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부동산은 국내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수백억, 혹은 수십억을 호가하는 부동산 투자는 일반인들에게 너무도 먼 이야기죠.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넘어 음원, 저작권과 같은 무형의 자산까지 일반인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조각투자’가 그것입니다. 그간 제도권 밖에 머물던 조각투자가 금융당국의 품 안에 들어와 본격적인 시장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지금, 조금 더 현명하고 쉬운 투자 방법을 아이뉴스24가 알아봅니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미술품 조각투자 1호로 투자계약증권 공모를 시작한 열매컴퍼니는 ‘현대 미술계의 대모’로 불리는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쿠사마 야오이는 국내에서 김환기 화백, 이우환 화백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흥행성을 갖춘 인기 작가인데요. 전 세계적으로도 게르하르트 리히터, 데이비드 호크니 등과 함께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 중 한명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번에 공모하는 작품은 쿠사마 야오이의 대표작 ‘호박’인데요. 공교롭게도 또 다른 조각투자사 투게더아트도 같은 작가의 ‘호박’ 작품으로 공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동일 작가의 동일 작품명이지만 다른 이 두 작품,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공모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미술품 조각투자 1호로 투자계약증권 공모를 시작한 열매컴퍼니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투게더아트가 ‘현대 미술계의 대모’로 불리는 쿠사마 야오이의 대표 연작시리즈 ‘호박’을 공모 기초자산으로 제시했습니다. 사진은 열매컴퍼니의 ‘호박'(왼쪽)과 투게더아트의 ‘호박’. [사진=각 사]

◇ 시리즈 중 가장 인기있는 ‘노랑색’ 호박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은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연작 시리즈입니다. 호박 형상을 매개로 크기, 색감, 기법, 제작연도 등에서 차이점을 가지는데요. 캔버스에 그려진 호박 연작은 모두 서로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과 독창성이 인정됩니다.

호박 시리즈는 작가가 오랜 미국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한 뒤 스스로 도쿄 소재의 정신병동에 입원한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수채화 형식으로, 80년대부터는 아크릴 캔버스 작품이 제작됐다고 하죠. 호박과 함께 배경에 그려진 그물망은 작가의 회화 ‘무한의 망’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인이 갖고 있던 강박증을 극복하기 위한 치유 과정에서 탄생한 회화 형식입니다. 호박과 무한의 망, 호박 표면의 물방울 무늬 결합을 작가의 삶과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환영의 시각화, 이를 통한 치유와 극복의 산물이라고 해석합니다.

열매컴퍼니가 제시한 호박(Pumpkin-AG00001)은 2001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노란색이 특징인데요. 노란색 호박이 그려진 캔버스 작품은 초록, 검정 등 다른 색감에 비해 시장 선호도가 높아 크기 대비 높은 가격 대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세로 27.3cm x 가로 22.0cm의 캔버스 3호 크기로, 작품 후면에는 작가의 친필 서명과 제목, 제작연도가 표기돼 있습니다.

투자계약증권 공모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투게더아트의 호박은 2002년에 선보여진 작품으로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려진 것은 동일하지만 가로로 긴 것이 특징입니다. 작품크기는 세로 22cm × 가로 27.3cm 크기의 캔버스 3호 작품입니다. 마찬가지로 작가의 친필 서명과 야오이 쿠사마 스튜디오로부터 발급받은 등록증을 갖추고 있습니다.

열매컴퍼니는 서울옥션을 통해 이 작품을 11억2000만원에 취득했고, 투게더아트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사를 통해 10억9403만원에 작품을 구입했습니다. 각 사는 공모금액을 취득가액에 발행제비용 등을 포함해 책정했습니다.

◇ 열매컴퍼니, 호박 평가가격 12억3천만~16억7천만원 제시

열매컴퍼니의 공모 규모(모집총액)는 12억3200만원입니다. 이는 호박을 선매입한 비용 11억2000만원에 발행제비용 1억1200만원을 더한 금액입니다.

주당 공모가격은 10만원입니다. 열매컴퍼니는 특허를 보유한 ‘가격산정시스템’으로 국내외 거래사례 43건에 대한 가격을 분석하고, 회사 내 작품팀이 보유한 미술품 전문인력의 감정을 거쳐 적정 취득가와 공모가격을 산정했습니다. 이에 따른 기초자산 호박의 평가가격은 12억3048만~16억7066만원입니다.

외부평가기관의 검증도 받았는데요. 통일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최종 감정평가액 13억원,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로부터 감정평가액 13억5000만원을 평가받았습니다.

◇ 주당 공모가 10만원…19일 기준 청약률 257%

열매컴퍼니는 총 1만2320주를 신주로 발행하는데요. 총 발행 주수에서 공동사업 운영자가 10%(1232주)를 선배정받고, 일반공모는 나머지 1만1088주를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일반투자자 한 명당 최대 신청 수량은 300주(3000만원)입니다.

배정은 공모 신청수량이 많은 투자자가 먼저 받아가는 ‘비례배정’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들어 300주를 신청한 투자자가 40명이라면, 이보다 적은 주수를 신청한 투자자들은 증권을 배정받을 수 없습니다.

전일(19일) 오후 4시 기준 누적 신청금액은 31억7250만원으로, 청약률은 25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반투자자 모집가액(11억880만원)을 넘어섰는데요. 신청 인원과 주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1주를 청약한 투자자 중에서는 증권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열매컴퍼니 투자계약증권 청약 순서. [사진=열매컴퍼니]

◇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홈페이지에서 공모

공모는 열매컴퍼니의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홈페이지에서 진행됩니다. 홈페이지 회원가입 후 ‘야요이 쿠사마, 제1호 열매컴퍼니 투자계약증권(Yayoi Kusama, Pumpkin)’의 청약을 신청하면 되는데요.

청약에 앞서 투자 위험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투자적합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신청 수량을 입력하고, 투자설명서를 수령한 후 내용을 확인하면 신청자 정보와 작품 판매대금 입금정보 등을 기재해 청약 신청서 작성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청약 후에는 상품코드와, 증권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계약증권은 일반 기업공개(IPO)와는 다르게 청약증거금을 납부하지 않고, 배정 확인 후 회사가 제시하는 에스크로 가상계좌에 청약금액을 입금하는 구조로 이뤄집니다. 이번 청약은 오는 22일 오후 1시까지 이뤄지는데요. 이후 열매컴퍼니가 신청 주수와 금액 등을 계산한 후 26일 개별로 배정 주수를 공지하면, 투자자들은 28일까지 가상계좌에 청약금을 입금하면 됩니다. 배정 공고는 내년 1월 4일 이뤄집니다.

투자계약증권은 기초자산의 매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청약으로 배정받은 증권은 당장은 매각할 수 없어 유동성의 한계가 있다는 점 투자자들은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향후 한국거래소에서 투자계약증권 등의 시장이 운영되면 증권 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투자계약증권의 공동사업 운영기간은 총 3년이고, 1회 연장 가능해 총 5년까지 운영됩니다. 즉 매각 시점이 최대 5년 후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이 기간동안 호박 작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아 매각되지 않을 경우, 열매컴퍼니는 투자자 총회를 거쳐 즉시 처분한 후 손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게 됩니다. 이 경우 원금 손실도 있을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해야 합니다.

참고로 열매컴퍼니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약 7년간 미술품 공동투자를 진행했는데요. 그간 총 176회의 공동구매를 진행했고, 매각 횟수는 126회입니다. 평균 가격상승률은 26%, 매각까지 평균 보관기간은 374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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