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2개월 연속 상승세…4Q 삼성·SK 나란히 D램 흑자 전망

AI용 반도체 수요로 HBM 수익 개선 주도…낸드 감소폭 축소는 숙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SK를 1년 내내 괴롭혔던 반도체 가격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사들의 적자 탈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AI(인공지능) 시장 개화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 D램 사업만큼은 양사 모두 4분기 흑자가 점쳐진다.

다만 AI 수요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낸드는 아직까지 턴어라운드 시점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재고가 줄어들고 고객 수요가 되살아날 때까지는 당분간 보수적 생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가 바닥을 딛고 반등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부터 2개월 연속 D램과 낸드 가격이 오르면서 메모리 회복세가 본격화됐다는 진단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로 두 달 전과 비교해 19.2% 상승했다. D램 가격은 지난 10월 2021년 7월 이후 27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뒤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DDR5(16Gb)도 이 기간 14.7% 오른 3.9달러로 상승 추세다.

그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D램 가격이 10월부터 하락을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선 데에는 재고 축소, 시장 수요 회복, 제조사 가격 정책 등이 두루 작용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제조사들이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공급을 줄인 상황에서, 주요 시장인 스마트폰, PC, 서버 시장에서 재고 축적 움직임을 보이며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서버 D램 부문 가격 프리미엄은 2023년 3분기 50~60%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큰 수준을 유지했다. 4분기가 진행되면서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재고 확보로 모바일 D램 솔루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PC 수요 개선과 D램 공급 축소로 PC-OEMs 구매 센티멘트가 크게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공급 업체들은 보다 공격적인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인텔의 메테오 레이크(14세대 CPU)가 DDR5만 지원하고 있고 DDR4 대비 DDR5 가격 프리미엄도 29% 수준에 불과해, PC-OEMs의 DDR5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은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 4분기 계약 가격이 13~18%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낸드(eMMC, UFS) 역시 가격이 10~1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고부가제품인 HBM 수요가 워낙 견고해 삼성과 SK 이익 개선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HBM 시장이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성장한 44억 달러(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팽창하는 AI향 시장을 정조준해 양사는 HBM3, HBM3e 투자·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설명회를 통해 “HBM3는 이미 3분기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4분기에는 고객사 확대를 통해 판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는 올 연말 최종 품질 승인 완료 후 엔비디아와 AMD 등 10여개 고객에게 (HBM3를) 공급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HBM3Eⓒ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HBM3·HBM3e 내년 생산분이 모두 팔렸다고 밝히며 자사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SK하이닉스는 HBM3e 양산을 준비중인 경쟁사들과 달리 2025년 공급을 목표로 엔비디아와 HBM4 개발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HBM 시장은 생산 수율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 확보한 SK하이닉스의 승자독식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반등 추세에 힘입어, 삼성과 SK의 D램 4분기 실적은 나란히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이익이 1조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도 이 기간 D램에서만 1조3630억원의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봤다. 제품 출하량 증가와 ASP(평균판매단가) 개선으로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3분기부터 D램 흑자를 낸 SK하이닉스도 큰 폭의 이익폭 개선을 기대했다. 키움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이 1조5620억원으로 전분기 수준을 2배 이상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도 이 기간 SK하이닉스가 1조2861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낸드는 풀어야 할 숙제다. 감산, 수요 개선, 가격 반등 등 호재 요인은 대부분 D램에 국한돼있다. D램 사업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낸드는 매 분기 조 단위 적자를 기록중이다.

증권가는 올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영업손실이 적어도 약 1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조원을 웃돌았던 상반기 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조 단위인 점은 부담스럽다.

최근 들어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나 여전히 재고가 상당하고, 수요도 부진한 만큼 제조사들은 당분간 적자폭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10월 말 실적설명회에서”D램 대비 재고 수준이 높고 AI향 수요 영향도 제한적인 만큼 낸드는 업황 회복에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당사는 내년에도 보수적인 낸드 생산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역시 빠른 시간 내 재고정상화를 구현하기 위해 D램 보다 낸드 생산 하향폭을 더 크게 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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