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Hamburg(함부르크)’호가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Hamburg(함부르크)’호가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HMM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HMM(구 현대상선) 매각 우선협사유대상자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당분간 여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림 측이 HMM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에 요구했던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등의 조치가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추후 매각 과정 중 자금 조달에 대한 의문부호도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진=산업은행
사진=산업은행

7년 만에 주인 찾는 HMM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HMM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의 팬오션과 JKL파트너스의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대략적인 매각가는 약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지는데, 양측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오는 2024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만약 계획대로 이번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져 최종 인수에까지 도달할 경우, 지난 2016년 유동성 위기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은의 관리하에 운영돼온 HMM은 약 7년여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HMM도 본격적인 성장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HMM의 연간 매출은 18조5800억원, 영업익은 9조95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상선업계 내 1위 기업이다.

또 하림그룹 또한 이번 인수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기존 해운계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단숨에 재계 순위(자산 기준)를 기존 27위에서 13위로 14계단이나 수직 점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HMM 매각 건을 주도한 산은의 표정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강석훈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던 HMM의 ‘연내 매각’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럼에도 일부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하림 측과 우선협상자 선정 협의 과정에서 거론됐던 일부 독소조항에 주목하고 있다. 추후 이어질 우선협상 과정에서 하림 측이 이를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한국해양기자협회가 주최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한국해양기자협회가 주최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박민석 기자

9부 능선 넘었지만…우려는 ‘여전’

실제로,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진행될 하림과의 본협상 과정에서 산은이 적잖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하림 측이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사실상 철회했던 일부 요구조건을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과의 본협상에서 다시 꺼내 들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하림 측이 선 제안 후, 철회한 사안은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 △향후 5년간 지분매각 금지 △향후 3년간 연간 배당 5000억원 제한 등의 조치다. 하림 측은 보다 원활한 자금조달 및 추후 인수 후 HMM 정상화를 위해 해당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업계에서는 설사 하림 측이 해당 조건을 논의 테이블에 다시 꺼낸다고 하더라도, 산은 등 정부 채권단이 이를 재논의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산은과 정부 측이 이같은 조치를 일각에서 제기돼온 소위 ‘먹튀 논란’을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산은의 재논의 거부가 향후 매각 절차, 특히 실제 매각 완료 후 HMM 운영 과정에 중대한 리스크를 야기할 촉매제가 될 가능성 또한 거론된다. 가뜩이나 해운업계의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하림 측이 자체조달 가능한한 수준 외에 부담해야 할 2조원이 넘는 인수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산은이 혹시 모를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 또한 산은의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 현재 지연되고 있는 합병‧매각 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산은의 입장에선 이번 HMM매각건 만큼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과 달리 실제 본협상에선 사실상 하림 측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산은이 현재 처한 상황도 이번 HMM 매각 성사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거론된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기준,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비율은 13.75%로 전 분기 대비 0.36%p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권에 BIS자본비율을 13% 수준으로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재무 건전성이 요구되는 국책은행의 경우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비율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의 경우, 비연결자회사인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적자로 인한 건전성 악화로 BIS비율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6%에 달했던 산은의 BIS비율은 △14.9%(2021년) △13.4%(2022년)로 계속 낮아졌다. 물론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 매각 여파로 올해 1분기 13.1%에서 2분기 14.11%로 1%p 가량가량 개선됐지만 이후 3분기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6조원 가량의량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의 상황을 고려하면, 산은의 BIS비율 제고를 위한 유일무이한 방안은 사실상 HMM 매각뿐이라는라는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왼쪽)이 국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왼쪽)이 국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최선의 선택, 추후 협상 지켜봐야

그럼에도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HMM매각 과정에서 산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번 HMM매각 과정에서 산은이 우선협상자로 하림-JKL컨소시엄을 선택한 표면적 이유는 입찰에 참여한 타사 대비 높은 입찰가를 써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번 매각 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다. 이는 전체 지분의 약 58%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설정한 HMM의 매각 예정가격은 약 6조3000억~6조3500억원 수준이다. 정확한 입찰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림-JKL컨소시엄은 예정가격보다 소폭 높은 6조4000억원 수준을 써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이번 입찰에 나선 동원그룹은 이보다 예정가격보다 낮은 6조2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채권단은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향후 HMM의 성장성을 가늠할 정성평가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에 반영했다. 그 과정에서 하림이 과거 팬오션(구 STX팬오션)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경영해 온 점, 예상 인수가의 상당 비중(약 3조2000억원 추산)을 자체 조달하겠다고 밝힌 점 등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결론적으로 가장 높은 인수 입찰가를 써낸 곳이 보다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 또한 이번 하림의 우선협상자 선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산은과 하림 측 관계자들 또한 일제히 데일리임팩트에 “매각(매수) 측과의 비밀 유지계약으로 인해 입찰가격 등 입찰 내용과 세부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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