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부러워하는 ‘K-의료’…비대면이 ‘의료 한류’ 마중물 될까
강북삼성병원 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2021년 12월부터 재외국민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북삼성병원

#대기업의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 받은 김모(53) 씨는 출국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두 살차인 김씨 부부는 20년째 나란히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언어, 문화적 장벽이 있는 타국에서 생활하다 자칫 건강을 해칠까 염려가 됐다. 이 같은 걱정은 출국 전 해외에서 이용 가능한 비대면진료 앱을 소개 받으면서 말끔히 해소됐다. 김씨는 “한국에서 다니던 가정의학과와 연결해 비대면진료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약 처방과 배송도 받고 있다”며 “혈압이 잘 관리될 뿐 아니라 대면진료 때보다 여유롭게 상담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객·유학생도 韓 의사에게 ‘비대면진료’ 받는다

7일 의료계와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신산업 분야 규제 혁신 방안’ 발표를 통해 해외 파견근로·유학생·여행객 등 재외국민 대상의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행 법상 의사와 환자 간 진단·처방 등의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거쳐 2020년 6월 재외국민 대상의 비대면진료 및 상담 서비스를 임시 허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해외 근로자와 가족을 포함해 언어적 차이, 낮은 의료수준 등으로 애로를 겪는 교민, 유학생 등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의료기관은 현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재외국민이 온라인 플랫폼에 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화·화상 등을 통해 의료상담·진료를 제공할 수 있고 환자의 요청 시 의료진 판단 하에 처방전 발급도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진료·상담서비스를 허가받은 의료기관과 업체는 31곳에 달한다.

외국인도 부러워하는 ‘K-의료’…비대면이 ‘의료 한류’ 마중물 될까
강북삼성병원이 재외국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비대면 의료상담 프로세스. 사진 제공=강북삼성병원

의료환경이 열악한 해외 거주자들의 비대면진료 수요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었다. 강북삼성병원은 2021년 7월 외교부 129개 재외공관의 비대면 의료상담 사업을 수주한 후 월평균 120건이 넘는 서비스를 소화했다. 이후 3년 연속 전 세계 대한민국 공관의 외교관·공관원 및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상담을 제공 중이다. 베트남 타이응웬 삼성복합단지 내 부속의원 및 하노이 현지 3개 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근 공단의 근로자 및 가족을 대상의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7개 해외진출기업과 연계해 재외국민의 건강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간호·심리상담, 의사진료 등을 포함한 강북삼성병원의 비대면진료 실적은 2021년 1746명에서 2022년 8598명으로 급등했다. 올해는 1만20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韓비대면진료 플랫폼 현지 맞춤화…해외 의료시장 진출 물꼬

민간규제샌드박스 1호로 허가를 받았던 라이프시맨틱스(347700)는 2021년 6월 재외국민 대상의 비대면 진료·상담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행 1년만에 비대면진료 건수는 약 52% 증가했고, 진료 국가는 기존 영국·스위스·중국에서 미국·호주·케냐 등으로 확대됐다. 자체 개발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콜’을 현지화해 올해 3월 태국의 상급종합병원 라마9병원과 동남아 진출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10월에는 기술실증 계약으로 이어졌다. 풍부한 재외국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의료시장 진출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외국인도 부러워하는 ‘K-의료’…비대면이 ‘의료 한류’ 마중물 될까
라이프시맨틱스는 올해 8월 네이버 클라우드와 함께 태국 주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콜 타이’를 시연했다. 사진 제공=라이프시맨틱스

해외 거주자 대상의 비대면진료가 물꼬를 트면 한국의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알리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의료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ICT 기반 외국인 환자 사전상담·사후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원격협진 형태로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선진시장 선점 기회를 모색해 왔다. 카자흐스탄·베트남·중국·몽골 등을 중점국가로 삼고 단독 의료기관 또는 디지털헬스케어기업 및 외국인환자 유치 등록기관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의 사전·사후상담 서비스 제공 모델을 발굴 및 지원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은 첫 해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몽골 환자에게 114건의 원격 협진을 진행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실제 내원 및 치료로 이어진 비율이 57%에 달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새로운 활로로 자리를 잡았다.

◇외국인 환자 유치하려면 국가간 협약 필수…의료법 개정 등 과제 산적

다만 비대면진료가 재외국민을 넘어 외국인 환자 유치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규제샌드박스는 안전성이 있으나 법적 요건 또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 한시 허용해주는 제도다. 최초 허가 시 2년, 추가로 1회 연장이 가능하다. 대다수 참여 기관들은 내년 또는 내후년경으로 종료시점이 정해져 있다. 국내 의료인이 해외 소재 외국인 환자를 비대면 진료했을 때 처벌받지 않도록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의료해외진출법 등 관련 법이 개정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국한되기 때문에 국내 의료인과 대면진료가 제한된 국외 환자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추진단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재외국민과 달리 외국인 대상의 비대면진료는 해당 국가에서 불법 의료로 간주될 수 있다”며 “외국인 대상 비대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간 협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료를 위해 국민들이 해외 의료관광을 많이 나가는 국가에서는 무분별한 해외 의료관광을 막고 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의료 서비스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재외국민은 현지 의료의 낮은 접근성과 높은 의료비, 언어적 장벽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 이들에게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대상의 비대면의료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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