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트 트랙 1.2.3

<19> 너에게 내 세상을 줄게 
– 루시 

바람아 내게 봄을 데려와 줘

2020년 도쿄 올림픽, 안산 선수의 화살이 10점에 꽂히자 흘러나온 이 노래. 금메달을 거머쥔 안산 선수가 밴드 루시의 팬이라 밝히며 역주행한 곡, ‘개화’다. 루시의 출발을 알린 곡이자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봄 바람을 불어넣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 

밴드 루시의 음악에서는 일렉 기타 대신 바이올린 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2019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JTBC ‘슈퍼밴드’에서 결성된 밴드로, 데뷔 이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대세 밴드’가 되었다. 순수하고 청량한 ‘개화’, ‘조깅’, ‘히어로’부터 강렬한 락 사운드의 ‘부기맨’까지 사계절을 꽉 채운 루시의 음악을 들어보자. 

사진=미스틱스토리
사진=미스틱스토리
Track 1) 히어로

루시는 좋아한다는 말도 뻔하게 하지 않는다. ‘히어로’는 자존감이 낮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것 같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누구든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노래다. 애니메이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귀엽고 청량한 곡이다. 

부디 너의 맘에
하얗게 내린 눈꽃이
차갑게 얼지 않기를
너라는 이름은
오뉴월의 꿈만 같아
깨고 싶지 않은걸

‘너라는 이름은 오뉴월의 꿈만 같아 깨고 싶지 않은 걸’ 아름다운 가사로 잘 알려진 곡이다. 네 마음이 차갑게 얼지 않길 바라는 화자를 볼 수 있다. 초여름의 꿈 같은 너에게서 깨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너라면 이런 날
기다릴 수 있을까
저 달이 떨어져도
난 아직까지 그대로 일 텐데
막다른 길이라고
또 혼자서 넘어져 우울하고
난 그대에게 조금 더 멋있는 사람이
돼 주고 싶었는데
눈부셔 햇살을
닮아 환하게 웃어 주는 너

나조차 내가 누구인지 몰라서 헤매던 날, 막다른 길에 다다라 길을 잃어 슬퍼하는 내 곁에는 항상 네가 있었다. 그대에게 멋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너는 넘어져 좌절하는 나를 보고서도 환하게 웃어줬다. 이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네 곁에 있는 나는 아무리 넘어져 우울해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난 만화 속에
주인공처럼
내겐 두 손에 빔
하늘을 가르는 날개
괴력의 힘은 없지만
그래 너의 곁에선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너에게 내 세상을 줄게

두 손에 빔, 하늘을 가르는 날개, 괴력의 힘은 없지만 네 곁에만 있으면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지독하게 평범한 나도 네 앞에서는 히어로가 되고 싶다. 내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여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너에게 내 세상을 줄게’ 재고 따지는 것 없이 너의 옆에서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루시의 순수한 고백이다. 

Track 2) Over The Christmas

여섯 번째 싱글 의 수록곡으로, 루시가 선보이는 첫 캐럴이다.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곡으로 키치한 가사가 포인트다. 마냥 밝고 신나는 캐럴보다는 핫팩 같이 은은한 온기를 주는 노래다. 

차가운 만큼 따뜻해 줬던 우리
Merry Christmas all of you

난 아직 그 발걸음을 떼지 못했나 봐
우리가 쌓아놓은 눈 위로
그냥 고마워 서로여서 온 이 계절이

네 번의 마법과
삼천만 번의 순간
열두 권을 지난 우리 이야기

네 번의 마법과 삼천만 번의 순간. 크리스마스는 우리가 1년을 마무리할 때 즈음 찾아온다. 1년 12달, 365일, 31556926초를 지나 우리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삼천만 번의 순간을 지나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에 고마움을 표한다. ‘그냥 고마워 서로여서 온 이 계절이’는 루시의 팬이라면 더 와닿을 가사다. 루시가 지금껏 달려온 길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이번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여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어디선가 웃고 있을 너의 보고 싶은 얼굴
서로를 바라보곤
나는 널 너는 날

말라버린 달력
두꺼워지는 옷이
열두 번의 기대를 아는 듯이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누구는 11월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캐럴을 들으며 미리 기대감에 부풀기도 한다. 달력은 한 장씩 넘어가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옷차림은 두꺼워진다. 마침내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차가운 입김과 손을 주머니에 포개 놓으면 / 밝은 조명들이 우릴 축하해 주듯 빛나’ 사람들이 12달을 기다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이 크리스마스도 자기 차례가 오기 만을 기다린 듯이 반짝거리며 빛난다. 

