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상한가에 MBK 공개매수 난항

선행매매 의혹 확산…금융당국 모니터링 착수

전략·비전 부재한 경영권 참여 시도에 의구심 여전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한국앤컴퍼니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지분 확보에 나서며 경영권 싸움의 서막을 열었다. 회사 측도 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하면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행동주의 확산이 예고된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경영 개입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매수를 두고 시장에서 선행매매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MBK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확보를 방해하기 위한 회사 측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MBK는 전날인 5일 공시를 통해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함께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목표가는 2만원이다.

MBK 측은 공개매수 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들었다. 행동주의 펀드는 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주주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MBK가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지분을 확보하는 한편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기관투자자가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다만 MBK의 지분 확보는 첫 단추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는 가격으로 주주들의 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하겠다고 알린 뒤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공매매수가가 시장 거래가보다 높아야 주주가 응할 확률이 높아 지분 확보에 유리하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공개매수 목표가를 상회하고 있다. 공시 당일 상한가(29.90%·1만6820원→2만1850원)를 기록하며 단숨에 2만원을 넘어섰다. 이날 5.03%(1100원)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2만750원으로 공개매수가를 웃돌았다.

MBK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인수 부담은 공개매수 공시 전부터 커지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이후부터 공개매수 발표 전날인 4일까지 30.1%(1만2840→1만6820원)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기존 주주이자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인 hy(옛 야쿠르트)가 지분 인수에 나서며 관련 의혹은 거세지고 있다.


hy는 전날 기타법인 형태로 장중 50억원 안팎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주가를 높여 공개매수 성공률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hy측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 없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회장 측도 이미 지분 42.03%를 보유 중인 데다 5~6%의 우호 지분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움직임에 나설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의혹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에 나섰다. 금감원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전 어떤 계좌에서 매수가 이뤄졌는지를 들여다 보는 중이다.

한국앤컴퍼니 최근 한 달 주가 변동 추이. ⓒ한국거래소 한국앤컴퍼니 최근 한 달 주가 변동 추이. ⓒ한국거래소

업계에서는 MBK의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확보 시도를 신호탄으로 내년 주총 시즌 전까지 행동주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공개매수결과보고서가 총 18건 제출됐는데 이는 작년 7건과 비교해 157%(11건) 증가한 수치다. 이중 ‘인수합병(M&A)’목적만 7건으로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이 이전보다 늘어났다.

이번 분쟁을 계기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참여 시도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회복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단기 이익 추구로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선이 만만치 않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 전략과 비전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에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을 시작할 무렵에는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지만 이후 다시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평가 제고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주행동주의 대상 상장사 14개의 평균 주가 상승률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주제안 이후 20거래일 시점에 주가가 13.63% 상승했으나 점차 하향 추세를 보였다. 40거래일에는 9.40%, 60거래일에는 2.33%, 110거래일에는 0.42%로 내려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드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도움이 될 경영전략을 함께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한국앤컴퍼니 (왼쪽부터)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한국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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