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지만, 유독 맘 편히 웃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올해도 해외 사업 부문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오뚜기다. 오뚜기는 주력 제품들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내수시장 강자로 꼽히지만, 해외에선 여러 가지 구조적 약점에 부딪혀 고전 중이다.

오뚜기 대풍공장 전경 [사진=오뚜기]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은 24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이 2조37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전체 매출 중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히 10% 안팎을 맴돌고 있다. 3분기에도 오뚜기 전체 매출 중 해외 시장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9.5%에 그쳤다.

반면 라면 업계 경쟁사로 꼽히는 농심과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펄펄 날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각각 7418억원, 5876억원에 달한다. 해외 사업 비중 역시 점점 커지는 추세다. 농심은 3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으며, 삼양식품은 3분기 사상 최초로 해외 사업 매출(2398억원)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인 K-라면 인기에도 오뚜기가 해외 사업에서 유독 부진한 이유는 몇 가지 약점 때문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대표 제품의 부재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가 해외에서 말 그대로 대박을 치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농심 역시 대표 제품 신라면과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의 해외 인지도가 상당하다. 반면 오뚜기는 ‘진라면’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없고, 진라면마저도 해외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그나마 수출 경쟁력이 있는 라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오뚜기의 사업 구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체 매출에서 라면 비중이 절대적인 경쟁사와 달리 종합식품기업인 오뚜기의 라면 사업 비중은 3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기업으로 자주 묶이긴 하지만 카레, 3분 요리, 소스류 등 다루는 품목이 많다. 경쟁사들처럼 라면 사업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경호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 [사진=오뚜기]

오뚜기 역시 해외 사업 약점 극복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여념 없다. 최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사돈인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의 신규 영입 역시 그 일환이다. 김 신임 본부장은 서울 양정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카이스트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년간 액센츄어 등 컨설팅 업계에 종사한 그는 액센츄어타이완 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만 현지 제조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며 I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이후 2009년 LG전자에 입사해 CIO 정보전략팀장(전무), BS유럽사업담당(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 사업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오뚜기가 식품업계 경험이 전무한 김 본부장을 해외 사업 담당으로 영입하자, 업계 안팎에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들은 업종 특성상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인력을 모셔 오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상대가 아무리 전문가여도 우리 회사 사람만큼 내부 사정에 정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그럼에도 식품업계 경력이 전무한 인사를 영입한 건 그만큼 변화가 절실하다고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뚜기는 이번 김 부사장 영입과 함께 기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다. 현재 오뚜기 내 제조와 영업, 품질보증 등 소수의 핵심 조직들만 ‘본부’로 편제돼 있다. 해외 사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뚜기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비즈니스 역량을 보유한 김 신임 본부장이 오뚜기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추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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