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33조 늘며 中企 증가폭 역전

고금리 충격파 속 연체 리스크 ‘꿈틀’

기업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기업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대기업에 내준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33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중소기업 증가폭을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이 두 배 가까이 더 많은 돈을 새로 빌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판인 모습이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대기업들도 자금줄을 찾아 은행을 노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고금리 충격에 따른 대출 부실 조짐과 맞물려 이른바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총 138조311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조8510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대기업대출이 38조393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조8199억원 증가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28조7418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5조6512억원으로 각각 7조5350억원과 5조2157억원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도 24조8952억원으로, 농협은행은 20조6306억원으로 각각 6조6224억원과 4조6580억원씩 대기업대출이 증가했다.

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5대 은행들의 이같은 대기업대출 증가량은 중소기업 대출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30조6129억원으로 32조3992억원 늘었다.

하지만 한 해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현실은 정반대였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은행 빚을 훨씬 더 많이 내는 상황이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대기업대출 잔액은 총 105조460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3조51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598조2137억원으로 44조7351억원 급증했다. 대기업대출보다 20조원 이상 큰 증가폭이었다.

이는 그만큼 최근으로 올수록 대기업들의 돈줄이 말라 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끝내 은행 대출에 손을 대는 경우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여서다.

문제는 높아진 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다. 대출 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이로 인해 빚을 제 때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고금리가 은행에도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실제로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고 연체의 늪에 빠지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1년 새 연체율이 세 배 가까이 치솟았을 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은행권의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9%로 전년 동월 대비 0.12%p나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차주 중에서도 비교적 우량 차주로 분류되는 대기업 여신에서도 연체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큰 대목”이라며 “특히 대기업 대출은 건당 규모가 큰 특성 상 부실 발생 시 은행에도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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