이파크를 만난다.

한편 최종 순위가 결정되면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나갈 팀도 확정됐다. 리그 우승팀 울산과 FA컵 우승팀 포항이 ACLE 출전권을 얻었고 3위 광주FC는 ACLE PO, 4위 전북은 2부 격인 ACL2 출전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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