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호남서 생산한 원전·신재생 전력을 수도권으로

핵심 전력망 건설 기간 30% 단축…유연성 전원 늘리고 인센티브 부여

제30차 에너지위원회 주재하는 방문규 장관
제30차 에너지위원회 주재하는 방문규 장관

(서울=연합뉴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0차 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12.4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정부가 국토의 가로축과 세로축을 연결하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서해안 HVDC’를 신속히 구축하기로 한 것은 신재생 발전과 전력 소비가 모두 늘어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그간 동해안-수도권, 호남-충청-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선로가 부족해 동해안과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원전 발전력을 수도권 소비지로 실어 나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현재보다 4배의 발전량과 3배의 송전용량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바이오 등 신규 첨단산업의 대규모 신규 투자를 계획한 만큼 전원과 전력 수요를 연결하는 ‘혈관’, 즉 전력망의 확충 과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230㎞ 동해안-수도권 송전선 공사 본격화
230㎞ 동해안-수도권 송전선 공사 본격화

(세종=연합뉴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1호 철탑이 준공되면서 230㎞ 구간의 송전선로 공사가 본격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강경성 2차관과 손병복 울진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울진에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1호 철탑 준공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구간도. 2023.11.23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호남, 전국 태양광 발전 42% 차지…’호남∼타지역’ 송전선로 2개뿐

호남 지역에는 한빛원전 1∼6호기(5.9GW)와 전국 비중 42%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이 포진해 있다. 호남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2020년 6.2GW에서 올해 9월 10.4GW까지 뛰어올랐다.

전력 수요가 낮은 호남에서 쓰고 남은 전력을 수도권 등으로 운반해야 하지만, 호남과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선로는 신옥천-세종(345㎸)과 청양-신탕정(345㎸) 등 2개뿐이었다.

이처럼 호남 지역의 과잉 발전이 전력 계통 불안을 야기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전력 수요가 낮은 봄·가을철에 제주 지역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상시화했다. 올해는 육지인 호남 지역에서도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가 처음으로 2차례 이뤄지기도 했다.

동해안 지역도 전력망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2022∼2024년 신한울 1·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신규 발전소가 도입되지만, 동해안과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선로는 3개에 불과하다.

동해안 전력을 수도권으로 운반하기 위한 ‘500㎸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경우 2009년 주민 반대에 부딪힌 이후 작년 초에야 입지 선정을 마무리하는 등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신규 첨단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예로, 인근 발전력이 부족해 원거리 발전소에서 전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력계통 혁신 대책
전력계통 혁신 대책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핵심 전력망 건설 기간 30% 단축…ESS 유연성 전원 2배로

산업부는 이날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대책’에서 전력망을 ‘국가 경제 발전의 대동맥’으로 비유했다.

1960년대부터 국가 주도로 전국에 7개의 고속도로를 내고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했듯이 2030년대에는 국가기간 전력망 체계가 갖춰져야 무탄소전원(CFE) 확대와 전기화 시대의 첨단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핵심 기간망의 건설 기간을 현행 13년에서 약 3.7년(30%) 단축한 9.3년으로 줄이고, 기존 전력망 활용을 극대화해 송전선로 건설 규모도 10% 절감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유연성 전원을 2036년까지 올해보다 2배로 늘려 전력 계통의 유연성도 높일 방침이다.

현재는 경직성 전원인 원전과 태양광 발전 등에 대한 감발과 출력제어를 ‘하루 전’에 통보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변동성이 높아진 전력시장에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에서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유한한 전력망의 계통 포화도를 고려해 발전 허가 속도를 조절하고 다양한 무탄소 전원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ESS 발전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국가가 전력망 건설 지원…특별법 제정

그간 한국전력은 국내 유일한 송전 사업자로서 전력망 건설, 주민 설득 및 보상,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 조정 등을 전담해왔다.

그러나 전력망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과 지자체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전력망 구축이 지연됐다. 최근엔 한전의 누적적자까지 가중하면서 송배전망 확충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경제·안보 및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 핵심 전력망에 대한 국가 주도의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범부처 국가전력망확충위원회(가칭)가 ▲ 345㎸ 이상 ▲ 무탄소전원(원전·신재생) 연계 ▲ 국가첨단전략산업에 공급되는 송·변전설비 중에서 선정해 인허가 특례 및 주민 맞춤형 혜택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력, 철도,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관계부처가 협력해 공동으로 개발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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