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명차 판매 늘어나며 부정적 이슈 연루 빈도 높아져

‘이름값’ 반대급부로 불미스런 사건에 브랜드명 부각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내년 고가 수입차 판매 감소 여부 관심

8월 2일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역에서 롤스로이스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들이받은 사고 당시 모습.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8월 2일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역에서 롤스로이스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들이받은 사고 당시 모습.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사기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전청조-남현희가 선물로 주고받은 ‘벤틀리’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마약에 취해 잠든 채 발견된 ‘포르쉐’ 운전자

접촉 사고를 내고 과속으로 도주하다 소양강으로 추락해 사망한 ‘마세라티’ 운전자

서울 강남에서 약물에 취한 채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들이 받아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차주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 신고 당하자 주차장 3칸을 점유해 주차한 ‘람보르기니’ 차주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명차들이 올해는 유독 한국에서 구설수에 자주 올랐다. 법인차 사적 유용부터 음주‧마약복용 운전 사고,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 민폐주차까지 각종 불법‧탈법‧비윤리적 사안마다 빠짐 없이 명차 브랜드가 오르내린다.

업계에서는 ‘비싼차 맛집’으로 이름난 한국의 특성상 글로벌 명차들이 시장에 많이 풀리며 불미스런 사안에 자주 엮이는 부분도 있고, 대중의 주목을 끄는 브랜드인 만큼 집중도가 높아지는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사이 국내 수입차 총 등록대수는 24만38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으나 억대 라인업이 주력인 초고가 명차 브랜드들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 반열에서 그나마 진입 장벽이 낮은 축에 속하는 포르쉐는 11개월 만에 누적 1만대 장벽을 깼다. 11월까지 1만442대의 판매량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 30.9%를 기록했다.

포르쉐보다 한수 위로 쳐주는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같은 기간 7.9% 증가한 384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영국의 명품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브랜드 랜드로버의 11개월간 국내 판매량은 4684대였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무려 68.0%에 달했다.


세계적인 명차로 불리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는 수억 단위 초고가 차종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판매량을 보였다. 벤틀리는 748대, 롤스로이스는 255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0.3%, 16.4%로 고성장을 논할 수준은 아니지만 차 가격과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성장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지만 초고가 차종들은 오히려 이 시기에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국내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2018년까지만 해도 2만여대 수준이었으나 2019년 3만대에 육박하더니, 코로나19 펜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에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며 4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2021년에는 6만대, 2022년에는 7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는 10월까지 판매량이 6만1914대로, 남은 2개월간 이전의 월평균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7만대 중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 추이(한국수입자동차협회 데이터). ⓒ데일리안 국내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 추이(한국수입자동차협회 데이터). ⓒ데일리안

업계에서는 이처럼 고가의 명차‧럭셔리차들이 많이 팔리면서 수요층도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계층, 연령 등이 넓게 분포돼 불미스런 사태에 연루되는 빈도수도 더 잦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시장 규모에 비해 초고가 수입차 판매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일부 차종의 경우 해당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전체를 통틀어 한국 시장 규모가 1‧2위를 다투기도 한다”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갖춘 이들이 명차를 타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좀 더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이 명차를 소유하면서 부정적 이슈에 노출되는 사례가 잦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만큼 부정적 이슈에 엮이는 빈도가 평범한 수준이어도 더 자주 눈에 띄는 착시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꼭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잘못을 더 자주 저지르는 것은 아닌데, 언론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 수입 명차 이름을 헤드라인에 넣으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안게 됐다”면서 “이를테면 분당 백화점에서 경차 모닝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들이받고 내린 뒤 백화점 내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최원종 사건의 경우 ‘모닝’이나 ‘기아’ 브랜드가 수입 명차처럼 부각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11월 2일 국토교통부가 내년 1월1일 이후 8000만원 이상의 신규 업무용 법인 승용차에 부착되는 '연두색 번호판' 샘플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2일 국토교통부가 내년 1월1일 이후 8000만원 이상의 신규 업무용 법인 승용차에 부착되는 ‘연두색 번호판’ 샘플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가의 법인차 사적 유용’은 수입차 업계가 피해갈 수 없는 논란거리다. 이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까지 내세울 정도로 큰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공약대로 내년 1월부터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해 고가의 법인차를 일반 차량들과 구분되도록 했다. 기업 오너 가족이 법인차를 사적으로 타고 다니면 티가 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주차장과 단속카메라 인식 오류 문제, 일반 기업 CEO들에게 제공되는 법인차까지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된다는 점, 연두색 번호판을 단 고가의 수입 스포츠카가 오히려 ‘금수저’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차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다. 2019년 이전까지는 70% 이상이었고, 이후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올해까지도 64%를 점유하고 있다. 1억 이상 수입차 세 대 중 두 대는 법인차란 의미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의 실효성 여부는 이 수치가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계속해서 ‘비싼차 맛집’으로 이름을 떨치고, 비싼차 중 법인차 비중이 여전히 높다면 제도의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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