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앞두고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은 인사를 마무리짓고 새해 경영전략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그동안 주요 기업들이 밝힌 전략 기조를 토대로 신년 경영전략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위기감을 강조하는 등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SK그룹은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조직 개편으로 미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한 효율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SK그룹은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오는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영업손실 8조763억원에 달하고, SK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같은 기간 각각 영업손실 5632억원, 35억원에 그치는 등 BBC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이 최근 ‘서든 데스’를 언급한 것도 그룹내 위기 의식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SK그룹은 BBC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위한 조직 쇄신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설 전망이다.

SK그룹이 연말 임원 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것도 글로벌 복합위기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그룹의 ‘2인자’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주요 계열사 7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변경하는 등 50대 차세대 리더를 전진 배치하며 과감한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전경. [사진=SK온]

그룹 조직 체계도 대수술했다.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한 ‘효율화’에 방점을 둔 조치다.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들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발맞춰 AI 조직을 강화했다. AI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해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는 목표다. AI 인프라 조직 산하에는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고대역폭 메모리(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를 신설한다.

아울러 차세대 HMB 등 AI가 진화하면서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할 ‘AI&넥스트’ 조직도 만든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HBM에서 한 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HBM을 향수 ‘실적 개선의 열쇠’로 활용하고,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필드 품질 등을 높여 HBM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들어가고, 2026년에는 6세대 HBM4를 양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 D램 [사진=SK하이닉스]

SK텔레콤(SKT)은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AI서비스사업부 △글로벌·AI테크사업부 △T-B 커스터머사업부 △T-B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등 4대 사업부 체계를 구축했다. ‘AI서비스사업부’와 ‘글로벌·AI테크사업부’는 글로벌 개인형 AI 비서(PAA)와 텔코(통신사업자)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기 위해 협력한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AI 솔루션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이를 전담할 ‘톱 팀'(Top Team) 조직을 신설해 운용하기로 했다.

‘글로벌 솔루션 오피스’도 신설한다. AI 데이터센터, 도심항공교통(UAM), AI 반도체, 양자, 엑스칼리버 등 AI 관련 내부 역량을 결집,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 ‘T-B 커스터머사업부’와 ‘T-B 엔터프라이즈사업부’는 모든 사업 영역에서 AI를 적극 도입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

SK그룹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콘트롤타워도 일원화한다. 그동안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됐던 투자 기능을 투자 전문 지주회사인 SK㈜로 모두 이관한다. 협의회 소속이던 미국·중국·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옮긴다. 이를 통해 중복투자를 없애고 효율성을 높여 투자 자산의 미래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9월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T]

SK㈜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는 지주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직 개편을 통해 중간지주사로서 정예화한 조직을 구성하고, 매니지먼트 기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전략, 성과, 재무 등 주요 경영관리 기능을 통합한 전략·재무 부문을 만들어 전문성을 높인다. 석유·화학 사업의 통합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자동차 배터리, 첨단소재 등 친환경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사업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위기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자회사들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등을 구축해 수익성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를 통합하고, 전략 본부를 신설해 목표 달성 실행력을 높인다. SK지오센트릭과 SK엔무브는 사업화 단계에 돌입한 울산 첨단 재활용 클러스터(ARC) 등의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전담 체계를 강화했다.

SK온은 제조,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확대에 방점을 두고 조직을 개편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역·고객별 마케팅 전략 고도화를 위해 마케팅 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SKC도 조직 구조를 간결화해 의사 결정 속도와 실행력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SK머티리얼즈는 고객 대응 조직을 강화하고 운영시스템을 체계화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력도 높여 나갈 예정이다.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통해 내부 쇄신을 마친 최 회장이 최근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도 직접 사업 현장을 챙기며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을 방문해 HBM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 받았다.

최 회장이 미국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7월 SK바이오팜 미국법인 이후 약 1년 반만이다. 이튿날에는 SK가 투자한 AI 연구개발(R&D) 전문 기업 가우스랩스와 주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 기업 루나에너지 사업장도 찾았다.

미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유럽으로 떠난 최 회장은 11일 독일에서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을 만나 글로벌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해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아 반도체 파트너십 강화 등을 논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미국 등 현장 경영은 현지 계열사와 투자사들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점검해보기 위한 것”이라며 “최 회장의 연말 글로벌 경영 행보는 2024년 새해에도 반도체, AI, 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고, ‘글로벌 스토리’도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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