내가 밤이 돼줄게
너는 눈이 돼줄래?

내가 빨강 해줄게
너가 내 초록 해줄래?

내가 널 받아낼게
너는 펑펑 내려줄래?

우리 같이 흩날려
세상을 하얗게 덮여볼래?

크리스마스의 상징 색인 빨간색과 초록색. 빨간색은 나쁜 것, 고여있는 것, 정지 등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반면 초록은 출발, 나아가는 것, 긍정의 신호라 볼 수 있다. 내가 빨강을 해 줄 테니 네가 내 초록이 되어줄 수 있냐는 물음은 내가 나쁜 것들을 막아내 줄 테니 너는 앞으로, 좋은 길로 나아가라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내가 밤처럼 어둠이 되어줄테니 너는 하얀 눈이 되어주고, 내가 널 받아낼 테니 펑펑 내려달라는 루시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Track 3) 난로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다. 누군가에게 힘들 때 같이 있어주겠다고 말하는 곡으로, 추운 날씨와 힘든 상황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곡이다. 노래는 모닥불 소리로 시작된다. 

차가운 바람 하나가 창가에 앉아
나에게 너의 얘기를 들려주었어
유난히 추웠던 겨울 별빛 아래서
우리는 반짝였었지
저 별을 따라

‘난로’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처럼 들린다. 두 사람이 유난히 추웠던 겨울 별빛 아래서 나눈 이야기를 들으면 난로를 켠 듯 몸이 녹는다. ‘난로’는 첫 번째 트랙으로 소개한 ‘히어로’와 연결된다. ‘히어로’가 지금의 모습이라면 난로는 히어로 이전의 웅크려있던 시기를 조심스레 보여준다. 

차가운 바람 하나에 흔들리듯이
너에겐 작은 바램도 어려웠을까
유난히 추웠던 겨울 그믐달 아래
소중히 여긴 바램이 이루어질까

내가 겪었던 고민의 시간들을 너도 비슷하게 겪고 있나 보다. 차가운 바람 하나에도 쉽게 흔들리고 작은 바램을 가지는 것조차 어려운 시간, 다행히도 네 옆에 내가 있다. 몸도 마음도 유난히 추웠던 겨울 그믐달, 우리가 함께라면 거리는 밝아지고 그 속에서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시간은 지나갔지만 아직도 나를
따스히 안아 주었던 너를 기억해
하얗게 내린 눈 위에
우리 얼굴을 그려
널 담아내 별이 내린 만큼

눈꽃이 떨어지면 거리는 밝아지고
우리는 그 속에서 춤을 추게 될 거야
불빛이 우릴 비추고 종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이 겨울을 날아 

내가 힘들어할 때 너는 나를 따스하게 안아줬다. 히어로에서 넘어진 나에게 햇살같이 환하게 웃어주던 너를 잊을 수 없다고 했던 것처럼 나도 너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려고 한다. 너 덕분에 작은 모닥불이 세상 온기의 전부였던 것 같은 그때의 내가 없어진 것처럼, 나도 네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남긴다. 

남겨진 마음들도 지나버린 시간도
언젠가 흐려져만 간대도 괜찮을 거야
얼어붙은 꽃처럼 홀로인 날
따스하게 녹여준 너는

얼어붙은 꽃처럼 홀로인 나를 따스하게 녹여준 너에게 나는 ‘남겨진 마음들도 지나버린 시간도 언젠가 흐려져만 간대도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한다. “너는 괜찮을거야”라며 건네는 위로의 말에는 확신이 있다. 상황이 유리해서 혹은 시간이 다 해결해줄거라는 그저 그런 위로가 아니다. 네가 나를 보듬어주었던 것처럼 너는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위로다. 너는 강하고 너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기에 이 시간도 다 괜찮아질 것이라 한다. 

기다리던 날들도
바래왔던 순간도
어느새 우리 곁에 올 거야
시간을 넘어서
네 마음이 춥고 외로울 때
내게 그랬듯이
너를 혼자 두진 않을 거야

‘쾅’ 소리가 나고 노래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6분이 넘는 노래지만 지루하지 않은 구성과 가사 덕에 6분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다.
타인을 위로하는 것은 어렵다. 섣부른 조언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시간이 약이라는 뻔한 말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네 마음이 춥고 외로울 때 내게 그랬듯이 너를 혼자 두진 않을 거야’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말이 아니라 다른 표현 없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담백한 표현은 가슴으로 와닿는다. 누군가 나를 온 마음으로 위로하는 것은 사랑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글 = 김수린 썸랩 인턴 에디터
감수 =   Tim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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